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멀리서 보기에 명료해보이지만, 여러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렵다. 특히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약사법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러한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한 가지 시도가 이뤄져 주목된다.
최근 미국으로 연수를 떠난 식품의약품안전처 유대규 사무관은 연수에 앞서 '문답으로 이해하는 약사법 1편(이하 약사법 문답)'을 집필·출간했다.
지난 2000년부터 식약처에서 근무하고, 2016년부터 2년간 복지부에서 약무행정을 담당한 18년 간의 경험을 정리한 것이다.
유 사무관은 "2016년 2월부터 2년여 동안 복지부에서 약사, 약국, 의약분업과 관련된 약사법 이슈를 거시적 미시적으로 다룰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며 "의료법을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약사법 해석의 폭과 깊이가 풍부해지는 경험도 했는데, 이렇게 알게된 약사법을 잊기 전에 기록해 두고 싶었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약사법 문답'은 제목에서 표현된 것처럼 사례별 약사법을 문답 형식으로 구성한 책으로, 법률 해석에 필요한 입법취지와 연혁도 조항마다 정리했다.
유 사무관은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물어보지 않았으면 하는 가상의 질문을 만들어 사견을 전제로 답을 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원 판례, 법제처 법령해석 등도 빠짐 없이 붙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무자격자가 환자에게 복약지도를 한 경우 약사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약국 개설자가 약국 관리업무를 다른 약사·한약사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있을까', '의사가 백지 메모지에 작성한 처방에 따라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한 경우 어떻게 될까' 등 당연한 듯 하지만 현장에서 판단이 어려운 여러 질문과 답이 수록돼 있다.
이 질문들에 최대한 간단히 답을 하면 '무자격자의 복약지도는 약사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른 약사·한약사에게 약국 관리를 전적으로 맡기려면 '타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의사의 백지메모에 따른 조제는 담합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등이다.
해당 사안들에 관한 구체적은 법령상 근거나 해석의 자세한 내용은 책에 수록돼 있다.
아울러 유대규 사무관은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선배의 고민과 흔적을 남겨두고 싶었다고 또다른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는 "공부를 해도 도통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앞서 경험한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선배들도 고민만 하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많다"며 "당연히 정리된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미래 후배들을 위한 고민과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을 계기로 약사법을 다루는 좀더 수준 높은 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유 사무관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라면 훨씬 더 잘 썼을텐데'라고 생각한다면 일단의 제 목적은 달성된 것"이라며 "많은 유능한 동료들이 우리의 지식과 사고를 더욱 깊고 넓게 만들어 줄 책들을 집필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대규 사무관은 "너무너무 고마운 동료들이 많다"며 "책 머리말을 통해 그 분들의 이름을 한 분 한 분 언급했지만 그 외에도 너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특히 이 책을 쓰는동안 복지부 약무정책과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들이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