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막성 심질환에도 NOAC 사용 새 기원 열릴 것”
홍그루 교수 “세계 최초 RCT 연구서 와파린 대비 비열등성 입증”
입력 2020.03.31 12:00 수정 2020.03.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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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비타민 K 길항제(VKA)의 역할 대체 가능성을 제시해 온 비타민 K 비의존성 경구 항응고제(NOAC). NOAC의 활약은 비판막성 심방세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최근에는 VKA를 대체해 처방될 정도로 높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막성 심방세동과 달리 판막성 심질환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NOAC이 와파린을 대신해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 조직 판막 치환술 또는 판막 성형술 환자를 대상으로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직 인공 판막 치환술 또는 판막 성형술 환자를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무작위, 전향적, 직접비교(Head-to-head) 연구인 동시에 와파린과 에독사반(상품명: 릭시아나)을 직접비교한 RCT 연구인 ENAVLE 연구가 30일(현지 시간)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20 World Congress of Cardiology)에서 발표됐다.

해당 ENAVLE 연구에 참여한 세브란스병원 순환기내과 홍그루 교수는 “연구 결과, 에독사반은 와파린에 비해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충분히 만족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본다면, 기계판막 외의 판막수술 후 환자에게 항응고요법으로 와파린을 대체해서 에독사반을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브란스병원 순환기내과 홍그루 교수가 인터뷰하고 있다.
연구 배경에 대해 홍 교수는 “판막 치환술이나 성형술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 후에 와파린을 복용하면서 출혈, 혈전, 뇌경색을 경험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을 느꼈다. NOAC이 출시되고 난 뒤, ‘기계판막(Mechanical valve) 또는 조직판막(Tissue valve)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도 와파린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마침 약 2년 후 RE-ALIGN 임상시험이 실시됐지만 기계판막 치환술 환자에서 다비가트란과 와파린의 효과 및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 혈전 색전증성 질환, 출혈성 사고 모두 와파린 대비 다비가트란에서 위험성이 높게 나타난 것. 그 임상으로 인해 진료현장에서는 기계판막수술 환자들에게 NOAC 사용금지사유(contraindication)가 됐다.

그는 “그러나 기계판막과 조직판막은 다르다. 기계판막은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위에 혈전이 생기지만, 조직판막은 수술 이후에 실밥이나 주변의 조직 연결 부위에 혈전이 생기기 때문에 자기 조직으로 덮이고 나면 혈전이 덜 생긴다. 그래서 5년 전부터 이 점에 관련한 임상 연구의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NOAC으로 진행된 연구들에서 혈전색전증(Thrombo embolism) 발생 수치를 보면 약 2,000명에서 3,000명 수준이다. 색전증 발생이 너무 많아 연구 설계 및 관찰 측면에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중요한 논문이 등장했다. 조직판막 수술 약 1년 후 CT 촬영 결과 약 3-5%의 경우에서 혈전이 관찰됐다는 논문이었다. 이에 CT 촬영을 통해 혈전 발생 등 임상적 사건(clinical event)을 확인해 보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시작된 임상시험에는 승모판막(Mitral valve)/대동맥판막(Aortic valve) 조직판막 치환술을 진행환 환자 또는 승모판막 성형술을 진행한 환자가 참여했다. 기존에 와파린을 반드시 써야 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기계판막 치환술을 받은 환자는 관찰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술 후 회복될 때까지는 주사 투약 등을 유지했다. 그리고 퇴원 시 와파린과 에독사반 각각의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해 3개월 투약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1차 평가변수는 혈전 생성 유무와 임상적 사건(Clinical event), 2차 평가변수는 출혈 등의 안전성(Safety)을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생명의 위협이 될 만한 주요 출혈(Major bleeding) 발생 결과를 살펴보면, 연구 전에는 에독사반 그룹에서 혈전 생성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놀랍게도 연구 결과에서는 에독사반 그룹에서 혈전 생성 사례가 전혀 보고되지 않은 것. 다만 아주 심각하지 않은 출혈(Minor bleeding)은 에독사반 그룹에서 조금 더 많이 관찰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다.

그는 “연구에서는 주요 출혈(Major bleeding)과 같이 생명이 위중할 정도의 출혈 위주로 관찰했다. 와파린 그룹에서는 뇌출혈(Cerebral hemorrhage)이 발견됐지만 에독사반 그룹에서는 없었다. 위장관 출혈(GI bleeding)은 에독사반 그룹에서는 나타났지만 와파린 그룹에서는 없었다. 또한 두개 내 출혈(ICH)과 같은 위중한 출혈(critical bleeding)은 에독사반 그룹에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단, 와파린 그룹에서는 뇌출혈이나 혈전 발생 사례가 보고됐다. 이는 퇴원 일주일 후, 1개월 후, 3개월 후에 검사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 기간 동안 INR 수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식품을 섭취해 뇌출혈 또는 혈전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문제로 추측된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이어 “한 가지 문제는 NOAC 투여군에서 위장관 출혈과 같은 일반적인 NOAC의 문제점이 비슷하게 발견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차 종료점(primary endpoint)에 대해서 비열등성(Non-inferiority)을 충족했으므로, 통계적으로 이러한 부작용이 크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와파린과 에독사반에 있어서 비열등성은 충분히 만족할 정도로 전체적인 결과가 분석됐다. 임상적 사건, 혈전, 안전성 모든 측면에서 통계학적으로 비열등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본다면, 기계판막 외의 판막수술 후 환자에게 항응고요법으로 와파린을 대체해서 에독사반을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 환자들에서 NOAC이 와파린을 대체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임상적 이점으로 ‘식이요법이나 다른 약 복용과 같은 민감한 문제를 환자들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짚었다.

홍 교수는 “환자가 퇴원할 때 식이요법을 교육하면 환자들이 ‘그럼 뭐 먹고 살아요?’라는 하소연을 가장 많이 한다. 푸른 채소, 콩, 두부, 두유 등이 제외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특히 관리가 힘들 수밖에 없다. 식이요법 뿐 아니라 다른 약을 못 먹는 것도 환자들이 관리를 어려워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임상을 넘어 가이드라인 변경까지 이뤄내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도 고려했던 목표다. 아마 미국심장학회(ACC.20/WCC)에서 Late-Breaking Session에서의 발표를 승낙한 것도 그런 가능성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인해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 보다는 가이드라인 변화에 인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와파린은 비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약이지만 환자들의 삶의 질 측면에서는 관리하기 힘든 약 중 하나다. NOAC은 이런 문제를 상당히 극복해 냈다는 점에서 최근에 출시된 약물 중 가장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 의약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번 연구로 인해 NOAC 사용의 새로운 기원이 열려 수술한 판막의 심방세동 증상 발현 문제에도 이용되는 사례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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