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성폐쇄성폐질환, "한국인 대상 LABA+LAMA 병용요법, 효과 높고 부작용 적어"
유광하·이진국 교수, 'CITRUS' 임상 설명…"치료 환경 개선 위한 제도적 마련 시작해야"
입력 2023.10.23 06:00 수정 2023.10.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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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병원에서 이 대학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왼쪽)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오른쪽)를 만나 이들이 진행한 한국인 COPD 환자 대상으로 진행된  ICS+LABA 병용요법 대비 LAMA 사용 이점을 확인한 임상 ‘CITRUS’ 결과에 대해 들어봤다.  © 약업신문

최근 한국인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ICS(흡입스테로이드)+LABA 병용요법 대비 LAMA 사용 이점을 확인한 임상 ‘CITRUS’의 결과가 발표됐다. CITRUS 결과는 국제 저명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공개됐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서 반복적인 악화가 발생할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ICS가 상용돼 왔다.  그러나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에선 최근  ICS+흡입지속성베타작용제(LABA) 병용요법을 호흡 곤란 및 악화치료 전략에서 삭제했다. 최신 리포트에선  LABA 또는 흡입지속성항콜린제(LAMA) 단독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되,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ICS를 제외한 LABA+LAMA 병용요법을 권고했다. 더 나아가 LABA+LAMA 병용요법으로 환자에서 중등도 악화가 발생하거나, 높은 혈중 호산구 수치를 나타내는 환자에 한해 선택적으로 ICS+LABA+LAMA의 3제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COPD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생명을 앗아가는 비(非)감염성 4대 질환으로 심혈관질환·암·당뇨병과 함께 꼽은 질병이다.  그러나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 11일(10월 둘째 수요일) 20주년 폐의 날을 맞아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8.4%가 COPD를  ‘모른다’고 답했다.  

약업신문은 CITRUS 연구를 주도한 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유광하 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이진국 교수를 최근 만나 COPD 질환의 특성과 치료법을 비롯해  CITRUS 연구 배경과 주요 결과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서울대 광진구 건국대병원 병원장실에서 진행됐다. 

 

유광하 교수. © 약업신문

Q.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란 어떤 질환인지.
유 교수: COPD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 3위를 차지하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찬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다. '흡연'으로 인한 기관지 염증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과거에는 '담뱃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흡연 이외에도 산모의 흡연 및 질환으로 인한 태아기의 폐 성장 저하, 대기 오염, 결핵 등 기타 폐 질환도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원인으로 꼽힌다.

COPD는 한 번 생기면 완치될 수 없는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발병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을 통해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키고, 고통을 경감해 기대 수명을 잘 지켜 나가야 한다.

Q. COPD의 국내 유병률 및 환자 분포는 어떠한지?
유 교수: 국내에선 전체 인구의 약 13%, 40세 이상 인구 중 약 300만명이 COPD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흡연을 시작한 지 약 20년이 지난 40세 이상의 연령에서 주로 발병했으나 최근에는 유년기의 감염이나 폐 성장 미숙, 대기 오염 등 발병 인자가 다양해지면서 낮은 연령대에서 발병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COPD를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과 함께 '4대 비전염성 질환'으로 발표했다. 실제 미국에선 지난 40년 간 COPD로 인한 사망률이 2배 증가했고, 중국은 매년 COPD로 인한 사망 수가 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질환이다.

Q. COPD의 진단방법과  각 단계별 치료 방법은?
유 교수: 기존에는 '폐 기능 검사'로 진단했다. 폐 기능 검사는 환자의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해 예측되는 폐 기능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COPD는 한 번 발생하면 회복되기가 어려운 만큼 폐 기능 검사 이외에도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고, 질환이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진단법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일례로 최근에는 폐 기능 검사 결과는 정상이지만 CT촬영에서 '폐기종'이 확인돼 COPD의 증상을 보이는 흡연자의 경우 '초기 COPD'로 정의해 진단하고 있다.

진단된 후에는 가장 먼저 흡연과 대기오염 등 발병 원인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한다. COPD 환자들은 감염의 위험이 증가해 독감, 폐렴 등으로 인한 사망률과 입원율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독감 및 폐렴 예방접종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재활을 진행하고, 증상에 따라 흡입 스테로이드나 기관지 확장제 등의 약을 처방한다.

Q. COPD 치료제로 흡입기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유 교수: 흡입기는 대표적으로 분말형과 기체형이 있다. 분말형 흡입기는 흡입력으로 약을 들이마셔야 하기 때문에 처방받는 환자의 흡입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적합하지 않다. 흡입력이 부족한 환자에게 분말형 흡입기는 경구약을 처방받았는데 삼키지 못하는 것과 같다.

