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열정과 노력 사이…”전통만 고집하면 어떻게 혁명가가 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허준영 교수
입력 2023.07.20 06:00 수정 2023.07.20 10:07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스크랩하기
작게보기 크게보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허준영 교수(정형외과)는  최근 약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자들 삶의 질 향상과 후배들의 발전을 위해 넓은 포용력으로 병원과 환자들이 주인공처럼 빛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약업신문

“뚫어! 송태섭!”

올해 초 개봉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도, 서태웅도 아닌 송태섭이지만, 단 한순간, 농구부 매니저 이한나가 빛날 때가 있다.

송태섭이 산왕공고 존 프레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자 특유의 큰 목소리로 “뚫어! 송태섭!” 이라고 외치고, 동시에 송태섭은 낮은 드리블로 존 프레스를 뚫고 나온다. 이 때 함께 터지는 OST가 상승효과를 일으켜 관객에게 최고의 전율을 선사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허준영 교수(정형외과)도 스스로를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후배들의 발전을 위해 넓은 포용력으로 병원과 환자들이 주인공처럼 빛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원천은 개인의 명예를 앞세우지 않고 한 사람의 의료진으로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공부하는 성실함이다.

인천성모병원에서 최근 외모만큼은 송태섭이 아닌, 서태웅처럼 빛났던 허준영 교수를 만났다.   서울여의도성모병원에서 인천성모병원으로 지난 3월 옮긴 뒤 가진  언론과의  첫 인터뷰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병원과 환자를 대하는 그만의 진심을 털어놨다.  

슬관절에 빠진 의사, 인천에 오다

“감사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제 전문적 역량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제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과 젊은 의사들에게 잘 전달해야 하거든요. 개인적으로 큰 명예이자 더욱 큰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

허 교수는 지난 3월 인천성모병원으로 적을 옮겼다. 허 교수에게 새롭게 병원에 합류한 소감을 묻자 진중한 대답이 이어졌다.

“제 전문분야인 인공관절 치환술과 연골 재생술 연구에 끊임없이 매진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공유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런 제 노력이 의료계 발전에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허 교수는 슬관절에 관심이 많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수련 받을 때 이화성 교수와 이세원 교수에게 지도를 받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

“이화성 교수님은 주로 슬관절, 이세원 교수님은 고관절과 슬관절 둘 다 하세요. 그 분들께 지도를 받다 보니 저 역시 큰 관절이 잘 맞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팔도 매우 중요한 신체 부위지만, 팔이 아프다고 걷지 못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하지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분들이 치료 후 움직일 수 있게 될 때 엄청 만족감과 보람을 느꼈거든요. 이 쪽이 제 길이다 싶었죠.”

 

"슬관절은 의학적 진보가 빠른 분야인만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약업신문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슬관절 분야는 정형외과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발전이 빠른 전문분야 중 하나다. 특히 인공관절분야나 연골 재생술 분야에서 점점 더 복잡하고 정교한 수술을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들이 속속 개발 중이다.

“의학적 진보가 빠른 분야인 만큼 공부도 많이 해야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해요. 기존의 방식만 고수하기 보단 새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안전성 등을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쌓이면 새로운 치료법들도 받아들이는 거죠.”

정형외과는 연령대에 맞는 치료가 중요하다. 50대 이전의 젊은층은 최대한 관절을 보존하거나 재생하는 방향으로 치료하고, 60대 이상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 인공관절 치료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50대와 60대 사이의 회색 영역 환자들이다. 허 교수는 이런 경우 환자 상태와 상황에 맞는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포용력이 빛을 발한다.

“이런 상황일 때 저는 객관적으로, 중용을 지키려고 합니다. 우선 환자의 말을 계속 듣고, 현 상황과 환자가 원하는 바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힘을 기울입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일까? 허 교수는 3월에 부임하자 마자 병원 내 ‘칭찬 주인공’으로 뽑히기도 했다.  “불안해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아주며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주말에도 따뜻하게 회진 오는 모습에 TV 속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나 볼 수 있는 의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치료에 최선을 다해준 교수님께 온 맘을 다해 감사를 전합니다.” 보호자 김모씨가 허교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이 사례를 언급하자 의외로 허 교수는 담담하게 답했다.

“제가 성격이 좋아서라기보단 가급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면 감정적으로 부딪힐 일이 없거든요.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상기하기 위해서 여러 명언들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저장해두고 늘 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되고 싶습니다" ©약업신문

“주인공은 아니지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로 비춰지기 바라는지 묻자 허 교수는 환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믿고, 환자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따뜻한 의사, 늘 공부하고 발전을 추구하는 의사로 보이길 원한단다.

이런 의사가 되기 위해 최근에는 환자 개인의 고유 관절 해부학 및 운동학에 기초해 시행하는 환자 특화 인공관절 치환술과 젊은 환자의 관절염 치료를 위한 연골 재생 수술에 특히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최근 환자 개개인의 관절염 전 관절을 고려해 운동학적으로 그 환자에 맞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할 경우 만족도가 더 높다는 논문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저도 이런 개인화된 접근법을 연구 중입니다”

젊은 환자들의 관절염 치료도 특별한 도전과제라고 전했다. 인공관절 치환술이 그들에게는 너무 이른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연골 재생술 최신 연구와 기술을 계속 학습하고,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100일 정도 지났는데 우선 병원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맡은 진료와 연구분야에서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리고 좀 더 멀리 보면 전문분야인 인공관절 치환술과 연골 재생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싶어요.”

허 교수는 단기 목표와 장기 계획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볼 때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는 정말 중요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아니지만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는, 그런 지휘자처럼 저도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해내려고 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인기기사 더보기 +
인터뷰 더보기 +
[인터뷰] 듀셀바이오 이민우 대표 "혈액 부족 끝내겠다…'인공 혈소판' 대량생산 목전"
한림대성심병원 박경희 교수가 전하는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
[인터뷰] '한-일 병원약사 가교' 히라타 스미코 약사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병원·의료][인터뷰] 열정과 노력 사이…”전통만 고집하면 어떻게 혁명가가 돼?”
아이콘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관한 사항 (필수)
  - 개인정보 이용 목적 : 콘텐츠 발송
- 개인정보 수집 항목 : 받는분 이메일, 보내는 분 이름, 이메일 정보
-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 기간 : 이메일 발송 후 1일내 파기
받는 사람 이메일
* 받는 사람이 여러사람일 경우 Enter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 (최대 5명까지 가능)
보낼 메세지
(선택사항)
보내는 사람 이름
보내는 사람 이메일
@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약업신문 타이틀 이미지
[병원·의료][인터뷰] 열정과 노력 사이…”전통만 고집하면 어떻게 혁명가가 돼?”
이 정보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
스크랩한 정보는 마이페이지에서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Yakup.com All rights reserved.
약업신문 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