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에 있어 약제의 효과뿐 아니라 최소화된 이상반응과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엑스키비티와 알룬브릭은 환자에 권할 수 있는 훌륭한 치료제다.”
△산자이 포팟 로얄 마스덴병원 교수 = 사진 약업신문
영국 로얄 마스덴병원 산자이 포팟(Sanjay Popat) 교수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에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포팟 교수는 세계적인 폐암, 중피종, 흉선종 및 흉선암 치료 전문가로, 지난 18일 한국다케다제약의 주최로 진행된 ‘온코 서밋 2023(ONCO Summit 2023)’에 연자로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80~85%를 차지하고 있다. 폐암의 치료는 유전자 특성에 따라 치료 접근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치료에 앞서 어떠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사가 중요하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표적 치료제’의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 잘 알려진 비소세포폐암의 유전자 변이에는 △ALK(Anaplastic Lymphoma Kinase, 역형성 림프종 키나제) △EGFR(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표피성장인자 수용체) △ROS1 △KRAS 등이 있다.
비소세포폐암 표적 치료제가 발전함에 따라 기존에는 치료가 어렵던 폐암의 치료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특정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잭팟’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예후가 좋기도 하다. 이렇듯 표적 치료제의 발전에 따라 치료 트렌드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치료 트렌드는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향후 전망은 어떻게 될까? 포팟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Q.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치료에 대한 지침이나 트렌드 또한 급변하고 있는데, 변화 속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현재 비소세포폐암 치료 환경의 변화 속도는 정말 엄청나다. 올해 환자를 치료하는 방식이 작년에 사용했던 방식과 다르고, 작년에 사용했던 방식도 그 전 해에 사용했던 방식과 또 다르다. 빠르게 개발되고 눈부시게 변화하는 치료제는 환자들에게 큰 혜택을 준다고 생각한다.
이에 이러한 혜택들을 환자들에게 제때 전달하기 위해선 모든 임상의들이 관련 데이터에 대해 잘 숙지하고, 환자들에게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도록 잘 교육되는 것이 중요하다.
Q.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 시장의 변화 속에서 ‘뜨거운 감자’의 역할을 맡은 것은 무엇인지?
지금 폐암 치료에 정밀 종양학을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화두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유전자 검사’다. 모든 환자들이 효율적으로, 시의적절하게 유전자 검사를 받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결과를 신속하게 얻어 각 환자에게 맞는 정밀한 치료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는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이다. 해당 변이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비교적 낮은 생존율로 인해 오래전부터 문제시 되어 왔으나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었다. 그런데 해당 변이에 효과를 보이는 첫 번째 세대의 약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Q. 최근 EGFR Exon 20 삽입 변이에 대한 표적 치료제가 출시됐다. 출시 전후 치료 환경이나 환자 예후가 어떻게 달라졌으며 환자에게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표적 치료제가 등장하기 전에는 치료가 힘들었다. 해당 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 ‘유전자 분석을 통해 폐암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사용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없다’고 말해야 할 때 마음이 무거웠다.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고, 실제 생존기간 중앙값도 15개월 정도로 낮은 편이었다. 이 정도 생존기간은 10~20년 전 폐암 치료에서나 보던 생존기간이라 늘 안타까웠다. 또 이 환자들은 면역항암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크지 않았다.
다행히 EGFR Exon 20 삽입 변이에 대해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현재 엑 엑스키비티(모보서티닙)와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이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표적 치료제의 등장으로 인해 환자들이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됐다. 현재 표준 치료와 표적 치료 간 직접 비교 연구를 진행 중인데, 아직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지만 전체 생존기간이 매우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항암화학요법의 경우 생존기간 중앙값이 9개월 정도인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상의 일부 데이터를 보면 22개월까지 생존하는 환자도 있기 때문에 생존기간 연장이 상당히 크게 연장됐다. 따라서 EGFR Exon 20 삽입 변이 표적 치료제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Q. 엑스키비티는 EGFR Exon 20 삽입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유일한 경구제형의 치료제로 알고있다. 영국 내 의료진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영국에서 엑스키비티(모보서티닙)가 승인 후 사용되고 있는데, 여러 이유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첫 번째는 효과가 좋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경구제라는 특징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이유는 환자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특히 경구제로 유전자 변이 폐암을 치료하는 방식이 환자 입장에서도 편리한 치료법일 뿐만 아니라, 인력 등 의료 자원에 대한 소모도 적다.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환자를 원활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Q.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에 있어 ‘경구제’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가정에서 알약을 하루에 한번만 복용하면 되니까 환자들에게는 정말 큰 혜택이다.
약의 유효성도 임상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엑스키비티의 객관적반응률은 28%이며, 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반응지속기간 중앙값도 17.5개월로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 중 매우 긴 편이다. 덕분에 환자들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도 2년 정도 나오고 있다. 이는 표준치료인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훨씬 훨씬 훨씬(Much much much better)’ 더 길다.
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경구제인 엑스키비티가 없다면 환자들은 정맥주사 형태의 항암화학요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방식은 엑스키비티와 비교하면 치료 효과도 낮을뿐 아니라, 호중구 감소증, 패혈증 등으로 입원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반기는 옵션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Q.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혁신적인 표적 치료제들이 지속 등장하면서 다른 유전자 변이에 비해 치료 예후가 좋은 편이다. 최근 글로벌 치료 트렌드는 어떻게 나아가고 있으며, ‘치료 예후가 좋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한 마디로 ‘잭팟(Jackpot)’이다. 그 정도로 폐암 중에서 예후가 아주 좋은 편이다. 하지만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도 치명률이 높은 공격적인 암종이기 때문에, 만약 표적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전이와 뇌 전이로 인한 혈전 등이 많이 발생했을 것이다. 실제로 표적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기간 중앙값은 1년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현재는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ALK 표적 치료제를 표준요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4~5년 정도로 확인된다. 현재 가장 오랫동안 환자를 추적한 데이터에서는 생존기간 중앙값이 5년까지 확인됐다. 중앙값이 5년이라는 것은 ‘치명적이고 공격적인 암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50%가 5년까지는 생존을 한다’라는 뜻이다.
