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손엔 기타, 한 손엔 붓을 든 ‘Dr 스타일리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신철 원장
입력 2022.10.31 06:00 수정 2022.10.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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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을 독특한 화풍으로 그렸군. 이건 어떤 화가의 작품인가?”

 
“화가가 아닐세, 그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지.”
 
“음악가란 말인가?”
 
“사실은 환자의 마음을 보듬고 치료하는 일을 한다네.”
 
“화가이자, 음악가이자 의사란 말이군. 대단한 걸.”
 
“그런데, 그건 너무 길군. 이렇게 부르는 건 어떤가?”
 
“어떻게 말인가?”
 
“신철.”
 
 
대학병원에서 개인병원으로…자유로움에 빠지다
신철 원장은 올해 9월 17일 하나이비인후과병원으로 적을 옮겼다. 정년 퇴직할 때까지 줄곧 고대안산병원에 몸 담고 있던 신철 원장에게 대학병원과 개인병원에서 근무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대학병원과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가 주는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권위적인 걸 굉장히 싫어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여긴 그게 가능해서 좋더라고요.”
 
연구, 교육, 임상 등 대학병원 특유의 바쁜 일정들은 환자와 충분한 대화를 하기 쉽지 않았다. 환자들도 대학병원이라는 존재에 기가 눌려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곳에선 환자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기계적으로 진료보고 약 처방하는 건 인공지능이 더 잘할 겁니다. 사실, 좋은 의사는 다른 게 아닙니다. 잘 들어주는 게 좋은 의사예요. 인간적인 따뜻함을 주는 거죠. 병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심정의 환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다 토해내면 그때 비로소 제가 얘기를 합니다. 이게 제가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는 진료 패턴이에요.”
 
물론 대학병원이라고 인간적인 따뜻함이 없거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대학병원에서 5분 진료를 했다면 이곳에선 15분 진료가 가능하단 얘기다. 정해진 게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진료를 본다. 이게 바로 신 원장이 말한 자유로움이다.
 
“시간이 부족하면 제가 좀 일찍 오고, 또 늦게 퇴근하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환자들이 만족해 할 때 저는 행복을 느끼죠.”
 
 

음악가이자 화가…의사의 또 다른 삶
사실, 신철 원장은 오래 전부터 의사이자 기타리스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미 기사화가 많이 이뤄졌지만 그렇다고 안 물어볼 수는 없었다.  

“드럼도 치고 베이스도 치다 한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취업을 했어요. 그러다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면서 기타를 치지 못했죠. 그렇게 쉰 살이 되니 취미생활을 하고 싶더군요. 2009년, 다시 기타를 쳐볼까 하고 교대역사거리에 있는 악기점에 갔는데 거기서 두헌이를 만났죠.”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수리 맡긴 기타를 찾으러 악기점에 온 그룹 다섯손가락의 기타리스트 이두헌씨가 신 원장의 기타 연주를 듣곤 공연을 제안한 것.
 
“두헌이가 자신이 운영하는 와인바에서 같이 즉흥연주를 하자더군요. 그래서 난 30년 만에 다시 기타 사러 온 사람이라고 했더니, 치는 걸 들어보니 그냥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러더군요.”
 
이두헌씨의 제안에 그날 저녁, 연습도 없이 와인바에서 두 시간 동안 이씨와 함께 즉흥연주를 했다. 그게 인연이 돼 이씨의 가게에서 매달 2~3번 고정적으로 연주를 했다. 지금도 이씨와는 친하게 지낸다.
 
“코로나19 유행으로 3년 정도 연주를 못했어요. 얼마 전 두헌이가 전화해서 11월에 같이 공연을 하자고 했는데 도저히 시간이 없어서 12월로 미뤘죠. 비틀즈의 A Day in the Life 등 20곡 정도를 연습 중인데 이번엔 어쿠스틱기타로 공연할 생각입니다.”
 

기타리스트 신철도 유명하지만 최근엔 화가 신철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17년부터 체코화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보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간단해요. 집사람이 그림을 사달라고 했는데 돈이 없으니 내가 그려서 주겠다고 해서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그림인데 어느덧 개인전을 네 번이나 열었죠.”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느낌이 오는 대로 각 계절이 담고 있는 아름다운 순간만을 뽑아내 한 폭의 그림에 담는다고 했다. 그렇게 그리다 보니 계절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들은 하나의 연작이 됐다.
 
2019년엔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인 BTA와 합동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신 원장이 사랑하고 또 잘 할 수 있는 음악과 미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신 원장과 BTA는 공연 내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며 리듬에 맞춰 자신만의 그림을 채워나갔다. 공연을 본 관객들은 모두 환호를 보냈다.
 
“BTA와 공연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합동공연을 또 하자고 했는데, 안타깝게도 올해 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죠. 이런 걸 보면 A Day in the Life의 가사처럼 인생은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신 원장은 11월 16일부터 송도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아아트쇼에도 설산 등 여러 작품을 출품한다. 신 원장은 많은 사람들과 예술을 향유하고 또 나누고 싶어한다. 그가 자신이 그린 그림이 판매될 때마다 기부를 하는 이유다.
 
 

수면장애는 질환…조기 치료할수록 삶의 질 올라가

기타리스트와 화가로서의 재능이 뛰어나지만 어쨌든 신 원장의 본업은 의사다. 신 원장은 1999년 고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겸 수면장애센터장으로 취임과 동시에 수면장애치료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2001년부터 퇴직할 때까지 고대안산병원 인간유전체연구소장으로 재직하면서 수면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해 모두 211편의 SCI 논문 발간에 참여한 수면의학 전문가이다.
 
“사람은 인생의 1/3 시간 동안 잠을 잡니다. 잠을 자는 이유는 육체와 정신의 기능 회복인데요. 따라서 잠을 잘 못 자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죠.”
 
신 원장은 이유 없이 졸리고, 피곤하거나 기억력 및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히말라야 등반할 때 베이스캠프만 가도 산소 농도가 떨어져서 숨을 쉬기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들은 매일 밤 자면서 베이스캠프까지 올라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몸이 힘들 수밖에 없죠.”
 
불면증의 원인 대부분은 스트레스이기에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쉽고, 심한 경우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질환으로 인식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오랜 시간 방치하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어요. 당뇨나 빈뇨, 발기부전도 남들보다 빨리 오죠. 면역기능이 떨어지면서 모든 감염병에도 취약해집니다. 때문에 조기진단과 치료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치료도 잘 되는 질환이기에 조기에 발견할수록 삶의 질은 더 좋아집니다. 잘 때 산소공급만 원활해도 대사량이 5배까지 증가하죠. 즉, 잠만 잘 자도 살이 빠질 수 있다는 얘기죠.”
 
잠을 잘 잘 수 있는 팁도 공개했다. 코를 고는 사람도 옆으로 자면 거의 코를 골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제가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듯 본인에게 맞는 행복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지면 저절로 힘이 나죠.”      
 
신 원장은 오늘도 무아지경을 위해 한 손엔 기타, 한 손엔 붓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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