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K4/6 억제제, 삶에 대한 힘과 용기 생기게 해”

항암요법 시작 시점 연기시켜 삶의 질 증가…탈모·통증 감소도

기사입력 2019-12-09 06:00     최종수정 2019-12-09 09:46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스크랩하기 목록보기   폰트크게 폰트작게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는 다르다. 조기 유방암은 보통 90% 이상의 환자들이 완치되는 반면, 전이성 유방암은 평균 수명이 2~3년 가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율은 향상되는 추세다. 기존 치료제보다 이상 반응은 낮추고, 효과는 높인 신약들의 등장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CDK4/6 억제제의 개발은 HR+/HER2- 유형의 유방암 치료 환경을 상당 부분 바꿔놓았다.

약업신문은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인 이근석 교수와 전이성 유방암 환우에게 CDK4/6 억제제의 개발 및 도입이 가져온 치료 환경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 1 -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 이근석 교수]


이근석 교수는 "CDK4/6 억제제가 유방암 치료 과정에 도입되면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HR+/HER2- 유방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면 기존에는 곧바로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CDK4/6 억제제가 치료 과정에 도입되면서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이 많아졌다는 것.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 치료의 시작 시점이 연기된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근석 교수는 "암 환자 치료 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환자가 일상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느냐, 또 자신감을 갖고 지낼 수 있느냐다.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 특히 머리가 빠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 가발을 쓰면 된다고 위로해 드리지만, 실제로 사회생활을 하는 환자들의 경우 이 부분에서 자신감 하락을 경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CDK 4&6 억제제는 탈모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탈모가 사소한 문제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일하는 여성들이 많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탈모 증상이 거의 없고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힘과 보람, 용기를 얻는다고들 이야기한다.

이근석 교수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19에서 발표된 연구들을 봐도 CDK4/6 억제제는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MONARCH-2 임상에서는 폐경 여부에 관계없이 기존에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었던, 암이 이미 진행된 환자를 대상으로 아베마시클립(상품명: 버제니오)과 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을 시행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이 유의미하게 증가됐다"고 말했다.

또 "이것은 환자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생존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환자가 삶의 질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생존 기간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에겐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석 교수는 아베마시클립의 Early Access Program을 통해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 대상 처방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교수는 "직접 처방해 본 결과, 뼈 전이 환자의 경우 전이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분들이 치료제 복용 전 보다 전이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는 정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즉, 진통제 없이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환자가 진통제 거의 없이도 생활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근석 교수는 “아직 고민이 되는 부분은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좋은 약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여성들이 가정과 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 측면에서 생각해 본다면 치료 옵션의 적극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이 지원된다면 가정이나 일터에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분들이다. 국가적으로 조금 더 큰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보험정책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곧, 단지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되는 비용이라고 생각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인터뷰 2 -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우]

- 유방암은 처음 진단되었을 때 보다 전이되었을 때 좌절감이 더 크다고 들었다. 본인의 경험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

아직 한창 젊은 시기였던 40대, 어느 날 왼쪽 가슴에 몽우리가 져서 병원에 방문했다가 유방암을 진단받았다. 당시 초기여서 바로 절제술을 받았고, 이후 항암화학요법 없이 늘 그래왔든 열심히 10년을 살아내다 2017년 폐로 암이 전이된 것을 확인했다.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마침 아들이 결혼날짜를 받았던 때여서 마음이 더욱 복잡했다. 아들 결혼식을 간신히 치른 후, 호르몬 치료와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시작하였고, 좀 나아지다 안 좋아지고, 또 다시 치료를 받아도 별 효과가 없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대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암이 생겼던 초기엔 환자들 모임에도 들어가서 활동했는데, 가까이 지내며 서로 힘이 되어주던 분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면서 점점 활동하기가 몸도 마음도 힘들어졌다. 등산을 꾸준히 하며 체력을 다지고 몸과 마음을 관리해 왔는데, 항암화학요법 후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져서 취미활동도, 인간관계도 다 끊어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 와 암 치료에만 전념해 왔다.

- CDK4/6 억제제로 치료받으신 경험에 대해 간단히 공유해 주신다면.

암이 유방에서 폐로 전이된 이후, 거의 인생을 포기하고 싶었다. 병원을 다녀오면 며칠 동안 꼼짝없이 앓으며 통증과 싸워야 했고, 온 몸이 붓고 저리고 머리가 빠지는 등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CDK4/6 억제제는 항암화학요법보다 나을 것이라 들었고, 실제 경험해 보니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아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측정해 주는 각종 암 관련 수치도 매달 좋아지고 있고, 스스로도 몸 상태가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감정적으로도 좋아져, 항암화학요법 기간 동안 잊고 있던 인간관계, 취미 활동도 다시 해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환경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 어떤 환경이 되었으면 하나.

(좋은 치료제의 등장으로) 삶에 대한 힘과 용기가 생기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다른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도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약을 경험하기 전 여러 가지 치료법을 겪어보았던 입장에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이야기라도 전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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