최근 국내 COPD 환자의 흡입력 측정 결과 20%가 분말형 흡입기 사용에 충분하지 않은 흡입력을 보였다. 환자의 흡입력이 떨어지면 입자가 폐까지 전달되지 않아 약효가 나타나기 어렵고, 구강에 약제가 침착 되는 경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어떤 환자가 이에 해당하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처방에 앞서 체중과 폐 기능을 비롯한 여러 위험인자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또 이러한 주의사항을 환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분말형과 달리 기체형 흡입기는 자동으로 분사되기 때문에 환자의 흡입력이 충분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진국 교수. © 약업신문

Q. GOLD 2023 리포트에서 초기 및 유지 치료에  LABA+LAMA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는 이유는?
이 교수: LABA/LAMA 병용요법은 국내 지침의 가, 나, 다 군 모두에서 권고되고 있으며, GOLD 2023 리포트의 A, B, E 군에서도 모두 우선 권고된다. 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LABA/LAMA 병용요법만으로도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LABA/LAMA 복합제는 악화 위험도가 높지 않은 대부분의 경증 환자에서 ICS/LABA에 비해 낮은 급성 악화 발생률과 유의미한 폐 기능 및 삶의 질 개선도가 확인됐다. ICS를 필요로 하는 일부 환자에서도 ICS/LABA/LAMA 3제 복합제를 처방하는 것이 ICS/LABA 처방에 비해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LABA/LAMA 병용요법은 전체 COPD 환자의 70% 이상에 적응증을 갖는다고 볼 수 있으며, ICS는 급성 악화력이 있고, 악화 위험도가 높으면서 동시에 혈중 호산구 수치가 300/μl 이상인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권고된다.

Q. 최근 발표한 CITRUS 연구 설계 배경과 주요 결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이 교수: 먼저 국내 COPD 환자에서 초기 LAMA와 ICS/LABA로 치료한 환자군이 3제 복합요법 치료에 이르기까지의 소요 기간을 비교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에서 초기에 LAMA를 투약한 환자군이 ICS/LABA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 3제 복합요법 투약까지 걸리는 기간이 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2002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LAMA 또는 ICS/LABA 약물 치료를 받은 국내 COPD 환자에서 폐렴 발생률 및 위험 인자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했다.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추출해 비교했다.

분석 결과 ICS/LABA 병용요법 처방 시, LAMA 단독요법 대비 폐렴 발생이 1.5~2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ICS는 기본적으로 흡입 스테로이드이기 때문에 염증을 없애 주는 순기능이 있지만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있다. 폐로 직접 흡입되기 때문에 폐와 관련된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폐렴이다.

Q. 한국인 대상 연구 결과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지?
이 교수:  그 동안 해외에선 ICS로 인한 폐렴 위험성이 몇 차례 보고된 적이 있지만, 국내 및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결과는 해외 데이터와 전체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특히 국내 COPD 환자들은 서양 환자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 낮은 체질량지수(BMI), 낮은 폐 기능, 높은 기관지 합병증 동반율 및 과거 결핵 병력 등 여러 위험 인자를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ICS 사용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에도 국내 환자들이 ICS에 취약할 것이라 예측은 해왔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본다.

Q. 폐렴 외에 ICS 사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무엇이 있는지?
이 교수: ICS 사용 시 결핵 감염의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연구 역시 국내외에서 발표된 바 있다.

또, 이미 결핵을 앓았던 경우에도 ICS로 인한 재발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해외에선 최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아(Nontuberculous Mycobacteria, MTN)의 감염 위험도가 ICS 장기 사용에 따라 높아진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와 같은 호흡기 감염의 증가는 COPD 환자들의 호흡 곤란 증상을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폐가 더 망가지게 된다.

Q.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 COPD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은?
이 교수: COPD에 대한 국내 인지도를 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COPD가 의심되는 환자들의 폐 기능 검사를 적절히 진행해 진단하고, 검사 결과에 따라 진료지침이 권고하는 치료제인 LABA/LAMA를 처방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학회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폐 기능 검사의 수가가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점이 검사에 대한 장벽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흡입제를 처방하고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흡입제 교육에 대한 수가가 책정돼 있지 않아 교육 및 처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 교수: 학회 차원에선 COPD에 대한 조기 진단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폐 기능 검사는 의사 또는 임상병리사만 진행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개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인 병원에선  쉽지 않다. 그래서 학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에서 고령의 흡연자 등 위험인자를 보유한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폐 기능 검사 추가 방안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을 질병관리청에 제출했다.

또한 많은 의료진이 COPD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다른 일반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COPD를 진단하고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COPD 환자들에게 기관지 확장제를 잘 사용하면 병원 입원율이 약 20~25% 줄어든다. 여기서 절약된 비용으로 의료진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더 열심히 진료하도록 장려하는 선순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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