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동과 청소년 연령층에서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이 지속 증가하면서 소아 비만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세 이상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2018년 11.6%에서 2021년 16.2%로 급증했다.
특히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선 2018,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국내 소아·청소년의 허리둘레가 71cm에서 72.9cm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활동량 감소와 식습관 변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부모들은 아이의 통통한 살이 나중에 키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방치하는데 ,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도 “소아비만은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에게 맞는 운동과 식단표를 이용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박 교수는 비만은 비단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아 비만은 자존감이 떨어져 열등감과 우울 등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고 비만 아동에게선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비 지출 등 사회경제적도 일으키므로 소아·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비만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사회 국가 차원에서 ‘비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소아 비만 관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소아 비만 관리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림대성심병원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아이캔(ICAAN)’ 프로젝트 대표적인 사례다. 박 교수가 총책임을 맡고 있는 아이캔은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의 체중 관리 프로그램으로 현 상황 평가, 전문가 상담 및 교육, 행동 교정 등을 통해 체중조절을 돕는다.
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보건학 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엔 비만 예방 및 관리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가정의학, 평생 건강관리, 건강검진 이상소견 확진, 노인의학, 성인 비만, 소아비만을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박 교수를 만나 소아비만과 소아비만의 문제,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소아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지?
소아비만 진단 기준은 성인과 다르다. 성인은 BMI 지수를 기준으로 진단하지만, 성장기인 아이들은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아이들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성장곡선 도표를 이용해 백분위로 비만을 진단한다. 작은 1등부터 제일 큰 100등까지 두고, 85등이 넘어가면 과체중, 95등부턴 비만이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하고 있는 소아·청소년성장도표로 아이의 비만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측정 계산기에 생년월일과 키와 체중을 입력하면 자동 계산된다.
Q. 소아비만의 원인은?
소아비만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크게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비만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비만할 경우 유전이기보단 부모와 비슷한 환경에 아이가 노출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가정환경과 아이가 비만해질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합쳐지면 비만 가능성이 꽤 높아진다.
또 비만해질 수 있는 환경적 요인으론, 심리적 요인과 질환, 복용하는 약제 등 다양하다. 아이의 가정환경에서 비만 유발 요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부모와 소통 문제 해소로 비만이 해결되기도 한다.
Q. 소아비만과 성인 비만의 주요한 차이는?
‘의지’다. 성인은 본인 의지로 다이어트를 하지만 소아는 부모에게 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소아 비만 치료에선 ‘동기 강화 상담’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Q. 소아시기 비만을 꼭 치료해야 하나?
그렇다. ‘비만’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다.
소아비만의 문제는 어른이 됐을 때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릴 때 비만했던 성인은 그렇지 않았던 성인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최근 연구 결과들에선 비만도가 높을수록 이미 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만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지방간이 있고 혈압도 높다. 당뇨 전 단계 수준의 높은 혈당을 보이고, 고지혈증도 많은데다 경동맥에 동맥 경화성 변화가 있는 아이들도 있다. 또 고도비만인 아이들은 목 주변 피부가 검게 변한다. 흑색가시세포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나타내는 간접적인 지표다.
Q. 소아비만 치료 방법은? 어떤 생활 습관이 필요한가.
소아비만 치료는 정상적인 성장을 하면서 이상적인 몸무게에 근접하는 데 목표를 둔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과 함께 식이요법이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아예 못 먹게 할 순 없으니 먹긴 먹되 자제해서 먹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만 음료수는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있어 끊는 걸 권장한다. 음료수는 중독성이 있고 마실수록 더 많은 당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음료수 중단은 필수다. 단맛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만은 노력 없이는 달라지지 않는 질병이기에 오늘부터 당장 하나라도 바꿔야 변화가 생긴다.
Q. 소아비만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운동법을 알려달라.
비만도가 높을수록 뛰는 것이 다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전거를 추천한다. 자전거를 타면 전신 지방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실내에서 타는 자전거는 텔레비전을 보며 운동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다.
또 아이들은 성장기에 있는 만큼 무게를 이용한 기구 운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스스로 체중을 실어서 하는 운동이 좋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의 ‘아이캔’ 프로젝트에선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순환운동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해 실시하고 있다.
