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암 최초 면역항암제 '옵디보'...기존 항암화학요법보다 부작용 적어
김인호 교수, "급여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 받을 수 있기를"
입력 2023.04.17 06:00 수정 2023.04.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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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메리어트호텔에서 최근 약업닷컴과 인터뷰를 갖고 신약 옵디보에 대한 최신정보를 들려 준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왼쪽).   전이된 위암환자로 옵디보 치료를 받고 호전된  함영백 소아과 전문의. 

국내 위암 발생률과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생존율은 여전히 낮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원격 전이가 있는 4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6.7%에 불과하다. 이는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잘 알려진 간, 담도, 췌장암에 이은 낮은 수치다.

최근 전이된 위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신약치료제가 나와 학계와 암 환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옵디보’다.

약업닷컴은 최근 서울 강남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옵디보에 대해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옵디보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함영백 씨(소아과 의사)가 같이해 옵디보 1차 치료가 실제 환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긍정적 변화를 들려줬다.

◇치료의 시작
함영백씨는 40년 동안 소아과를 운영해온 전문의다. 9년 전 직장암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6개월 뒤 위암 진단을 받았다. 위암은 초기 단계에서 발견해 완치됐다고 생각했으나 1년 전 재발했다.

김 교수는 “함 선생의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루틴 검사를 진행해 PD-L1 발현율 등 몇 가지 병리 검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옵디보 치료가 가장 적합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함씨에게 ‘옵디보-화학요법 병용 치료’를 권했고 지난해 8월 2일부터 치료를 시작했다.

옵디보는 2021년 20여년 만에 HER2 음성 위암 1차 치료 옵션으로 허가를 받게 됐다. 2022년 6월에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위암 1차 치료제로 옵디보의 급여 기준 설정이 결정되면서 위암 영역에선 최초로 면역항암제 급여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옵디보는 Programmed Cell Death-1(PD-1)과 PD-1 리간드의 경로를 저해함에 따라 신체의 면역계를 이용해 항종양면역반응을 재활성화는 PD-1 면역체크포인트 저해제다. 현재 위암을 비롯해 악성흑생종, 비소세포폐암, 신장암, 호지킨림프종, 두경부암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함씨는 재발한 위암 치료를 위해 옵디보와 항암화학을 병용해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항암화학요법은 암 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설사, 탈모, 혈액세포 감소 등의 부작용이 동반된다. 그 밖에도 심장 콩팥 폐 간 등 여러 장기에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암과 힘들게 싸우는 환자들을 묘사할 때 주로 나오는 치료법이 바로 항암화학요법이다.

함씨는 “당시 결혼식을 앞둔 딸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 와중에 김 교수님이 화학요법을 잠시 중단하고 옵디보로만 치료를 진행하자고 권유해 주셔서 기꺼이 응했다”고 했다.

함씨는 부작용이 심했던 화약요법을 2차 이후부터는 휴약하고 옵디보를 통해 치료받은 지 한 달 만에 컨디션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고, 화학요법 치료를 받을 때 불편했던 속도 편안해져 딸의 결혼식도 무사히 치렀다.

김 교수는 “현재 함 선생님은 옵디보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CT 상에서 암세포가 거의 보이지 않는 완전관해 상태까지 도달했다”면서 “치료 효과를 기대하면서 옵디보를 선택했지만, 이 정도까지 기대 이상의 효과가 나타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옵디보-화학요법 병용 치료 과정에서 주로 나타나는 부작용에는 백혈구 감소,빈혈,울렁거림, 혈소판 감소,손·발저림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옵디보의 경우에는 면역관련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는데, 이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함영백 씨가  위암 극복 과정을 들려주고  있다.

