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예방 필수 'NOAC'…"온 라벨 반드시 지켜야"
그레고리 립 교수, "허가사항·지침 따라야 최고의 효과·안전성 혜택 누릴 수 있어"
입력 2023.07.13 06:00 수정 2023.07.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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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립(왼쪽) 교수와  박종성 교수가  최근 부산 동아대학병원에서 인터뷰를 갖고 심방세동 및 뇌졸중 고위험 환자에서 최적의 NOAC 처방법과 출혈 위험 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최근 부정맥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그레고리 립 심혈관 의학 교수(Prof. Gregory  Y.H. Lip)가 대한부정맥학회 정기국제학술대회 및 부산지역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립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는 불규칙한 심장 리듬으로 혈전이 생기기 쉽고, 일반인 대비 뇌졸증 위험이 약 5배 높아 항응고 치료가 필수적"이라면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비타민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Non-vitamin K antagonists Oral Anticoagulant, 이하 NOAC)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다. 

심방세동은 흔한 부정맥 중 하나로, 일반 인구의 1~2%에서 발생한다. 특히 80세 이상의 환자에서 5~15%라는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약업닷컴은  부산 동아대학교병원에서 강연을 끝마친 립 교수와 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박종성 교수를 만나  심방세동 및 뇌졸중 고위험 환자 치료 트렌드를 알아봤다. 

그레고리 립(Gregory Y.H. Lip) 교수. © 약업신문

Q. 최근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치료에 NOAC를 권고하고 있다. 요즘 치료 트렌드는 어떻게 되나?
립 교수 - 기본적으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 있어 NOAC가 큰 변화를 가져왔다. NOAC가 출시된 많은 국가에서 진행된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전반적으로 항응고제 사용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 NOAC 처방이 늘어남으로써 전체 항응고제 사용도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항응고제를 복용하면 출혈 위험도 높아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유의미한 출혈의 경우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빈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외에도 NOAC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박 교수 - 현재 학회에서 유럽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용량 등을 우리나라 환자의 특성에 맞게 수정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국내 지침 개정의 근거가 되는 데이터들이 많이 도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전 국내 지침에 리바록사반의 용량 감량 기준에 고령 환자가 포함됐었는데, 지난해 발표된 NOAC 사용 지침에선 제외됐다.

또한 2019 미국심장학회(AHA), 심장협회(ACC), 심박학회(HRC) 가이드라인에서 투석 환자에게 와파린과 아픽사반을 유의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되면서 국내 지침도 개정 중에 있다.

Q. NOAC 처방 환경은 이전에 비해 많이 바뀌었는지?
립 교수 – 영국의 경우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심방세동 초진 환자에게 항응고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처음부터 NOAC를 처방받는 환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환자 입장에서도 NOAC가 선호되는 옵션이 된 것이다.

또한 의사의 처방 패턴도 변화했다. 처음 NOAC가 도입됐을 당시 큰 병원이나 순환기 내과 전문의들만 NOAC를 처방했으나, 이제는 NOAC의 효과와 안전성이 많이 검증됐기 때문에 가정의학과 등 개원의들도 NOAC를 많이 처방하고 있다.


박 교수 –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부터 NOAC가 의료 보험 대상이 되면서 많이 처방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로 대학병원에서 처방이 되다가, 지난 10년간 교육이 이뤄져 최근에는 개원의들도 많이 처방하는 추세다.

NOAC 출시 전 항응고치료에 주로 사용되던 와파린의 경우, 두개내 출혈 위험이 비 아시아인에 비해 아시아 인구에서 더 높아 개원의들이 처방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NOAC의 안전성과 관련된 데이터가 쏟아지고, 특히 아시아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출혈 위험이 낮다는 데이터가 확인되면서 개원가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처방하고 있다.

와파린의 처방 데이터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약 10~20% 정도 줄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NOAC와 와파린의 처방 비율은 9:1정도로 예상된다.

Q. NOAC를 처방할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는지?
립 교수 - NOAC는 와파린과 달리 항응고 치료와 관리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와파린은 처방 시 주기적으로 혈액응고검사를 통해 INR(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수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물론 NOAC도 신기능 등 환자의 임상적 지표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그 외 다른 위험 요인들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평가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며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주기적인 INR 수치를 와파린처럼 실행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환자의 편의성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박 교수 - 현재 가장 큰 화두는 NOAC를 허가사항 대로 처방하지 않고 저용량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와파린을 주로 사용할 당시 동양인이 항응고제를 복용했을 때 출혈 위험이 높다는 연구가 많았기 때문에 아시아권 의사들에게는 출혈에 대한 공포가 있다. 최근 NOAC를 저용량으로 복용했을 때 뇌졸중과 사망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굳어진 관행이 잘 안 바뀌는 것 같다.