Q. ‘소아비만 체중조절 프로그램’인 ‘아이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아이캔 프로젝트는 ‘고도비만’인 아이들을 적절하게 중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 방안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하는 연구로 2016년 시작했다.
소아비만 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학교랑 병원의 운영시간이 같다 보니 아이들이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소아비만은 질병이란 인식이 적어 아이들이 적절한 시간에 알맞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 대상의 지역사회 관리 프로그램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청 소속의 학교, 지자체의 보건소, 지역의 병원 등이 함께하는 관리 모델을 구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모집 대상과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하다.
만10~14세의 중증도 이상 비만이 있는 아동, 청소년을 모집해 전액 무료로 진행하는 체중조절 프로그램이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는 ‘플랫폼 기반의 고도비만 중재’다. 1년 6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1년은 적극적 중재를 하고 남은 6개월은 유지기다. 이 유지기 동안엔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주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참가자들은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 평가 후, 이후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동안 비대면으로 영양상담 등 의사 및 전문가와 1대1 맞춤형 상담을 받는다. 또 영양과 운동 영상 등 정기적인 교육자료를 제공받고 건강증진 미래 건강 앱을 활용해 생활 습관을 모니터링받게 된다. 무작위로 선정된 ‘중재강화군’ 대상자에겐 비대면 화상 운동교육과 비대면 화상 동기 강화 상담을 추가로 제공한다.
Q.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니 아이와 부모들의 반응이 좋았다. 의료진으로서도 접근성이 뛰어나 편한 측면이 있다.
처음 아이캔 프로젝트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16주 실시한 후,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후 24개월 중재하는 과제를 시작했었다. 당시 지역사회 보건소와 함께하는 모델 구축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터져 중단했다가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의외의 효과를 불러왔다.
아이들이 이미 줌 수업에 익숙해져 있어 출석률이 이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고, 부모들도 비대면이라 부담감이 적었는지 질문을 많이 하는 등 활발히 참여했다.
다만 이건 상담일 뿐 처방을 내리는 진료가 아니라 비대면 진료와는 구분해야 한다.
Q. 그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의 숫자와 변화 정도는?
현재까지 총 600여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동일 성별·연령대의 체질량 지수(BMI)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확인해 알 수 있는데, 프로젝트 참여 아이들 가운데 50% 이상이 효과를 보였다. 나머지는 결과가 전과 비슷하거나 체중이 늘었다.
다른 결과를 보인 이유로는 개인의 노력 차이를 들 수 있다. 결과가 좋았던 아이들을 분석해보니, 채소 섭취가 늘었거나 신체활동 증가 등 변화가 있었다. 이는 결국 아이들 스스로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Q. 다이어트 관리 프로그램은 사설 의원도 운영한다. 대학병원만의 장점이 있는지.
운동처방사와 임상영양사가 팀으로 개인 맞춤형 관리를 한다.
운동처방사가 개인의 질병 유무, 체력 등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과학적 판단으로 맞춤형 운동처방을 한다. 환자가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처방하며, 환자가 운동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면 운동처방사가 자세를 피드백해주는 방식이다.
임상영양사는 NCP(Nutrition Care Process, 영양관리과정)를 제공한다. 영양 문제를 진단해 해결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험한 다이어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고 평생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Q. 소아비만 치료 환경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비만은 사회적 문제인데 개인의 게으름 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치료 참여율이 떨어져 저변 확대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하고 급여화가 돼 더 많은 소아비만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Q. 소아비만 환자와 환자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아비만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빠른 체중감량보다 아이가 잘 성장하고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시적인 변화보단 ‘꾸준함’에 중점을 두길 바란다. 이 꾸준함은 건강한 어른이 되는 것을 보장한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역할이 크다. 무엇보다 아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할 때 최고의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아이의 식단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식단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고, 아이 덕분에 가족 모두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행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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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동과 청소년 연령층에서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이 지속 증가하면서 소아 비만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세 이상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2018년 11.6%에서 2021년 16.2%로 급증했다.
