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GLT-2, 모든 심부전에서 예후 개선 확인"
박진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SGLT-2, 심혈관·신장·대사 영역 통합적 관리 가능"
자디앙, 치료 혜택 지속 확대 중…박출률 감소 심부전 급여 적용으로 "치료 접근성 향상"
SGLT-2, 당뇨병 넘어 심부전 치료제로 역할 확대…사회경제적 부담 감소까지
입력 2024.06.14 06:00 수정 2024.06.1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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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주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SGLT-2 억제제가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박출률 감소 심부전, 박출률 보전 심부전 모두에서 각각 최고 수준으로 권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약업신문

고령화로 인한 심부전 유병률의 급속한 증가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심부전으로 인한 국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 약 215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심부전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에서 입원 및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반복되는 입원과 나쁜 예후 측면에서 암보다도 불량하고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특히 만성심부전 환자 중에서도 좌심실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는 심혈관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이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가운데, SGLT-2 억제제가 심혈관계 질환에서도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큰 관심을 모았다. SGLT-2는 원래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치료제는 심혈관질환 안전성을 필수로 확인해야 하는데, SGLT-2는 확인 과정에서 안전성을 넘어 예후가 개선된 결과를 보였고,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서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

2형당뇨병 치료제 중 최초로 심혈관계 이익을 확인한 SGLT2억제제 자디앙은 EMPEROR 임상 3상 연구에서 확인한 임상적 혜택을 바탕으로 모든 심박출률 스펙트럼의 만성심부전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EMPEROR-Reduced 연구를 통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25% 유의하게 감소시킨 결과를 확인했다. 또한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과 반복적인 입원 위험을 30% 감소시켰다.

이어 EMPEROR-Preserved 연구를 통해 박출률 보존 만성심부전 환자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21%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과 반복적인 입원 위험을 27% 감소시킨 결과를 확인함에 따라 국내 최초로 모든 심박출률 스펙트럼의 만성심부전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SGLT2억제제는 타 심부전 치료제 대비 약가 부담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처방에 한계가 존재했다. 진료 지침을 반영한 처방 확대와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급여 적용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던 가운데, 마침내 지난 2월 1일부로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에 대해 만성심부전 적응증을 보유한 SGLT2억제제의 건강보험급여 적용이 시행됐다.

만성심부전 환자에서 치료 혜택을 확인함과 동시에 해당 적응증을 보유한 SGLT2억제제 중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자디앙의 처방이 더욱 확대된다면 국내 심부전 치료 환경의 개선과 사회·경제적 부담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약업닷컴은 최근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진주 교수를 직접 만나 최근 우리나라 심부전 치료 환경과 SGLT-2 억제제의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건강보험적용의 의의, 만성심부전 환자 대상 SGLT-2 억제제의 임상적 혜택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위치한 박진주 교수 진료실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최근 국내 심부전 동향은 어떠한가?
대한심부전학회에서 2022년 발간한 최신 심부전 팩트시트에 따르면, 심부전 유병률이 2002년 0.77%에서 2020년 기준 2.58%로 크게 증가했다. 인구 10만 명당 심부전 발생률은 2020년 기준 609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인구 45만 명가량 되는 도시를 기준으로 매년 2,500명 이상의 새로운 심부전 환자가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대 수명의 연장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심부전 위험인자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어진 만큼 심부전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과거와는 달리 심근경색이 발생해도 사망에 이르게 되지는 않지만, 심부전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이 또한 심부전 유병률의 증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Q. 심부전이 암보다 불량한 예후를 보인다고 하는데?
2020년 기준 심부전 환자의 1년 생존율이 91%로 알려졌다. 이는 1년 동안 심부전 환자의 100명 중 90명만 생존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증 심부전의 5년 생존율은 약 50%에 이르고 있어, 암 5년 생존율과 비교할 경우 심부전의 예후가 더 불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에게 이러한 심각성의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전문가의 진료를 적기에 받지 못할 경우 예후가 더 나빠질 수 있는데, 이 같은 저조한 인식은 진단 및 치료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 심부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Q. 박출률 감소 심부전과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차이는 무엇인가?
박출률은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좌심실로 흘러 들어간 혈액의 양 대비 좌심실에서 박출하는 혈액의 양에 대한 비율로 평가한다. 보통 정상 범위의 박출률은 55%~65% 정도다. 박출률이 40% 이하로 감소하면 박출률 감소 심부전, 41~49%는 박출률 경도 감소 심부전, 50% 이상인 경우를 박출률 보존 심부전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분류에 따라 심부전의 기전이 매우 다른데, 박출률 감소 심부전은 신경호르몬 활성이 증가한 상태로 보고,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최근 들어 염증성 질환이라는 견해가 나타나고 있다.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약제에 대한 반응도 다르다.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서 예후 개선을 확인한 치료제가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환자의 예후에도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과거에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나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나 유사한 수준으로 나쁜 예후를 보였지만,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는 지난 30년간 새로운 치료제가 지속 등장해 예후가 개선된 반면,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예후는 3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Q. 자디앙은 심박출률에 상관없는 약제인 점이 확인됐는데, 이건 무슨 의미인가?
지난 30년간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 쓸 수 있는 약제가 없었는데, 자디앙이 EMPEROR-Preserved 연구를 통해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도 예후를 개선시킨다는 결과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 쓸 수 있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네프릴리신억제제(ARN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등의 약제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었다.

