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방 교수 "천연물 신약 개발 위해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
국내 블록버스터 천연물 신약 '스티렌' 개발자..."후학 양성에 힘쓰겠다"
입력 2023.08.01 06:00 수정 2023.08.0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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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은방 명예교수가 7월 31일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신약개발센터 연구실에서 가진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천연물 신약 개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연구자들의 폭넓은 연구를 위해 정부와 국내 제약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후배 연구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한 만큼 연구에 재밌게 몰두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이은방 명예교수를 7월 31일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신약개발센터 연구실에서 만나 우리나라 천연물 신약 개발의 현황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약학 석사,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약학 박사를 취득했다. 천연물 약리 및 성분연구, 평활근 약리, 생식 약리를 주로 연구해왔다.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 소장, 한국생약학회와 한국응용약물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신풍제약 고문이다. 지난해 제5회 대한민국 노벨사이언스상의 최고 영예인 과학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Q1. 국내 천연물 신약인 '스티렌'의 개발자로, 제약업계의 흐름을 바꾼 개척자이시다. 

국제학술대회에서 강화쑥의 위장 보호 효과를 발표했다. 동의보감 쑥 처방에 기원을 둔 연구였다. 이후 동아제약과 같이 연구해 스티렌을 출시했다.

천연물이란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식물 동물 광물 및 미생물과 이들의 대사 산물을 말하며,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의약품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천연물 의약품은 합성의약품이나 바이오의약품보다 안전성 확인과 개발이 비교적 쉬운 것이 장점이다. 또 합성신약 대비 부작용이나 내성도 작다.

(노학자는 말을 아꼈지만 2002년 12월 출시된 스티렌은 동의보감 쑥 처방에 기원을 둔 급·만성위염 치료제로 국내 제약업계에 천연물 신약 개발 열풍을 일으켰다. 출시 3년 차인 2004년 17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대열에 진입했다. 동아제약의 대표 품목으로 자리매김한 스티렌은 7월 기준 누적 매출액이 9000억원을 돌파하며 '1조 매출' 달성을 코앞에 뒀다.)

 

Q2. 코로나19 이후 신약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초근목피로 약을 만들던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초근목피가 정말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효능을 밝히는 것이 천연물 연구의 방향이다. 지금 제약회사들도 천연물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니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면 좋겠다.

(국내 천연물 신약은 2012년 한국피엠지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인 ‘레일라’ 이후 10년간 식약처의 품목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신약 개발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 7월 종근당의 위염치료제 '지텍'이 품목허가를 받았다.)

 

Q3. 천연물 신약 개발 분야에서 우리나라 제약사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어떤 것이 필요한가.

연구자들의 폭넓은 연구와 제약사들의 R&D 투자가 필요하다.

현 제약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효능 위주로 연구해야 한다. 질병에 효과 있는 약을 찾거나, 약이 정말 그 병에 효능이 있는지 역으로 확인해야 한다.  성분을 바로 분석하는 능력은 있지만 어디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연구소가 많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대량으로 연구하기 위해선 제약사가 투자를 해야 한다.

아시아에서 제약산업으로 앞서나가려면 산업계의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본다.

 

Q4. 후배 연구자들을 위해 대한약학회에 기금을 기부해 이은방 신약개발대상이 신설됐다.

후배 연구자들이 참 잘하고 있다.

새로운 물질이라는 결과물이 안 나와 주목받지 못할 뿐, 연구자들이 참 애쓰고 열심히 하고 있다. 후배 연구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했다. 연구의 최종 목표는 약을 만드는 것이다. 과정이 어렵긴 해도 이 과정을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후배들을 위해 쌈짓돈을 털어 내놓은 노학자는 후배들을 채찍질하기보다는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기를 북돋워 주었다.)   

 

Q5.  선배 신약 개발 연구자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교수들은 SCI논문이 많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그래서 SCI논문 때문에 연구가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미국 유명 연구자들도 많이 지적하는 부분인데, 우리나라는 SCI논문 기준 때문에 장기적인 연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뛰어난 논문도 중요하지만 제품이 많이 나와야 한다. 

미국 제약회사 릴리는 치매 치료제 연구에 1조를 투자하고도 개발을 포기했다. 이처럼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 신약 개발이다. 연구자들에게는 실험실에서 자꾸 노력하고 소통하며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함께 그림을 그려야 오래 할 수 있다. 혼자 로드맵을 그리는 것은 오래 가기 어렵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MZ세대들이 특히 귀기울여 할 대목이다. 요즘의 세태를 알기에 소통과 협동을 거듭 강조하는 듯했다.)

 

Q6.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신 서울대학교에도 혁신신약학과가 신설된다.

동경 유학 당시 일본 약대생의 절반은 졸업할 때 면허시험을 보지 않고 신약 개발 분야로 진출했다.

우리나라는 개국 약사의 환경이 좋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신약 연구 개발 인력으로 유입이 적었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연구 인력 양성을 위한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본다. 제약사들도 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게 필요하다. 신약 개발을 위해선 운도 따라줘야 하는데, 운은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글자 ‘공’을 뒤집으면 ‘운’이다.  피곤해 쓰러질 정도로 노력해 공을 쌓아야 운이 온다는 걸 알아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명언이 떠오르게 하는 말씀이다. 공을 뒤집으면 운이라니. 노학자의 유머에는 힘이 있다.)  

 

Q7. 중국이나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데, 우리나라는 아직이다.

유명한 연구자들을 보면 다들 연구를 재밌게 하고 몰두한다. 재밌게 연구해야 더 깊은 연구가 가능하다. 연구에 재미를 붙여야 성과가 있고 진전이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재미'를 강조할 때  노학자의 표정은 개구장이 소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노는 재미가 아니라 연구하는 재미를 후학들에게 일깨워주고 싶은 노학자의 수업 시간이 궁금해진다.)  

 

Q8. 강조하고 싶은 말.

연구자들이 제품보다 SCI논문 위주로 하기에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점이 참 아쉽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정부의 노력과 산업계의 성과가 필요하다. 최근 투자가 많아지고 기업들이 많아졌으니 이제 성과가 많이 나오리라 본다. 약학은 응용도 가능하고 순수 연구도 가능한 곳이다. 분야가 참 넓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넓은 약학의 무대에서 후배들이 재밌게 연구해 크낙한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노학자. 그의 마음이 인터뷰를 마무리한 다음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노학자가 후배들을 위해 뿌린 씨앗이 신약으로, 뛰어난 연구로 열매 맺는다면 우리의 약학계도 그만큼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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