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LG트윈스가 우승했다. 세 번째이자.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의 우승이었다. 그 사이 대통령은 7번이 바뀌었고, 당시 스무살이던 대학생은 한 아이의 아빠인 중년이 돼버렸다.
트윈스의 에이스이자 마무리 투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팀이 우승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한국에 남는다면 더 좋은 조건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에이스는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스마트잭의 김건우 대표도 꿈을 위해 도전을 택했다. 고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패널 기획 업무를 12년했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하지만 72인치 패널 이후로는 하드웨어 쪽으로는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소프트웨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구들과 옥탑방에 모여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연구소 관리라는 아이템으로 불안정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35세 무렵이었다.
연구실 비용절감 및 연구효율…두 마리 토끼를 잡다
“최근 R&D 관련 예산이 줄면서 비용절감이 화두인데, 저희 랩매니저를 사용하면 이게 가능하거든요. 게다가 불필요한 연구관련 행정도 줄어들면서 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니까 연구효율도 올라가죠.”
스마트잭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성동구 한 건물 내 2층 공용 공간에서 지난 10일 김건우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트잭은 2017 년 8 월 설립했다. 스마트잭이 개발한 ‘랩매니저’는 쉽게 말하면 연구실 관리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첨단 연구·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실이 여전히 수기로 약품 목록을 만들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은 환경을 보고 랩매니저 아이템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랩매니저는 AI 인식 기술과 상품 정보 연동으로 시약을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고 등록한 시약의 위치를 빠르게 찾고 열람할 수 있다. 등록한 시약을 소분해 데이터로 저장할 수도 있으며 클릭 몇 번으로 규격에 맞는 라벨을 출력할 수도 있다.
물품 등록만 하면 약 81만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매칭할 수 있고 , 법령 별로 관리대장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폐기해야 할 시약을 그냥 뒀다가 깨뜨리거나 잘못 처리해 사고가 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랩매니저는 상품 검색 및 구매도 최저가로 가능해요. 게다가 중복구매도 방지할 수 있어요. 실제 한 통계를 보면 제약사의 10% 정도가 중복 구매를 한다고 해요. 이처럼 행정비용 및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돼 전반적으로 연구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또 최근엔 연구비 투명성을 위해 요구하는 서류들도 점차 늘고 있는데 연구원들이 불편해하는 각종 서류작업들도 대신해주니 연구원들은 말 그대로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귀찮은 건 우리가, 여러분은 연구만.' 우리가 갖고 있는 모토 중 하나입니다. 많은 연구소와 연구원들이 ‘랩매니저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의외로 무한한 시장…해외까지 가능성을 보다
사실 연구시장이라고 했을 때,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자의 이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큰 시장이라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연구시장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제약사입니다. 제약사 포함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1조원 정도 되고, 원자재를 제외한 소모품 위주 연구 물품 시장은 3조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원자재까지 포함하면 100조원 이상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큰 시장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연구실은 약 6만7000곳 정도다. 이 중 스마트잭의 고객으로 가입한 곳이 약 2만곳이다. 구독서비스를 사용하는 유료고객은 200곳을 넘었다.
결국은 유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국내 MRO 산업재 시장을 선도하는 구매 솔루션 전문기업 서브원과도 손을 잡았다. 랩매니저 스토어 내에서도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바이오 시약 카테고리 및 일반 소모품 카테고리 등을 보강할 생각이다.
최근엔 제약사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10대 제약사 중 5곳이 스마트잭의 구독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커스텀 서비스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는 스마트잭이 만든 범용 서비스를 그대로 구독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연구소에 더 잘 맞도록 프로세스를 맞추는 작업을 말한다. 비용이 3~5배 가량 더 들지만 선호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가장 최근 JW중외제약에 커스텀서비스 작업을 한데 이어 올해 5곳 정도의 제약회사와 더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잭의 주력 서비스는 아니다. 스마트잭의 주력 서비스는 구독 서비스(SaaS)와 물품 구매라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다. 현재 해외 진출 1순위는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이은 세계 3위권 연구시장이다.
“일본은 연구시장 규모가 매우 큰데, 여전히 아날로그에 의존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직 안됐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디지털 붐이 불고 있거든요. 저희로선 진출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매출 80억원, 장기 비전은 시스템의 모듈화
김 대표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구체적인 숫자를 동원해 명확하게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입니다. 올해는 4배인 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기적인 목표고 장기적으로는 모듈화입니다. 연구 관리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들을 저희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거죠. 이것이 장기적인 비전이에요.”
김 대표는 내년 3월 전사적자원관리(ERP), 구매 플랫폼, 그룹웨어 등을 다 연결한 모듈화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된다면 커스텀서비스 측면에서 조금은 혁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게 김 대표 생각이다.
“우리 서비스가 우리나라 연구실에 많이 확산돼 연구행정 등에 소비되는 시간이 줄고 그래서 연구효율이 좋아지면 마치 나비효과처럼 우리나라 R&D 능력도 더 좋아질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스마트잭이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작게나마 한축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주변을 둘러보니, 한켠에 LG트윈스가 1994년 우승 당시 쓰던 대형 마스코트 그림이 걸려 있었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지난해,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트윈스의 기운이 스마트잭에게도 전달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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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LG트윈스가 우승했다. 세 번째이자.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의 우승이었다. 그 사이 대통령은 7번이 바뀌었고, 당시 스무살이던 대학생은 한 아이의 아빠인 중년이 돼버렸다.
