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을 확정받기까지 4명 중 1명꼴로 4곳 이상의 병원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진당방랑’을 겪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지난 26일 열린 ‘2023 SNUH 희귀질환 워크숍’에서 서울대병원 권용진 공공진료센터장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15세 이하 희귀질환 환우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대병원 방문 희귀질환자의 진단방랑 경향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국내에서 진단방랑을 겪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파브리병이다. 이름도 생소한 파브리병으로치료받고 있는 국내의 환자 수는 약 145명 정도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10만명 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파브리병의 발생 빈도를 고려했을 때,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는 이미 진단받은 환자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업닷컴은 지난 21일 아주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의학유전학과 교수이자 희귀질환센터 손영배 센터장을 만나 파브리병의 진단과 치료법, 국내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내 손 교수의 진료실에서 진행했다.
Q. 파브리병은 어떤 병인가
파브리병은 체내의 리소좀 분해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αgalactosidase A)의 결핍 및 부족으로 인해 태아 때부터 세포 내 당지질인 GL-3 와 Lyso-GL-3가 쌓여 발생하는 진행성 리소좀 축적 질환이자 X 염색체 유전으로 발병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파브리병은 X 염색체로 인해 발생되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남성 환자의 경우 증상이 빨리, 심하게 나타나며 여성 환자는 증상이 비교적 늦게, 경미하게 나타나 진단이 더딘 경향이 있다.
Q. 파브리병의 증상은 어떤가
GL-3 축적에 따라 눈, 심장, 피부 등 전신에 걸쳐 여러 증상을 나타내는데,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전형적인 증상이 다 나타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아주 약하게 나타나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진단이 쉽지 않은 편이다.
첫 증상이 나타나는 평균 연령은 남성의 경우 약 6~8세, 여성은 약 9세로 진단까지 시간이 길게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질환 인지도가 낮아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과 발이 타는 듯한 통증 △복부 통증 △각막 혼탁 △나이테 각막 △발한 장애(무한증) △혈관각화종 등이 있다.
여성 환자도 남성 환자와 같이 어린 나이부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성인기에 나타나 치료 시점이 늦어지는 부분도 있고, 급여 적용 기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Q. 성별에 따라 급여 적용 범위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급여 현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현재 파브리병 치료는 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치료보다는 진행을 막아주는 치료이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하는 것보다 진단 후 바로 치료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는 특징적인 장기 손상이 있어야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급여 조건은 환자의 치료에 문제가 된다. 증상이 없을 때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정상에 가까운 건강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가 있다. 재정 문제로 인한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빠른 치료 시작이 예후가 좋기 때문에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파브리병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브리병은 2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지만,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혈액 내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이 나오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재 파브리병 치료는 2주에 한번씩 부족한 효소를 주사제를 통해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이 기본 치료법이다. 환자들이 격주마다 꼬박꼬박 내원해 치료해야 하는 것이 생활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효소대체요법 외 경구용 치료제도 있지만 모든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변이 보유 환자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파브리병의 새로운 치료제 를 개발할 때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쪽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Q. 효소대체요법은 동물 세포주와 인간 세포주 등 두 종류로 나뉘는데, 약제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른 건지?
동물 세포주와 인간세포주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효소는 당화 단백질(Glycosylated protein)이며, 당화 단백질은 단백질에 당이 붙는 당화(Glycosylation)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당이 결합해 연결된 당사슬이 구성되는데, 세포주에 따라 당사슬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세포주에서 생산되든 기본적으로 단백질 구조는 동일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항체발생률 또는 부작용 등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세포주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동물세포주는 생물의약품 연구개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Q. 동물 세포주와 인간 세포주의 처방 기준이 따로 있는건지?
국내 허가를 받은 세 가지 치료제 중 두 가지는 동물 세포주를, 하나기 는인간 세포주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 두 그룹은 용량에 차이가 있다. 동물 세포주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는 용량이 높다. 낮은 용량에도 임상적 효과는 동일하다고 하지만 환자의 성별 및 중증도에 따라 차이를 둔다.
높은 용량의 치료제는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낮은 용량의 치료제는 경미한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제 선택이 달라진다.