ALK 표적 치료제 시장은 처음에 1세대 크리조티닙을 사용하다가 2세대 표적 치료제 세리티닙이 출시되며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이뤄졌다.
그러나 현재는 세레티닙도 독성 때문에 이전만큼 많이 사용되지 않고, 알룬브릭과 알렉티닙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다. 3세대 표적 치료제인 롤라티닙도 높은 뇌혈관장벽 투과율을 보이며 사용되고 있는데, 안전성 문제때문에 1차 치료에서 많이 사용되진 않는다. 약효와 이상반응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여러 전문의들이 롤라티닙을 1차 치료로 사용할 때의 장단점에 대해서 논의 중이다.
Q. 올해 ASCO에서 비소세포폐암 진료 가이드라인 중 ALK 표적치료제 관련 변화가 있다고 들었다. 어떠한 변화인지, 또 변화의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ASCO 가이드라인은 최근 승인된 신약과 이를 사용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에 대한 내용을 실제 치료에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업데이트 됐다.
EGFR Exon 20 삽입 변이의 경우 해당 환자의 치료와 관리법에 대한 페이지가 새로 생겼다. 우선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재발 환자들에게 엑스키비티 등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도록 기재돼 있다.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변이의 경우 1차 치료로 알룬브릭, 알렉티닙, 롤라티닙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제 학계 전문가들에게 남아 있는 숙제는 EGFR Exon 20 삽입 변이나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 최고의 치료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 가능한 치료제를 어떤 순서로 사용하면 좋을지 파악하는 것이다.
Q, 알룬브릭은 2세대 치료제 중 가장 늦게 개발됐지만,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중인 약제다. 영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알룬브릭은 영국에서도 인기가 많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알렉티닙에 대비해 환자들이 복용해야 하는 알약의 개수가 적기 때문에 복용 부담이 낮다. 또한 유효성 측면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은 유사하게 나오고 있으나, 개인적인 경험상 알룬브릭이 근육통, 변비 등의 이상반응이 더 적은 것 같다.
그리고 알룬브릭은 뇌전이가 있는 환자들에서 효과가 우수하다. 뇌전이 환자에서 알룬브릭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24개월로 정말 좋은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추후 롤라티닙 등의 2차 치료도 받을 수 있는 길도 열어준다. 그래서 뇌전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당연히 알룬브릭을 사용하는 추세고, 뇌전이가 없는 환자라도 앞서 말한 복용 부담이나 우수한 안전성, 적은 이상반응 때문에 많은 임상의들이 선호한다.
알룬브릭의 이상반응으로 혈압에 대한 이야기가 가끔 나오기도 하는데, 사실 혈압은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이상반응이다. 또 혈액 검사에서 리파아제 또는 크레아틴인산분해효소 수치가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무증상으로 임상적으로 유의미하진 않다.
Q. 알룬브릭 사용 후 환자들은 상태가 개선됨을 느끼는지?
일반적으로 2주 간격으로 정기검진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환자들이 보편적으로 ‘4알 정도 먹었는데 벌써 증상이 괜찮아진다’라고 말할 정도로 반응이 매우 빠른 편이다.
보통 치료 시작 후 8주 정도 경과했을 때 CT를 찍는데 대부분의 환자에서 종양이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뇌전이가 있었던 환자들도 MRI를 통해 뇌에 전이된 병변이 많이 축소된 것을 확인하곤 한다.
뇌와 관련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으면 굳이 방사선 치료를 하지 않고, 바로 알룬브릭을 처방한다. 그 이유는 알룬브릭이 뇌 전이 그리고 인근 조직에 있는 종양들도 다 같이 빠르게 축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Q. ALK Positive UK를 비롯해 여러 환자 단체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폐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환우회를 지원하고 자문을 하는 것이다.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처럼 특정 암종 내지는 유전자 변이 별로 환우회를 만드는 게 치료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우회 활동을 하면 환자가 의사에게 배우기도 하지만, 그런 경험 속에서 의사들도 환자에게 배우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소통하며 다른 지역 환자의 치료 경험을 배우고, 그 중 최적의 치료요법을 찾고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ALK Positive UK라는 환우회는 정부의 인정을 받은 단체이기 때문에 급여 등 여러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에 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환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요한 경로인 셈이다. 그래서 의약품과 관련된 정책에 환자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되게 하기 위해서도 환우회 활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Q.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을 비롯해 폐암 치료에 있어서 남은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LK 양성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아직 해결하지 못한 큰 문제가 바로 내성 발생이다.
현재 개발 중인 4세대 ALK 표적 치료제는 내성 발현을 방지하는 기전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새로운 ALK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면 기본적으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알룬브릭, 롤라티닙 등을 사용하고 나서 재발한 환자들에게 사용을 하게 될 텐데, 그 환자들이 앞선 치료에 실패했던 이유가 내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우선 고려되야 한다.
더 나아가 2~3세대 표적 치료제를 거치지 않고 1차 치료부터 4세대 표적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지금보다 더 긴 무진행 생존기간을 보이는 치료제들을 개발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물론 모든 신약을 개발하는 데 있어 효과 뿐만 아니라 이상반응이 최소화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