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입주기업들이 꽃 피울 때까지, 지원 아끼지 않을 것”
고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구축사업단 조금준 단장
입력 2022.10.17 06:00 수정 2022.10.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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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어두운 숲 속 여린 초록에 가만히 물을 준다.

 
초록을 가로막는 미로 같은 시련에 선을 긋고
 
물도, 흙도, 빛도 하나라도 부족하지 않게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추위에 떨지 않게 세심하게 보살피며
 
곧 다가올 따뜻한 봄날, 마침내 이렇게 말하겠지.
 
“자, 이제 꽃이 필 시간이야”
 
 
“합은 충분히 맞췄다. 이제는 성과를 낼 시간”
고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구축사업단 조금준 단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은 5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다. 뛰어난 실력에 설명도 잘하고, 친절해 산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최근에는 그 인기가 스마트 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업에게로 확장 중이다. 입주 기업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들과 스킨십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기 단장 취임 7개월을 맞아 소감과 앞으로의 추진 전략 및 방향을 물었다. 조금준 단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주기업들이 성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당 수의 기업들을 만나 합을 맞췄습니다. 앞으로는 점점 성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 단장은 입주기업 모두가 원하는 것이 다 다른 만큼, 지속적인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업에 대한 노하우를 원하는 기업이 있고, 의사의 자문만 필요한 기업도 있으며 의사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기업도 있어요. 또 임상 연구가 필요한 곳도 있는 등 정말 원하는 바가 다 다르죠. 때문에 계속 만나고 소통하면서 합을 맞춰나갔습니다.”
 
취임 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입주 기업들과 합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기 사업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 덕이다. 이와 함께 2기는 사업단 방향성에 맞게 웰니스, 의료기기, 메타버스 등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위주로 선정을 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입주 기업들은 의사들과 협업뿐 아니라 같은 입주기업 간 협업도 원하고 있어요. 그런데 너무 동떨어진 기업이라면 협업으로 인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죠. 또 스마트 헬스케어는 여타 제조업과 달리 공간이나 시설 등의 장애물이 적어 우리 사업에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 단장은 내년에 정부R&D 과제 등 큰 과제가 나오면 입주기업들과 임상의사 모두가 똘똘 뭉쳐 협업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1기의 연장선, 하지만 디테일은 다르다"

지난 3년간 활동한 1기는 송해룡 단장을 필두로 98개 기업 창업, 309억원 투자 유치, 225억원 규모의 정부 과제 수주 등 성과를 이뤄냈다.
 
조금준 단장에게 2기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물었다. 조 단장은 개방형실험실 자체가 기업과 임상의사를 매칭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1기나 2기가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전했다. 다만 디테일한 부분은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기는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것이라면 2기는 1기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시작하니 조금 다릅니다. 똑같은 것을 되풀이하지 않고, 1기 때 장점은 더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는 거죠.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 위주 선정 역시 그런 방향성에서 나온 것이고요.”
 
개방형실험실은 보건복지부가 2019년부터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시작한 사업으로 7개 대학병원이 주관기관으로 참여 중이다. 7개 참여기관 중 고대구로병원 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7개 기관 중 가장 많은 32개 기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들 기업 모두에게 소속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관리가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직접 찾아가는 것은 물론, E메일, 화상대화 등을 통해 수시로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또 단순 자문이 아닌 공동 개발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도 제공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큽니다.”
 
특히 조 단장은 올해는 임상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회사들이 제품을 들고 오면 평가를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임상적인 의미가 있는지 임상을 진행해 검증하는 단계까지 가려고 한다는 것.
 
“제품이 나왔는데 단순히 ‘좋다’라고 할 게 아니라, 병원과 환자 대상으로 임상을 했고 좋은 정도를 수치상으로 말할 수 있으면 기업들도 한 단계 더 점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국내 최초 클라우드 병원정보 시스템인 PHIS 등 병원 내 구축 인프라를 개방하고 G밸리 클러스터와 연계 가능한 점도 고대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이 갖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경쟁력 넘치는 입주 기업들"

입주 기업 중 경쟁력있는 기업들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조 단장은 난감해했다. 32개 입주기업 모두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기에 일부만 소개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조금 특색 있는 기업을 소개해달라고 질문을 바꿨다.
 
브레싱스는 2018년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Lab을 통해 분사한 기업이다. AI와 IoT 기반의 스마트 진단 폐활량계인 ‘BULO-M01’을 개발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숨케어는 천식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천식 환자가 사용하는 천식 관리 어플리케이션 ‘숨케어’를 운영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브레싱스와 숨케어는 비슷한 아이템을 갖고 있는 기업이어서 서로 상호보완적인 요소도 많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두 기업의 MOU를 성사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블루비커는 국내 최초 3D 메디컬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국내외 380여 대학교 연구실, 의료기기 회사, 제약회사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방대한 레퍼런스와 실력을 검증 받은 곳이다.
 
클래스브이알코리아는 교육전문 플랫폼 회사로 VR, AR을 통한 최첨단 교육을 제공하고, 아토플렉스는 분자 면역 진단기술과 IT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진단키트들을 개발하고 있다.
 
 

"개방형실험실은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하지만 병원 유인책도 있어야"

개방형실험실은 기업과 임상의사들의 매칭을 통해 임상자문, 임상시험 지원을 할 뿐 아니라 기술 및 마케팅 지원, 투자 연계 등도 돕는 한국형 의료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다만 의료혁신기업 창업의 산실로 완전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 필요한 것이 있다고 조 단장은 전했다.
 
“병원들이 개방형실험실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병원들이 굳이 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요. 예를 들어 개방형실험실 공간을 다른 진료과로 대체하면 병원은 수익면에서 더 도움이 되거든요. 그럼에도 개방형실험실을 해야하는 이유를 줘야죠.”
 
또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 중 투자자 및 예산 관리 등 개방형실험실에서 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부분들까지 개방형실험실에서 직접 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기에 이는 중앙에서 직접 관리하고 개방형실험실의 역할을 좀 가볍게 해주면 좋겠어요. 또 주관기관 별로 인프라 등이 다 다른데 이를 중앙에서 관리해 입주기업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요?”
 
아울러 현재는 입주기업들을 1년 단위로 받는데, 입주기업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게 좀 더 자유로워 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 단장의 최종 목표는 입주기업들이 상장 등 어떤 성과를 낸 뒤 이 곳을 떠나는 걸 보는 것이다. 성공 사례들이 쌓이고, 그래서 또 다른 기업들이 꿈을 안고 들어와서 성장하는 선 순환을 이루는 것.
 
“한 두 기업이 크게 성공해 병원에 기부라도 하면 병원 역시 R&D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개방형실험실이 그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조 단장은 입주기업들의 성공을 위해 오늘도 물을 주고 있다. 여린 초록들이 활짝 꽃 피울 따뜻한 봄날이 오기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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