Q. 경구용 치료제는 왜 변이 보유 환자에게만 사용이 가능한지
효소대체요법과 경구용 치료제의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경구용 약제는 모든 파브리병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파브리병 환자 중 넌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 틀이동 돌연변이(Frame-shift Mutation)와 같은 삭제 돌연변이(Null Mutation)로 효소 단백 자체를 만들지 못하는 환자가 있고,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로 효소 단백을 만들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변이를 가진 환자들도 있다.
어떤 변이를 가지고 있든 궁극적으로는 효소가 부족하게 된다. 효소대체요법은 환자의 변이와 무관하게 부족한 효소를 대체하는 치료법이므로 어떤 변이의 환자라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는 순응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알파-갈락토시다제 A의 활성을 복원시키는 기전을 가진 샤페론 치료법이다. 샤페론에 의해 불안정한 단백 구조가 안정화될 수 있는 특정 과오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파브리병 전체 환자 중 순응 변이 환자의 비율은 해외에서 20~30% 정도이며, 국내 환자는 10~20% 정도로 추정된다.
Q. 진단 및 치료에 있어 변화 혹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파브리병 질환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치료의 접근성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자가 파브리병으로 진단이 되어도 급여 기준에 맞춰야만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로 진단이 되었으나 급여 기준에 못 미쳐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진단 이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급여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시기를 봐야 하는 부분에서도 의료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편치 않다.
신생아 선별 검사에 있어서 파브리병 진단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중 영아부터 증상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파브리병은 비교적 늦게 나타난다. 신생아 때부터 심해지는 질환이 아니며, 빠르면 10대 정도의 유소년기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여성은 40~50대에서 진단받는 사례도 많다.
신생아 선별 검사로 너무 빠르게 진단을 받으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최악의 경우 40년 이상을 걱정하면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신생아 선별 검사에 대한 많은 경험이 쌓인 해외에서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환자를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이 되었을 때 무조건 치료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하지 않는 것도 이상적이지 않다. 가장 최적의 치료 시기를 찾아야 하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진단 전략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Q. 진단방랑은 희소질환 환자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파브리병 환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파브리병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정도가 달라 진단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 소요된다. 환자들은 진단을 위해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전전하다 최종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진단방랑’을 겪는다.
특히 여성 환자들은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으로 모르고 지내는 이들도 상당하며 가족 검사를 통해 파브리병 진단을 받는 환자의 경우도 많다. 파브리병으로 진단되면 가족 중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가족 검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전에는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증상에 대해 의료진 또한 익숙하지 않아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상황이 많다.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 어떤 진통제로도 진정되지 않고 병원에 다녀도 장기가 손상되기 전까지는 정상소견을 받아 장기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속적인 마약성 진통제 사용으로 중독이 된 환자도 있었다. 진단이 늦어지면서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받은 환자들이 많다. 의료진이 환자의 말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환자들은 고통에 대한 이해를 받았을 때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현재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높아졌고, 유전자 검사 등으로 진단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았으면 한다. 지난 20년간 파브리병 진단과 치료가 빠르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국내에 진단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600명 이상의 파브리병 환자가 있다.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낮은 진단율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희소질환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 또한 파브리병을 고혈압·당뇨병처럼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가족 검사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 핵가족화가 되어 가족 검사가 해외에 비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파브리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증상이 악화되면 치료가 불가능 한 경우가 많아 가족 검사를 통해 빠르게 환자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진단 이후 치료 시점과 관리 방법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 20년 전에 정한 기준으로 치료와 진단을 이어가기 힘들며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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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을 확정받기까지 4명 중 1명꼴로 4곳 이상의 병원을 전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진당방랑’을 겪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지난 26일 열린 ‘2023 SNUH 희귀질환 워크숍’에서 서울대병원 권용진 공공진료센터장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15세 이하 희귀질환 환우 1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대병원 방문 희귀질환자의 진단방랑 경향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국내에서 진단방랑을 겪는 대표적인 질병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파브리병이다. 이름도 생소한 파브리병으로치료받고 있는 국내의 환자 수는 약 145명 정도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에서 10만명 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파브리병의 발생 빈도를 고려했을 때,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는 이미 진단받은 환자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약업닷컴은 지난 21일 아주대학교병원 의과대학 의학유전학과 교수이자 희귀질환센터 손영배 센터장을 만나 파브리병의 진단과 치료법, 국내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는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내 손 교수의 진료실에서 진행했다.
