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방암 치료, "환자 삶의 질까지도 고려해야"
마테오 람베르티니 교수, "환자에게 물리적 부작용 감소뿐 아니라 심리적 혜택까지"
페스코, "환자·보호자·의료진·병원 모두 "Win Win Win Win"
장기적 의료 자원 과부하 및 의료비 지출, 환자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유용
입력 2024.05.27 06:00 수정 2024.05.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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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람베르티니 교수는 유방암 치료에 있어 환자 삶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스코가 물리적인 부작용 감소뿐 아니라 환자에게 심리적인 혜택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약업신문

“유방암 치료는 이제 환자의 생존 자체에만 국한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환자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려해야 한다”

허셉틴(트라스투주맙)이 개발되기 전 까지만 하더라도 HER2 양성 유방암은 평균 생존율이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치료 예후가 부정적인 암이었다. 하지만 현재 HER2 양성 유방암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허셉틴을 비롯한 다양한 HER2 유방암 항암제(Anti-HER2)가 나온 후 환자 기대 수명이 1년을 넘어 이제는 평균 5년까지 늘어난 것.

특히 헤셉틴과 퍼제타(퍼투주맙) 병용요법은 장기적 재발 위험 감소와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등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PHINITY 임상연구 8.4년 추적 관철 연구에서는 림프절 전이 양성 환자의 재발 위험 감소 효과가 28%로 나타나기도 했으며, 두 군 간의 무침습질병생존(IDFS) 비율 차이는 4.9%로 시간이 지나며 더 격차가 벌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최근 개정된 2024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병리학적 완전관해(pCR) 림프절 전이 양성환자에게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을 Category I, A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퍼제타와 허셉틴 병용요법은 정맥주사라는 단점이 존재했다. 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높다는 것. 다행히 이는 ‘페스코’를 통해 해결됐다. 페스코는 정맥주사인 허셉틴과 퍼제타를 하나의 피하주사로 합친 제형으로, 투약 시간 단축과 환자 편의성을 개선한 의약품이다. 2021년 항암제 최초 개량생물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페스코는 초기유도용량 투여에 8분, 유지용량 투여에 5분 정도가 소요되며 허셉틴과 퍼제타 병용요법의 초기유도물량 150분, 유지용량 60~150분 대비 치료 시간을 최대 90% 단축시켰다. 이를 통해 치료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 87.5% 절약할 수 있어 향후 의료시스템 개선 및 사회경제적 부담이 감소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페스코 항암 치료법 적용이 의료 시설의 자원 과부하 및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유용한 옵션으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약업닷컴은 2024년 세계유방암학술대회(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GBCC) 참석을 위해 내한한 마테오 람베르티니(Matteo Lambertini) 교수를 직접 만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HER2 유방암에서의 최신 트렌드와 향후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이탈리아 제네바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마테오 람베르티니 교수는 이후 같은 대학요에서 조양학 전문의 과정을 거치고 벨기에 브레쉘 자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제네바 대학교 IRCCS 폴리클리니코 산 마르티노 병원 종양학 부교수며, ‘ESMO 젊은 종양학자 위원회(ESMO Young Oncologists Committee) 의장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세계유방암학술대회가 개최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최근 APHINITY 연구 8.4년 추적 데이터가 발표됐다. 연구 주도자로서 주요 결과에 대해 공유 부탁드린다. 
APHINITY 연구는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과 화학요법으로 치료 중인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퍼제타를 추가 투여했을 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장기적으로 추적한 데이터다.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에는 허셉틴과 화학요법 치료만으로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는 상당히 위험한데, 이 경우에 기존의 허셉틴과 화학요법 치료에 퍼제타를 함께 병용하면 호르몬수용체 양성 여부와 무관하게 재발 위험률 감소 및 무침습질병생존(IDFS)에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8.4년 추적 관찰 결과, 림프절 전이 양성군에서 재발 위험률은 28% 감소했으며, 무침습질병생존 비율 차이는 4.9%로 실질적인 감소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침습질병생존 비율 차이는 3년 차 1.8%, 6년 차에는 4.4%였다.

