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 “리베이트 제재, 환자보호 방향으로…신약개발 거버넌스, ‘보정심’ 지켜봐야”
[국회, 2023 제약바이오를 말하다]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위원
입력 2023.02.13 06:00
수정 2023.02.13 06:01
윤석열 정부 2년차인 2023년, 제약바이오정책은 큰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다.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이 수립‧시행되는 첫 해이자, 혁신신약 개발 강화, 비대면진료 제도화 등 새 국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국정계획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 협조와 목소리가 필수불가결할 터. 이에 약업신문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제약바이오정책에 대한 생각을 듣고, 앞으로 정부와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호에서는 제21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았던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위원의 올해 계획과 정책 방향을 전한다. <편집자>
“불법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 당사자 아닌 제3자가 피해”
“신약개발, 혁신수용 시장 필요…규제개혁 입법과제 머리 맞댈 것”
“보정심에 복지부‧식약처‧질병청‧과기부‧산업부 합쳐져…역할 파악 후 개혁 검토해야”
“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에 이어 후반기에도 복지위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비록 정세가 어렵지만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명바이오 분야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미래산업 중 하나라고 여기는 만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투자환경, 시장환경에 대한 제도개선 및 지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비추고 있는 위원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2023년 새해가 되자마자 법안 하나로 제약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와 급여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그동안 해당 법안이 불법리베이트 당사자 외 무관한 제3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돼 온 만큼,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막을 수 있는 의미있는 법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민석 의원은 “이번 건보법 개정안은 환자 권익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약가인하 및 급여정지라는 처벌 방식은 결과적으로 해당 약품 가격을 인상시켜서 해당 약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줬다. 이번 개정안은 문제가 되는 기업에 과징금을 도입해 소비자에게는 피해가 돌아가지 않으면서 처벌 효과를 얻으려는 방안”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개정안 시행 전 이를 위반해 법 시행 당시 약가인하 또는 급여정지 처분절차(소송 등 불복절차 포함)가 진행 중인 약제에 대해서도 제재처분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개정규정을 적용토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과거 건강보험법령을 내려놓고 새 법안의 취지를 적극 수용할 지 주목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개량신약 및 아세트아미노펜 품귀 사례가 약가 규제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혁신신약 개발에서는 혁신을 수용할 수 있다는 시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제약기업의 노력으로 혁신신약이 출시되더라도 건강보험에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긴 어렵다”며 “우리나라 의약품 규제와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의약품을 수입하던 시기에 설계돼 혁신친화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을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 규제산업인 제약산업은 정부 규제가 시장의 인센티브 구조를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정부 정책이 연구개발 지원정책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며 “국민건강과 제약산업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입법과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적극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그는 21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설립에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고도 약속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2021년부터 강화된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활동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신약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어서 여러 대안이 나왔는데, 현재는 연구개발사업 단위에서 범부처 단위의 협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2011년부터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신약개발을 위한 행정적인 지원체계가 통합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고, 현재는 국가신약개발재단으로 발전해 국가 수준의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과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단이 유사하게 부처간 협력 거버넌스로 운영되고 있는 점은 제약 및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사업이 단일부처 사업으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내는 사례”라며 “정책수준에서의 부처간 협력도 필요하다. 보건의료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주요 사안을 심의‧조정하는 보정심이 기존의 복지부, 식약처, 질병청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추가돼 운영되고 있다.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후 거버넌스 개혁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글로벌 백신 펀드, 올해 모니터링해 내년 예산 편성 힘쓰겠다”
“화상투약기‧공공심야약국 중 국민 신뢰 얻는 대안 무엇인지 살펴야”
“보장성 강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정부, 정치적 레토릭 멈춰야”
그는 K-글로벌 백신 펀드 예산이 복지위 증액 요구에도 불구, 정부 원안인 100억원으로 편성된 점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 원안에서도 500억원을 요청했으나, 기재부와의 협의과정에서 100억원 규모로 삭감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복지위에서 다시 원안으로 회복시킬 것을 요청했음에도 수용되지 않았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여러 펀드들이 존재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을 위한 펀드가 아직 필요하기 때문에 K-글로벌 백신 펀드를 제안했는데, 취지가 충분히 수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그것의 하나가 모태펀드를 통해 투자 자금을 공급하는 방법”이라며 “올해엔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투자심리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펀드 조성과 투자 과정을 모니터링해서 추경 또는 내년 예산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달 하순경 시범사업이 시작될 화상투약기 설치사업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약사사회는 실증특례 시범사업으로 시작되는 화상투약기 설치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만큼, 이로 인한 업계 내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헬스케어업체 쓰리알코리아가 개발한 한국형 화상투약기가 이달 하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약국 10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어 업계에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 의원은 “코로나19로 비대면진료가 시작됐고, 배달플랫폼‧금융플랫폼이 기존의 시장 질서를 변화시켜왔던 점을 생각해보면 화상투약기에 대한 약사사회의 우려는 타당하다. 화상투약기가 도입되면 투약기를 도입하는 약사들과 그렇지 않은 약사들 사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는 등, 약사사회는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모든 신기술이 시장에 도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약을 구하고 싶은 욕구가 존재한다. 또 기술적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시기의 비대면 진료 경험도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 방식은 다양하게 제기될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저는 심야시간 의약품 접근성을 위해 약사사회의 헌신으로 운영되는 공공심야약국에 주목하고 있다. 야간에 긴급하게 약품이 필요한 국민들이 화상투약기와 공공심야약국이라는 두 가지 대안에 대해 어느 편에서 보다 만족감을 느끼는지, 어느 편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여‧야가 크게 대립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정책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보장성 강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및 3대 비급여 해소 정책에서 시작됐다.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등 3대 비급여를 해소하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장성 강화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자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허점이 발생할 수 있고 사람들의 기회주의가 발생할 수 있다. 불요불급한 의료소비를 줄이고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대의를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에서는 건강보험을 지나치게 정치화하고 있다. 마치 건강보험에 심각한 누수가 있어서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진 것처럼 말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보건의료정책은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정책이다. 연속성과 신뢰가 중요한 정책을 정치적 레토릭으로 단정하고 비판하고 편가르기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도, 보건의료인력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정책은 레토릭에 비해 실제 내용이 지난 정부와 연속성을 갖는 측면이 많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영역을 정비하고, 소아과‧흉부외과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역을 보완한다는 내용은 의료정책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차원에서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며 “올해 정부가 발표할 건강보험 개편안에 보다 중요한 내용이 담길 거라 예상한다. 국회 복지위에서 꼼꼼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