Q. 파브리병은 어떤 병인가
파브리병은 체내의 리소좀 분해 효소인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 A, αgalactosidase A)의 결핍 및 부족으로 인해 태아 때부터 세포 내 당지질인 GL-3 와 Lyso-GL-3가 쌓여 발생하는 진행성 리소좀 축적 질환이자 X 염색체 유전으로 발병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파브리병은 X 염색체로 인해 발생되기 때문에 성별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남성 환자의 경우 증상이 빨리, 심하게 나타나며 여성 환자는 증상이 비교적 늦게, 경미하게 나타나 진단이 더딘 경향이 있다.
Q. 파브리병의 증상은 어떤가
GL-3 축적에 따라 눈, 심장, 피부 등 전신에 걸쳐 여러 증상을 나타내는데,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전형적인 증상이 다 나타나는 환자가 있는 반면 아주 약하게 나타나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진단이 쉽지 않은 편이다.
첫 증상이 나타나는 평균 연령은 남성의 경우 약 6~8세, 여성은 약 9세로 진단까지 시간이 길게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질환 인지도가 낮아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과 발이 타는 듯한 통증 △복부 통증 △각막 혼탁 △나이테 각막 △발한 장애(무한증) △혈관각화종 등이 있다.
여성 환자도 남성 환자와 같이 어린 나이부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성인기에 나타나 치료 시점이 늦어지는 부분도 있고, 급여 적용 기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Q. 성별에 따라 급여 적용 범위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 급여 현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현재 파브리병 치료는 질환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는 치료보다는 진행을 막아주는 치료이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를 하는 것보다 진단 후 바로 치료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현재는 특징적인 장기 손상이 있어야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급여 조건은 환자의 치료에 문제가 된다. 증상이 없을 때 빠르게 치료를 시작해야 정상에 가까운 건강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가 있다. 재정 문제로 인한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빠른 치료 시작이 예후가 좋기 때문에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파브리병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브리병은 2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지만, 부족한 효소를 정맥을 통해 혈액 내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이 나오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재 파브리병 치료는 2주에 한번씩 부족한 효소를 주사제를 통해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이 기본 치료법이다. 환자들이 격주마다 꼬박꼬박 내원해 치료해야 하는 것이 생활에 제약을 주기도 한다.
효소대체요법 외 경구용 치료제도 있지만 모든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변이 보유 환자에게만 사용이 가능하다. 앞으로 파브리병의 새로운 치료제 를 개발할 때 환자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쪽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Q. 효소대체요법은 동물 세포주와 인간 세포주 등 두 종류로 나뉘는데, 약제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른 건지?
동물 세포주와 인간세포주의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효소는 당화 단백질(Glycosylated protein)이며, 당화 단백질은 단백질에 당이 붙는 당화(Glycosylation)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당이 결합해 연결된 당사슬이 구성되는데, 세포주에 따라 당사슬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세포주에서 생산되든 기본적으로 단백질 구조는 동일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에 있어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항체발생률 또는 부작용 등 안전성과 관련해서도 세포주에 따라 유의미한 차이는 없다. 동물세포주는 생물의약품 연구개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Q. 동물 세포주와 인간 세포주의 처방 기준이 따로 있는건지?
국내 허가를 받은 세 가지 치료제 중 두 가지는 동물 세포주를, 하나기 는인간 세포주를 기반으로 한다. 이들 두 그룹은 용량에 차이가 있다. 동물 세포주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는 용량이 높다. 낮은 용량에도 임상적 효과는 동일하다고 하지만 환자의 성별 및 중증도에 따라 차이를 둔다.
높은 용량의 치료제는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낮은 용량의 치료제는 경미한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사용하고 있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제 선택이 달라진다.
