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로봇수술 도내 첫 도입…강릉아산병원, 서울병원 수준으로 만들 것”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지역의료 현장을 가다 - ①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 인터뷰
입력 2022.09.05 06:00 수정 2022.09.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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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산병원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영동지역 내 중심병원으로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진료권역 내 중증환자들의 치료에 역점을 두는 한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대책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을 중심으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선두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는 올해 1월 강릉아산병원장으로 부임한 유창식 병원장을 지난달 26일 만나 지역 필수의료 개선과 지역 중추 의료기관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소회를 물었다. 대장암 전문가에서 병원장으로 변신한 그의 진료와 연구, 경영 활동에 대한 근황도 살폈다. 

유 병원장은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대장암센터소장을 역임한 손꼽히는 대장암 전문가다. 하지만 올해 1월 강릉아산병원장이 되면서 병원 경영 업무에 주력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평생 진료실과 수술실을 벗어나지 않을 것 같던 자신이 병원장으로 있는 현실이 조금은 아쉬운 듯 “강릉으로 부임할 당시 고민이 많았다”며 “남은 정년까지 의사 또는 연구자로서 낼 수 있는 성과와 업적, 강릉아산병원장으로서 낼 수 있는 성과와 사명감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병원장 부임 후 3개월 간은 연구와 수술보다는 행정과 경영 등 업무파악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고,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환자 진료와는 다르지만 병원장을 제 소임으로 알고 바쁘게 살고 있다”며 “그래도 전 임상의사가 맞는 것 같다. 환자와 진료현장에 대한 그리움과 허전함이 남아 일주일에 한 번 외래 진료와 수술을 하며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현장을 속속들이 알기 위해선 집무실에서만이 아닌 직접 환자 진료를 통해 경험하며 프로세스 개선점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며 “진료를 재개한 건 잘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지방에 있는 병원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은 의료진 확보다. 유 병원장 역시 이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고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의사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서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젋은 의사들을 지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역수당 지급과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부지 내 아파트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며 “재직 기간 중 본인이 원하는 해외 유수의 병원으로 1년간 연수도 보내주고, 의사가 요청하면 진료를 위한 첨단 장비와 인력 지원에도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나마 의사보다 인력수급 여건이 나쁘지 않은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태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부 내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간호사 전용 휴게공간 마련과 휴게지원 간호사 배치로 휴게기간을 적극 지원하고, 현장교육 전담간호사, 야간전담간호사 제도를 활성화 해 지속적인 근무환경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은 로봇수술센터로도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센터가 문을 연지 1년을 넘어서면서 1년만에 로봇수술 200례를 넘어섰고, 유방암 로봇수술의 경우 강원권에서 처음으로 시행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비뇨의학과에서는 후복막을 이용한 로봇수술로 장 천공이나 장 마비 등 복부 불편감의 부작용을 줄이고 빠른 식이 섭취가 가능해 환자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창식 병원장은 “저희 병원 로봇수술 분포는 대장암이 24%, 전립선암 20%, 자궁근종암 16% 순”이라며 “로봇수술은 국내 도입이 오래되지 않았지만, 현대 외과의 큰 패러다임 중 하나인 만큼 상급종합병원에선 필수적으로 해야 할 술기다”라고 말했다. 

특히 강릉아산병원은 영동지역에서 모든 응급질환과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으로, 이 곳이 개원한 이후 심장, 소화기, 호흡기를 포함한 모든 내과영역과 수술, 간이식 등을 포함한 외과 질환 등 중증질환을 모두 다루고 있다. 이에 유 병원장은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서의 사명감과 함께 사회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동시에 지역 필수의료 개선을 위해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료분야는 국가 균형발전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그 주체가 공공이던 민간이던 중요한 것은 환자들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돈 되는 진료과로 의사가 몰리지 않고 필수진료과로 의사가 골고루 분포되게 하려면 지방수당 등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보다 불리한 면이 많은데다, 환자의 지속적 진료와 안전을 위해서는 지역 필수의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요가 적기 때문에 운영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릉아산병원은 개원 초부터 지역 중심병원 역할을 해왔다. 상급종합병원 지정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감염병 관리 및 전담병동을 통한 중증환자 치료를 맡아왔다”며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심으로 외상, 소아심장, 소아외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참여해 응급환자 발생에 적극 대처하고 있고, 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은 많은 전담인력 투입과 적자에도 불구하고 소명감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적정성 평가에서 도내 유일 1등급을 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농어촌 지역은 인구 감소뿐만 아니라 고령화에 따른 치매 환자 증가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오른다. 강릉아산병원은 지역 중추 의료기관이지만, 영동지역의 노인비율이 높은 만큼 기관 자체만으로는 지역 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유창식 병원장은 “저희 병원은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들과의 협업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예로 강릉시 치매안심센터, 강릉아산병원, 요양병원의 협업 모델로 파트너십을 구성해 체계적인 지역 내 치매 예방 관리에 기여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또한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 환자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 현상 역시 강릉아산병원이 넘어야 할 산이라고 그는 말한다. 유 병원장은 “실제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할 당시도 강원도에서 많이들 (환자들이) 찾았던 것 같다. 서울에서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1‧2차 의료기관을 거쳐 수술까지 약 한 달 정도 걸리는 반면, 이곳 강릉아산병원에서는 타병원에서 의뢰가 오면 다음날 진료를 잡고 외래 당일 입원 후 정밀검사에 들어가 일주일 내에 수술까지 진행하는 치료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도권 병원과는 달리 입원 치료를 지원하고 있어 환자들의 경제적‧시간적 혜택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에서 암 수술 후 방사선 치료 등 사후 치료를 위해 저희 병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역 환자들이 지역의 병원을 이용하지 않으면 좋은 병원들이 하나둘 사라지게 된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그는 “최근 고성, 양양 지역의 관내 입원율은 제로다. 입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는 얘기다. 결국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보게 된다”며 “환자가 언제나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진료환경을 구축하고, 경쟁력 있는 진료역량을 갖춰야 한다. 지역의 병의원들도 상생하는 의료 생태계를 만들어 환자들의 지역 내 치료 완결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창식 병원장이 강릉아산병원장에 부임한지도 어느덧 8개월이 흘렀다. 2년이라는 임기동안 커다란 성과를 남기기란 어쩌면 욕심일 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잘 치료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떠나는 ‘좋은 병원’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저는 전세계 10위권인 서울아산병원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높은 수준의 의료를 경험했다. 우리 병원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일부 부족한 부분을 끌어 올리는 게 1차적인 목표”라며 “동쪽에는 동해바다, 서쪽에는 백두대간이 보이는 이곳에서 지역민들을 위해 서울병원 수준의 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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