특히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선 2018, 2019년과 비교해 2020년 국내 소아·청소년의 허리둘레가 71cm에서 72.9cm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활동량 감소와 식습관 변화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또 부모들은 아이의 통통한 살이 나중에 키로 갈 것이라는 생각에 방치하는데 ,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도 “소아비만은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에게 맞는 운동과 식단표를 이용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하는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박 교수는 비만은 비단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아 비만은 자존감이 떨어져 열등감과 우울 등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하고 비만 아동에게선 고혈압, 당뇨병, 지방간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비 지출 등 사회경제적도 일으키므로 소아·청소년 시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비만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사회 국가 차원에서 ‘비만’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소아 비만 관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이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소아 비만 관리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한림대성심병원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아이캔(ICAAN)’ 프로젝트 대표적인 사례다. 박 교수가 총책임을 맡고 있는 아이캔은 국내에서 증가하고 있는 고도비만 아동·청소년의 체중 관리 프로그램으로 현 상황 평가, 전문가 상담 및 교육, 행동 교정 등을 통해 체중조절을 돕는다.
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보건학 석사와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엔 비만 예방 및 관리 분야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가정의학, 평생 건강관리, 건강검진 이상소견 확진, 노인의학, 성인 비만, 소아비만을 전문 분야로 진료하고 있다.
박 교수를 만나 소아비만과 소아비만의 문제, 치료 프로그램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소아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는지?
소아비만 진단 기준은 성인과 다르다. 성인은 BMI 지수를 기준으로 진단하지만, 성장기인 아이들은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아이들은 성별과 연령에 따른 성장곡선 도표를 이용해 백분위로 비만을 진단한다. 작은 1등부터 제일 큰 100등까지 두고, 85등이 넘어가면 과체중, 95등부턴 비만이다.
질병관리청이 공개하고 있는 소아·청소년성장도표로 아이의 비만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측정 계산기에 생년월일과 키와 체중을 입력하면 자동 계산된다.
Q. 소아비만의 원인은?
소아비만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크게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비만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비만할 경우 유전이기보단 부모와 비슷한 환경에 아이가 노출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가정환경과 아이가 비만해질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합쳐지면 비만 가능성이 꽤 높아진다.
또 비만해질 수 있는 환경적 요인으론, 심리적 요인과 질환, 복용하는 약제 등 다양하다. 아이의 가정환경에서 비만 유발 요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부모와 소통 문제 해소로 비만이 해결되기도 한다.
Q. 소아비만과 성인 비만의 주요한 차이는?
‘의지’다. 성인은 본인 의지로 다이어트를 하지만 소아는 부모에게 끌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소아 비만 치료에선 ‘동기 강화 상담’이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Q. 소아시기 비만을 꼭 치료해야 하나?
그렇다. ‘비만’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다.
소아비만의 문제는 어른이 됐을 때 만성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릴 때 비만했던 성인은 그렇지 않았던 성인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최근 연구 결과들에선 비만도가 높을수록 이미 병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비만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지방간이 있고 혈압도 높다. 당뇨 전 단계 수준의 높은 혈당을 보이고, 고지혈증도 많은데다 경동맥에 동맥 경화성 변화가 있는 아이들도 있다. 또 고도비만인 아이들은 목 주변 피부가 검게 변한다. 흑색가시세포증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을 나타내는 간접적인 지표다.
Q. 소아비만 치료 방법은? 어떤 생활 습관이 필요한가.
소아비만 치료는 정상적인 성장을 하면서 이상적인 몸무게에 근접하는 데 목표를 둔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과 함께 식이요법이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아예 못 먹게 할 순 없으니 먹긴 먹되 자제해서 먹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만 음료수는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있어 끊는 걸 권장한다. 음료수는 중독성이 있고 마실수록 더 많은 당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음료수 중단은 필수다. 단맛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만은 노력 없이는 달라지지 않는 질병이기에 오늘부터 당장 하나라도 바꿔야 변화가 생긴다.
Q. 소아비만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운동법을 알려달라.
비만도가 높을수록 뛰는 것이 다리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전거를 추천한다. 자전거를 타면 전신 지방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실내에서 타는 자전거는 텔레비전을 보며 운동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다.
또 아이들은 성장기에 있는 만큼 무게를 이용한 기구 운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스스로 체중을 실어서 하는 운동이 좋다. 예를 들어 우리 병원의 ‘아이캔’ 프로젝트에선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순환운동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해 실시하고 있다.
Q. ‘소아비만 체중조절 프로그램’인 ‘아이캔’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아이캔 프로젝트는 ‘고도비만’인 아이들을 적절하게 중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 방안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검증하는 연구로 2016년 시작했다.