Q. 경구용 치료제는 왜 변이 보유 환자에게만 사용이 가능한지
효소대체요법과 경구용 치료제의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경구용 약제는 모든 파브리병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파브리병 환자 중 넌센스 돌연변이(Nonsense Mutation), 틀이동 돌연변이(Frame-shift Mutation)와 같은 삭제 돌연변이(Null Mutation)로 효소 단백 자체를 만들지 못하는 환자가 있고,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로 효소 단백을 만들 수 있지만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변이를 가진 환자들도 있다.
어떤 변이를 가지고 있든 궁극적으로는 효소가 부족하게 된다. 효소대체요법은 환자의 변이와 무관하게 부족한 효소를 대체하는 치료법이므로 어떤 변이의 환자라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경구용 치료제는 순응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알파-갈락토시다제 A의 활성을 복원시키는 기전을 가진 샤페론 치료법이다. 샤페론에 의해 불안정한 단백 구조가 안정화될 수 있는 특정 과오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파브리병 전체 환자 중 순응 변이 환자의 비율은 해외에서 20~30% 정도이며, 국내 환자는 10~20% 정도로 추정된다.
Q. 진단 및 치료에 있어 변화 혹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파브리병 질환에 대한 인식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치료의 접근성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자가 파브리병으로 진단이 되어도 급여 기준에 맞춰야만 치료가 가능하다. 실제로 진단이 되었으나 급여 기준에 못 미쳐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진단 이후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급여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시기를 봐야 하는 부분에서도 의료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의료진 입장에서도 편치 않다.
신생아 선별 검사에 있어서 파브리병 진단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중 영아부터 증상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파브리병은 비교적 늦게 나타난다. 신생아 때부터 심해지는 질환이 아니며, 빠르면 10대 정도의 유소년기 이후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여성은 40~50대에서 진단받는 사례도 많다.
신생아 선별 검사로 너무 빠르게 진단을 받으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최악의 경우 40년 이상을 걱정하면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신생아 선별 검사에 대한 많은 경험이 쌓인 해외에서도 증상이 늦게 나타나는 환자를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증상 상태에서 진단이 되었을 때 무조건 치료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렇다고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하지 않는 것도 이상적이지 않다. 가장 최적의 치료 시기를 찾아야 하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진단 전략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Q. 진단방랑은 희소질환 환자들이 경험하는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파브리병 환자들의 경우는 어떠한가?
파브리병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정도가 달라 진단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오래 소요된다. 환자들은 진단을 위해 여러 병원과 진료과를 전전하다 최종 확진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는 ‘진단방랑’을 겪는다.
특히 여성 환자들은 무증상 또는 경미한 증상으로 모르고 지내는 이들도 상당하며 가족 검사를 통해 파브리병 진단을 받는 환자의 경우도 많다. 파브리병으로 진단되면 가족 중 추가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가족 검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전에는 파브리병에 대한 인식이 낮고 증상에 대해 의료진 또한 익숙하지 않아 환자들이 병원을 전전하게 되는 상황이 많다.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 어떤 진통제로도 진정되지 않고 병원에 다녀도 장기가 손상되기 전까지는 정상소견을 받아 장기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속적인 마약성 진통제 사용으로 중독이 된 환자도 있었다. 진단이 늦어지면서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받은 환자들이 많다. 의료진이 환자의 말에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환자들은 고통에 대한 이해를 받았을 때 큰 위로와 힘을 얻는다.
현재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높아졌고, 유전자 검사 등으로 진단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았으면 한다. 지난 20년간 파브리병 진단과 치료가 빠르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국내에 진단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600명 이상의 파브리병 환자가 있다. 인구수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낮은 진단율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희소질환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자 또한 파브리병을 고혈압·당뇨병처럼 관리를 잘하면 충분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가족 검사 역시 적극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경우 핵가족화가 되어 가족 검사가 해외에 비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파브리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증상이 악화되면 치료가 불가능 한 경우가 많아 가족 검사를 통해 빠르게 환자를 발굴해야 한다.
또한, 진단 이후 치료 시점과 관리 방법에 대한 의학적, 사회적 협의가 있어야 한다. 20년 전에 정한 기준으로 치료와 진단을 이어가기 힘들며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