◇HER2 음성과 치료제의 개발
위암은 폐암, 대장암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요 암종이다. 여기 원격 전이가 있는 위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김 교수는 생존율이 낮은 이유로 ‘신약의 부재’를 꼽았다. 원격 전이 단계에서 위암 환자의 생존율이 유독 낮은 것은 폐암 등 다른 암종에선 다양한 신약이 등장해 생존율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20여년 동안 화학요법 외 HER2 음성 위암을 위한 신약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먼저 위암은 병태 생리가 복잡하고 종양 내 이질성이 커 표적치료제 등 신약 개발이 어렵다””면서 “위암 질환 특성상 많은 환자들이 기본적인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후가 악화되기 쉽고 항암 치료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치료법이 없던 상황에서 기존의 고식적 항암치료가 주된 치료다 보니 환자들은 독성으로 치료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웠고, 이러한 점이 예후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옵디보로 치료하면서 장기 생존이 가능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기존의 고식적 항암제만 사용했을 때보다 옵디보를 기존 항암제에 추가했을 때 치료 반응률과 증상 개선 이점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2030으로 번지는 위암? 발견율이 높아진 것!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후에 발생률이 높았던 위암이 최근 들어 중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 세대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서서 젊은 위암 환자가 많아졌다기보다는 직장검진 등 건강검진 시행이 확대되면서 20~30대와 같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위암 발견율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암의 종류는 다양하고 환자 개개인마다 임상적 특징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연령대만으로 예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김 교수를 포함한 전문의들은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위암 호발 국가인 만큼, 젊은 연령대에서도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령과 관계없이 건강검진을 꾸준히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김 교수는 “항암 치료 특성상 전신 무력감, 구토, 피로감을 유발해 직장 생활 병행은 물론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렵다”면서 “옵디보와 같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기존 항암제에서 주로 나타나던 부작용은 비교적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교수가 위암 최초 면역항암제 옵디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암 최초 면역항암제…허가 2년, 급여는 아직
현재 옵디보와 세포독성항암제를 병용하는 요법은 승인됐지만 아직 비급여로 치료를 진행해야 해 환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큰 상황이다.

김 교수는 “위암이 국내 주요 발생 암 중 하나인만큼 옵디보 등 신약 요법에 대한 보험 급여가 조속히 적용돼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은 CM-649 임상에서 전체 환자군 대상으로 유의한 생존 개선 혜택을 보이며 PD-L1 발현율 제한없이 허가를 받았다.

다만, 현재 옵디보의 급여 기준이 PD-L1 CPS 5 이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급여 조건이 PD-L1 발현율에 따라 제한적으로 설정되는 경우 같은 원격 전이 위암 환자라도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는 해당 PD-L1 발현율 검사를 실시하기 위한 인프라와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PD-L1 발현율에 따라 옵디보 급여 기준이 확정될 경우 CheckMate-649 임상시험에 사용했던 항체를 사용해 PD-L1 발현율을 검사해야 하는데, 이를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은 현재 국내 약 10개 병원에만 세팅돼 있는 상황”이라며 “원내 플랫폼이 없어도 외부전문검사 수탁기관에 의료하면 검사가 가능하지만, 결과 수령까지 오래 걸린다. 옵디보 급여 등재 이후 환자들이 바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PD-L1 발현율 검사가 선행돼야 하는만큼 해당 진단 플랫폼이 빠르게 자리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국내 암 환자들에게
김 교수와 함씨 모두 암과의 싸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답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암을 최대한 이겨내기 위해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참하길 당부했다.

그는 “생존율, 중앙값 등 단편적인 수치만을 보고 자신의 상황에 낙담하는 환자분들도 있는데, 치료를 잘 받고 생존하면 환자 각자의 생존율은 100%이므로 절대 포기하지 말아달라”며 “의료진으로서도 환자들이 믿음을 가지고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암과의 싸움을 극복한 함씨는 “환자 입장이 돼보니 의료진으로서 환자에게 믿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의학기술의 발달로 계속 등장하는 좋은 신약들에 대해 의료진이 깊이 연구해 환자에게 회복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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