소아비만 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학교랑 병원의 운영시간이 같다 보니 아이들이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 또 소아비만은 질병이란 인식이 적어 아이들이 적절한 시간에 알맞은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이들 대상의 지역사회 관리 프로그램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지역사회 안에서 교육청 소속의 학교, 지자체의 보건소, 지역의 병원 등이 함께하는 관리 모델을 구축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모집 대상과 프로그램 내용이 궁금하다.
만10~14세의 중증도 이상 비만이 있는 아동, 청소년을 모집해 전액 무료로 진행하는 체중조절 프로그램이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과제는 ‘플랫폼 기반의 고도비만 중재’다. 1년 6개월 동안 진행되는데, 1년은 적극적 중재를 하고 남은 6개월은 유지기다. 이 유지기 동안엔 다시 체중이 증가하는 주요 요인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참가자들은 병원을 방문해 건강 상태 평가 후, 이후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동안 비대면으로 영양상담 등 의사 및 전문가와 1대1 맞춤형 상담을 받는다. 또 영양과 운동 영상 등 정기적인 교육자료를 제공받고 건강증진 미래 건강 앱을 활용해 생활 습관을 모니터링받게 된다. 무작위로 선정된 ‘중재강화군’ 대상자에겐 비대면 화상 운동교육과 비대면 화상 동기 강화 상담을 추가로 제공한다.
Q. 비대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니 아이와 부모들의 반응이 좋았다. 의료진으로서도 접근성이 뛰어나 편한 측면이 있다.
처음 아이캔 프로젝트를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16주 실시한 후, 적용 가능하다고 판단해 이후 24개월 중재하는 과제를 시작했었다. 당시 지역사회 보건소와 함께하는 모델 구축을 앞두고 코로나19가 터져 중단했다가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의외의 효과를 불러왔다.
아이들이 이미 줌 수업에 익숙해져 있어 출석률이 이전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고, 부모들도 비대면이라 부담감이 적었는지 질문을 많이 하는 등 활발히 참여했다.
다만 이건 상담일 뿐 처방을 내리는 진료가 아니라 비대면 진료와는 구분해야 한다.
Q. 그동안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이들의 숫자와 변화 정도는?
현재까지 총 600여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동일 성별·연령대의 체질량 지수(BMI)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확인해 알 수 있는데, 프로젝트 참여 아이들 가운데 50% 이상이 효과를 보였다. 나머지는 결과가 전과 비슷하거나 체중이 늘었다.
다른 결과를 보인 이유로는 개인의 노력 차이를 들 수 있다. 결과가 좋았던 아이들을 분석해보니, 채소 섭취가 늘었거나 신체활동 증가 등 변화가 있었다. 이는 결국 아이들 스스로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Q. 다이어트 관리 프로그램은 사설 의원도 운영한다. 대학병원만의 장점이 있는지.
운동처방사와 임상영양사가 팀으로 개인 맞춤형 관리를 한다.
운동처방사가 개인의 질병 유무, 체력 등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과학적 판단으로 맞춤형 운동처방을 한다. 환자가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을 처방하며, 환자가 운동하는 영상을 찍어 보내면 운동처방사가 자세를 피드백해주는 방식이다.
임상영양사는 NCP(Nutrition Care Process, 영양관리과정)를 제공한다. 영양 문제를 진단해 해결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험한 다이어트가 아닌, 장기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고 평생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Q. 소아비만 치료 환경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다.
비만은 사회적 문제인데 개인의 게으름 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치료 참여율이 떨어져 저변 확대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개인의 잘못이 아닌 질병으로 인식하고 급여화가 돼 더 많은 소아비만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Q. 소아비만 환자와 환자 부모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아비만 치료를 시작했다고 해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빠른 체중감량보다 아이가 잘 성장하고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시적인 변화보단 ‘꾸준함’에 중점을 두길 바란다. 이 꾸준함은 건강한 어른이 되는 것을 보장한다.
또 아이들은 부모의 역할이 크다. 무엇보다 아이가 속해 있는 공동체가 함께 생활 습관을 개선할 때 최고의 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아이의 식단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식단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고, 아이 덕분에 가족 모두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행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