또한 허가사항과 지침을 통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에게 용량 감량이 권고되고 있으나, 이 기준을 안 맞추는 경우도 있다. 나이, 몸무게, 혈청 크레아티닌 기준 중 두 가지 이상을 만족해야 감량용량으로 처방이 가능한데, 실제로는 한 가지 기준만 만족해도 양을 줄이는 ‘오프라벨(off-label)’ 처방 사례가 많다. 그나마 최근에는 많은 교육을 통해 줄어드는 추세다.

박종성 동아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약업신문

Q. NOAC를 통한 항응고 치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상반응과 주의사항은 무엇인가?
립 교수 - 환자들에게 항응고제를 처방할 때 몇 가지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NOAC는 반감기가 짧다. 다시 말해, 신체 내에서 유지되는 기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복용 주기를 놓치면 뇌졸중 예방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가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적정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세 번째로 신장 기능에 대해서도 주의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NOAC를 비롯한 항응고제를 처음 처방할 때 환자의 출혈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항응고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무조건 출혈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기존에 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항응고제를 복용하게 되면 출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 시 출혈의 위험이 있는 환자를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Q. NOAC 안전성 평가에 있어 RWD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립 교수 -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Randomized Controlled Trial, 이하 RCT)의 경우, 약제가 허가받고 처방이 되기 위해 이뤄지기 때문에 참여 가능한 환자의 기준이 명확하다.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선 그보다 다양한 유형의 환자들에게 사용되다 보니 RCT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군도 존재한다. 여기서  리얼 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 이하 RWD)가 RCT에서 확인한 내용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RWD가 중요하긴 하지만, RWD는 절대 RCT를 대체할 수는 없다. 약제의 효과 를입증하는 데는 통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비교가 가장 중요하고 권위있는 근거고, RWD는 이를 다시 한번 검증하고 확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최근 유럽, 미국 등 서구의 데이터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데이터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 고령, 저체중, 신장애 등의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NOAC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RWD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NOAC 간의 상대적인 효과가 계속해서 검증되고 있는데 일관되게 좋은 예후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를 포함해 대만, 홍콩의 보험 청구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Q. NOAC 제제들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고 하는데?
립 교수 –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4개국의 5개 보험 청구 데이터를 동일한 양식으로 취합해 실제 임상현장에서 제제들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비교·분석을 진행한 적이 있다. 바로 ‘CORAZON’ 연구다. NOAC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제는 △아픽사반 △리바록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 4가지가 있다.

분석 결과, 전신색전증 예방 효과는 4가지 NOAC가 거의 유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아픽사반의 위장관 출혈 위험이 다른 3개의 NOAC 보다 훨씬 더 적었다는 점이다. 이미 각 약제의 허가 임상 당시 다른 3개의 NOAC를 고용량으로 사용했을 때 위장관 출혈이 와파린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아픽사반의 경우 고용량을 사용해도 출혈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 그 특징이 이번 CORAZON 분석을 통해 실제 임상 환경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다른 NOAC에 비해 아픽사반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위장관 출혈 위험이 낮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박 교수 –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RCT에서 증명이 됐고, 우리나라 환자에게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우리나라 학회 지침에서도 전체 출혈 위험에 대해선 특정 성분을 권고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장관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아픽사반을 쓸 것을 권고하고, 관행도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추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립 교수 - NOAC의 등장으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NOAC 처방을 통해 항응고 치료를 하는 데 있어 허가사항과 지침을 따르는 것이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최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뇌졸중 예방이 심방세동 환자 관리의 전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 중 하나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심방세동 환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ABC 치료라고 한다. 여기서 A는 항응고 치료를 통해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Avoid stroke with anticoagulation), B는 심박수나 리듬 등 환자의 증상을 잘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Better symptom control), C는 환자의 동반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파악해 관리하는 것(Comorbidities/Cardiovascular risk factor management)을 의미한다. 이는 ABC만큼 간단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현재 아시아·태평양부정맥학회(APHRS, Asia Pacific Heart Rhythm Society) 가이드라인에서도 ABC 경로 대로 종합적으로 심방세동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박 교수 - 우리나라의 경우 ABC 치료는 내과, 심장내과를 중심으로 이제 막 전파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과의사 외에 다른 과들의 의사들에게도 잘 전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특성상 스스로의 판단 하에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치아에서 피가 나거나 피멍이 들면 임의로 약을 중단해 하루 2회 복용해야 하는데 한 번만 먹거나, 심지어 3개월치를 나눠서 1년씩 먹는 경우도 있다. 처방 용량을 지키지 않으면 추가적인 사건이 많아지고, 나중에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많은 환자들이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소염 진통제, 아스피린, 오메가3 등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약물 간 상호작용으로 출혈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내과 의사에 그치지 말고, 협업하는 의사나 환자들에게도 유의사항을 공유하고, 권고사항에 맞춰 약을 처방, 복용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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