자디앙이 등장하기 전에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으로 진단되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단의 필요성 또한 낮았는데, 자디앙의 등장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생겼다는 자체에서 큰 의의가 있다.

Q. SGLT-2 억제제가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서 급여 적용이 되고 있는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있는지?
보험 적용이 되면 환자에게 자유롭게 처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히 변화를 체감한다. 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약제를 처방할 때에는 환자에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쉽게 처방이 가능하다.

또한 환자 입장에서 약값의 부담이 경감되기 때문에 기존에 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환자도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Q. SGLT-2가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효과를 확인했음에도 급여 기준에서 제외됐는데.
SGLT2억제제가 심부전에서 처음 급여 적용이 시작되어 박출률 저하 심부전 환자 대상으로 설정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도 급여가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디앙 외에 다파글리플로진 임상 연구에서도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기 때문에 보험 급여 확대 적용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Q. EMPEROR 연구의 주요 결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자디앙은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로 감소한 환자를 대상으로 EMPEROR-Reduced 연구를, 좌심실 박출률이 40%가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EMPEROR-Preserved 연구를 진행했고, 두 연구 모두 위약 대비 환자의 예후를 개선시켰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자디앙은 두 연구에서 모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개선시켰으나,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EMPEROR-Reduced에서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개선시킨 반면, EMPEROR-Preserved에서는 유의한 개선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및 반복적인 입원 위험은 두 연구 모두 자디앙군에서 유의한 감소를 확인했다.

Q. 지난해 미국심장협회에서 ‘심혈과-신장-대사 증후군’을 정의하며, 상호 연결된 각 만성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SGLT-2 억제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혈관-신장-대사 증후군'은 기존에도 존재했던 용어이기는 하나, SGLT2억제제가 당뇨병에 이어 심장 분야와 신장 분야에서도 탁월한 효능을 확인하고 세 적응증을 모두 확보하게 되면서 화두에 떠오르게 됐다. SGLT2억제제를 통해 세 영역의 질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SGLT2억제제는 체중 감량에도 일부 개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Q. 최근 국내 철수가 예고된 오리지널 SGLT-2 억제제의 만성심부전 적응증과 급여 기준이 타 제네릭 품목으로 이전됐다. 향후 만성심부전 치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지?
개인적으로는 매우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제네릭 품목의 진입으로 약가가 저렴해지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국내에 글로벌 신약이 진입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약가 문제로 국내 신약의 도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케이스가 반복되면 추후에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Q. 국내 심부전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린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심부전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부전 영역은 약제의 사용과 유지, 환자의 상황에 따른 치료법의 변경과 같은 것들이 까다롭고 어려운데,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심부전 전문가 의료진이 많이 계신다. 환자가 질환에 대해 잘 인지하고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환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심부전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첫째로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잘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아무리 좋은 약제라도 치료에 잘 따르지 않으면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

환자 상태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맞춘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검사를 권장했을 때 적극 따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진료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에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이나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정리해 온다면 의료진이 환자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건강기능식품에 과도한 경제적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정말 필요한 전문적인 치료에 집중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간혹 상태가 악화되면 의료진에게 죄책감을 표하시는 환자 분들이 있는데, 그런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심부전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해결해야 하는 질환이므로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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