이전까지의 APHINITY 연구에서 저위험군은 짧은 기간 관찰할 동안에는 위험도가 항상성 있게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호르몬수용체 양성 또는 음성에 따른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장기 연구를 통해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는 호르몬수용체 음성 환자군에서도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Q. APHINITY 연구 결과 어떻게 2024 ESMO 가이드라인 업데이트에 영향을 주었는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는 수술 전과 후 전 과정에서 보조요법을 시행하는 방향이 이상적이다. 그렇지만 수술 전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을 때, 수술 후 보조요법을 결정하기 위해 이 APHINITY 연구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APHINITY 연구는 장기 추적 데이터를 통해 림프절 양성 환자의 경우라고 해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를 토대로 2024 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림프절 전이 양성환자에게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을 Category I, A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권고를 하고 있다.

Q.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퍼제타+허셉틴’ 피하주사제형인 페스코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페스코는 정맥주사 형태였던 퍼제타와 허셉틴 병용요법이 하나의 피하주사 형태로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사 치료와 관련하여 소요하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어,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과 병원 모두에게 이점을 줄 수 있다.

정맥주사 치료를 위해서 환자와 보호자는 종일 또는 반나절을 병원에서 체류해야 하고, 병원은 환자가 오랫동안 병원에 머무를 인적 및 공간적인 요건을 확보해야 했다. 하나의 피하주사 형태인 페스코로 변경 시, 환자와 보호자는 투약은 5분만에, 모니터링을 포함해도 몇 십분 내로 치료를 끝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의료진과 병원 입장에서도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해 효율성이 높아지고 전반적인 비용부담을 줄어들기 때문에 WIN-WIN-WIN-WIN이라고 볼 수 있다.

Q. 페스코 사용 이후 의료진이나 병원 입장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페스코의 사회경제적인 이점을 가상의 평균치로 추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연구에서는 기존의 정맥주사 형태인 허셉틴, 퍼제타 병용투여에서 피하주사인 페스코 단독투여로 전환 시, 의료 전문인의 환자당 관여 시간은 17분, 환자 1회 병원 체류 시간은 1시간 29분 절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간 의료 시설의 경제적 비용은 최대 93,455유로(한화 약 1억 4천여 만원), 환자의 사회적 비용은 4,854유로(한화 약 720만원)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병원의 생산성 및 효율성 측면에서는 연간 총 1100시간을 줄여 최대 532건의 일반 항암 치료를 추가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페스코가 장기적으로 의료 자원의 과부하 및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유용한 옵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Q. 페스코를 통해 추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혜택에는 무엇이 있나?
정맥주사 치료 시 화학용법을 함께 받는 경우에는 중심정맥을 통해 약제를 안정적이고 간편하게 투입하기 위해 케모포트(Chemoport)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감염의 위험 또는 기흉, 혈흉, 심장눌림증(Cardiac Tamponade), 혈관 손상, 혈전 또는 색전증 등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페스코와 같은 피하주사는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물리적인 부작용 감소뿐 아니라, 환자에게 심리적인 혜택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몸에 삽입하는 케모포트에 불편을 느끼기 때문에 “이거만 제거할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유방암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병상에 누워 오랜 시간 체류하는 과정에서 말기의 다른 암 환자 등 여러 임상 상태의 환자와 마주하게 되는데, 이 치료여정을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도 많다.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 치료로 바꾼 후에는 확연히 치료 시간이 줄어들면서 “내가 그렇게까지 아픈 사람은 아닐 수도 있겠다”하는 심리적인 위안도 받으시곤 한다.  

Q. HER2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HER2 양성 유방암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예후가 상당히 좋지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옵션을 통해 혁신적인 개선 효과를 경험할 수 있으며, 수술 전후 환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약물 등도 충분히 조절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치료를 생존 자체에만 국한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환자 삶의 질을 보다 전반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로 병원 이동 및 체류 시간, 치료에 걸리는 시간 등의 절약을 통해 환자가 얻을 수 있는 효과, 여기에 더불어 전반적인 보건의료 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Q. 한국 유방암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은 젊은 여성 유방암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젊은 여성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의료 기관을 경험하면서 치료와 연구 수준이 굉장히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질병의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보다 나은 삶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진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한국에는 훌륭한 의료진도 많기 때문에 환자 분들이 희망과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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