트윈스의 에이스이자 마무리 투수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팀이 우승했기에 가능한 도전이었다. 한국에 남는다면 더 좋은 조건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겠지만, 에이스는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다는 꿈을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스마트잭의 김건우 대표도 꿈을 위해 도전을 택했다. 고려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패널 기획 업무를 12년했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하지만 72인치 패널 이후로는 하드웨어 쪽으로는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소프트웨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구들과 옥탑방에 모여 창업을 결심했다. 그렇게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연구소 관리라는 아이템으로 불안정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35세 무렵이었다.
연구실 비용절감 및 연구효율…두 마리 토끼를 잡다
“최근 R&D 관련 예산이 줄면서 비용절감이 화두인데, 저희 랩매니저를 사용하면 이게 가능하거든요. 게다가 불필요한 연구관련 행정도 줄어들면서 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니까 연구효율도 올라가죠.”
스마트잭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성동구 한 건물 내 2층 공용 공간에서 지난 10일 김건우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스마트잭은 2017 년 8 월 설립했다. 스마트잭이 개발한 ‘랩매니저’는 쉽게 말하면 연구실 관리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첨단 연구·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실이 여전히 수기로 약품 목록을 만들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은 환경을 보고 랩매니저 아이템을 구상했다고 전했다.
랩매니저는 AI 인식 기술과 상품 정보 연동으로 시약을 자동으로 등록할 수 있고 등록한 시약의 위치를 빠르게 찾고 열람할 수 있다. 등록한 시약을 소분해 데이터로 저장할 수도 있으며 클릭 몇 번으로 규격에 맞는 라벨을 출력할 수도 있다.
물품 등록만 하면 약 81만종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매칭할 수 있고 , 법령 별로 관리대장도 자동으로 입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폐기해야 할 시약을 그냥 뒀다가 깨뜨리거나 잘못 처리해 사고가 나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랩매니저는 상품 검색 및 구매도 최저가로 가능해요. 게다가 중복구매도 방지할 수 있어요. 실제 한 통계를 보면 제약사의 10% 정도가 중복 구매를 한다고 해요. 이처럼 행정비용 및 불필요한 비용이 감소돼 전반적으로 연구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죠.”
또 최근엔 연구비 투명성을 위해 요구하는 서류들도 점차 늘고 있는데 연구원들이 불편해하는 각종 서류작업들도 대신해주니 연구원들은 말 그대로 연구에만 집중하면 된다.
“'귀찮은 건 우리가, 여러분은 연구만.' 우리가 갖고 있는 모토 중 하나입니다. 많은 연구소와 연구원들이 ‘랩매니저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의외로 무한한 시장…해외까지 가능성을 보다
사실 연구시장이라고 했을 때,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자의 이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매우 큰 시장이라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연구시장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제약사입니다. 제약사 포함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1조원 정도 되고, 원자재를 제외한 소모품 위주 연구 물품 시장은 3조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원자재까지 포함하면 100조원 이상입니다. 생각보다 엄청 큰 시장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국내 연구실은 약 6만7000곳 정도다. 이 중 스마트잭의 고객으로 가입한 곳이 약 2만곳이다. 구독서비스를 사용하는 유료고객은 200곳을 넘었다.
결국은 유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국내 MRO 산업재 시장을 선도하는 구매 솔루션 전문기업 서브원과도 손을 잡았다. 랩매니저 스토어 내에서도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바이오 시약 카테고리 및 일반 소모품 카테고리 등을 보강할 생각이다.
최근엔 제약사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10대 제약사 중 5곳이 스마트잭의 구독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커스텀 서비스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이는 스마트잭이 만든 범용 서비스를 그대로 구독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연구소에 더 잘 맞도록 프로세스를 맞추는 작업을 말한다. 비용이 3~5배 가량 더 들지만 선호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가장 최근 JW중외제약에 커스텀서비스 작업을 한데 이어 올해 5곳 정도의 제약회사와 더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잭의 주력 서비스는 아니다. 스마트잭의 주력 서비스는 구독 서비스(SaaS)와 물품 구매라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있다. 현재 해외 진출 1순위는 일본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이은 세계 3위권 연구시장이다.
“일본은 연구시장 규모가 매우 큰데, 여전히 아날로그에 의존하는 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직 안됐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디지털 붐이 불고 있거든요. 저희로선 진출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매출 80억원, 장기 비전은 시스템의 모듈화
김 대표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그러자 구체적인 숫자를 동원해 명확하게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입니다. 올해는 4배인 8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기적인 목표고 장기적으로는 모듈화입니다. 연구 관리와 관련한 모든 서비스들을 저희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거죠. 이것이 장기적인 비전이에요.”
김 대표는 내년 3월 전사적자원관리(ERP), 구매 플랫폼, 그룹웨어 등을 다 연결한 모듈화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된다면 커스텀서비스 측면에서 조금은 혁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게 김 대표 생각이다.
“우리 서비스가 우리나라 연구실에 많이 확산돼 연구행정 등에 소비되는 시간이 줄고 그래서 연구효율이 좋아지면 마치 나비효과처럼 우리나라 R&D 능력도 더 좋아질거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스마트잭이 우리나라 과학 발전에 작게나마 한축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주변을 둘러보니, 한켠에 LG트윈스가 1994년 우승 당시 쓰던 대형 마스코트 그림이 걸려 있었다.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지난해, 극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트윈스의 기운이 스마트잭에게도 전달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