제약사 수출 관심 역대 ‘최고조’,미국유럽 성과 속속...
[개황] R&D 투자 가로 막는 정부 정책은 여전히 걸림돌
입력 2014.01.02 15:55 수정 2014.01.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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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약계 최대의 화두는 수출이다. 연구개발도 제약사들의 화두지만, 최종 목표는 수출이다. 사실 일괄약가인하 전까지 수출은 개별 제약사들의 선택사항인 측면이 있었다. 내수시장 만으로도 생존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약가 일괄인하 이후로 이 같은 인식은 크게 변했다. 다국적제약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약가 일괄인하가 보태지며, 내수시장을 통한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제약사들은 해외진출과 수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생존 위기가 수출 ‘드라이브’로 이어진 셈이다.

업계에서 제약산업을 휘청거리게 만든,일괄약가인하가 가져 온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는 부분이다. 때문에 대형 제약사, 중소형제약사 할 것 없이 수출에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의 수출 우선 정책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제약협회에 따르면 2012년 제약산업 총 수출액은 일본 원료수출 증대 등으로 사상 처음 1조원대를 넘어 1조3,675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의 9,302억원보다 46.7%나 증가한 수치다.

일괄약가인하제도 시행 이후 내수시장에 한계를 느낀 제약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개별 제약사들도 굵직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올해 HIV(US), HCV(US), 항생제(US), 당뇨병(Japan), Tamiflu(조류독감) 등에서 원료의약품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녹십자도 혈액제제 백신제제 등을 바탕으로 올해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되며 독점을 깬 헌터라제는 수년 내 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관련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기록할 경우, 한 품목만으로 녹십자가 설정한 해외시장 목표매출 2조원의 1/4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美 상품명 Esomeprazole Strontium)은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했다.

국내 매출액 대비 수출 1위 기업인 LG생명과학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동아ST도 박카스와 자이데나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대웅제약도 우루사를 필두로 세계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수출 1천억 제약사 탄생-수출선 다변화 활발

이와 많은 제약사들이 지난해와 올해 강력한 수출정책을 펴며,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

수출선도 다변화되고 있다. 그간 동남아시아에 치중해 왔지만, 미국 유럽 중남미 중동 등지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업계에서는 미국 유럽 시장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한 제약사 임원은 “미국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제품력이 우선돼야 하고 제품력은 연구개발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은 연구개발의 진일보로 이어진다”며 “아직 전반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미국 유럽시장도 더 이상 꿈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수출에 대한 제약사 경영진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매출 순위에 연연했고 지금도 주가, 회사의 위상, 실적 등 이유로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 크게 바뀌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리고 이 바탕에는 수출을 통한 국부창출과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대 명제가 깔려 있다.

실제 제약사 CEO들도 수출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수십 년에 걸쳐 노력해 왔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매출 1조원 제약이 수출로는 수년 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연구개발을 통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관건이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상위 제약사 CEO는 “세계를 주름잡는 다국적제약사들도 해외지사 등을 통한 수출이 키웠다. 많은 다국적제약사들의 수출 비중이 50%를 넘는데,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도 못할 것이 없다”며 “제약사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수출에 고무돼 있다. 긍정적이다”고 전했다.

수출을 향한 제약계 전반의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글로벌제약사-국부창출, 정책적 지원 절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강한 압박정책은 여전히 제약사들의 수출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괄약가인하가 제약사들의 연구개발과 수출에 대한 관심을 높였지만, 약가인하 등을 통한 제약사 ‘옥죄기’가 자칫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투자를 떨어뜨리고, 이는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진 시장을 겨냥한다고 할 때, 제품력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심한 것으로 지적받는 약가정책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신약 개량신약 등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이 힘들고, 미국 유럽시장에 진출하기가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제약사’를 독려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연구개발 투자는 떨어졌다.

제약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010년 5.8%에서 2011년 7.7%,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가 시행된 2012년에는 8.3%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2013년 1분기에는 6.3%로 주춤하고 있다.

일괄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이 매출 및 이익에서 타격을 받았고 이것이 연구개발 투자에 안좋은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수출 사업다각화 등으로 매출 부진을 어는 정도 커버하고 있는 제약사들에게 치명타를 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외형적인 증대에도 불구, 제약기업 본연의 사업영역인 보험의약품 부문의 매출 악화는 연구개발 투자 및 막대한 임상시험 비용 투입 등 글로벌화 전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는 진단이다.

때문에 정부가 이제부터라도 제약산업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글로벌제약사로 키우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보험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제약산업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부를 창출하고 먹거리도 창출할 핵심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은 더 앞서 나가고 신흥국들은 바싹 추격하고 있는데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없는 정책이 계속되면 수출을 통한 국부창출과 글로벌제약사는 커녕 낙오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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