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이제 시작이야” 가능성 넘어 블록버스터 노린다
최초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3분기만 순매출 약 2970만 달러
2024년 1분기 기준, 3상 3건, 2상 20건 등 중후기 단계 증가
근본적 치료 강점 내세워 미충족 의료 수요 높은 질환 타깃
입력 2024.05.13 06:00 수정 2024.05.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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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바이오코리아 2024' 콘퍼런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도전과 기회' 세션에서 좌장과 연자들이 토론하고 있다.(왼쪽부터)고바이오랩 이한승 부사장, 리비옴 김영현 연구소장, 에이치이엠파마 지요셉 대표,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면역학 박준석 강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준태 상임 컨설턴트.©약업신문

지난해까지 뜨거웠던 마이크로바이옴 열풍이 식어가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들이 당장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고, 세계 최초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은 자신만만하다. 첫 경구용 치료제가 탄생한 만큼 성공 가능성이 증명됐고, 후보물질들도 후기 임상시험에 접어듦에 따라, 본격적인 마이크로바이옴 열풍은 이제 시작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리비옴 김영현 연구소장은 “'보우스트(Vowst)'가 임상시험에 성공하고, FDA 승인을 획득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면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효과를 내고,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질환을 타깃하는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어, 향후 블록버스터급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도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바이오랩 이한승 부사장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부사장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과 암, 비만, 당뇨, 심장질환, 류마티스 관절염, 심지어 우울증까지 다양한 질병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확인됐다”면서 “이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기술과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현 연구소장과 고바이오랩 이한승 부사장은 10일 막을 내린 '바이오코리아 2024' 콘퍼런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도전과 기회' 세션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해당 세션에는 김 연구소장과 이 부사장과 함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준태 상임 컨설턴트,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면역학(Harvard Medical School, Instructor in Immunology) 박준석 강사, 에이치이엠파마 지요셉 대표가 연자로 나섰다. 

'바이오코리아 2024' 콘퍼런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도전과 기회' 세션 현장.©약업신문

보우스트는 경구용으로 FDA에 처음 승인을 획득한 미국 세레스 테라퓨틱스(Seres Therapeutics)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다. FDA는 2023년 4월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에 대한 항균 치료 후 재발을 예방하는 용도로 보우스트 사용을 승인했다.

보우스트 출시 후 약 1년이 지난 시점, 평가가 갈리고 있다. 보우스트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연말까지 약 1960만 달러(약 267억8340만원)의 순매출(Net sales)을 올렸다. 올해 1분기 순매출은 1010만 달러(약 138억165만원)로 지금까지 총 순매출은 2970만 달러(약 405억8505만원)다. 시장에선 최초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타이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순매출로 다소 실망한 분위기다.

반면 바이오헬스 업계에선 향후 블록버스터 탄생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보우스트는 기존에 없던 신규 모달리티라는 것을 고려해 매우 적은 적응증만 타깃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3분기만에 달성한 순매출과 환자 사용 증가세는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보우스트가 승인받은 적응증은 'CDI 항균 치료 후 재발의 예방'이다. 현재 CDI 1차 치료제로는 반코마이신(Vancomycin), 피닥소마이신(Fidaxomicin)과 같은 항생제가 사용된다. CDI 발병 주요 원인은 항생제 장기간 사용으로 장 내 유익균 감소로 인한 장 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과증식이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다시 항생제로 해당 균을 없애고 있다. 마치 장 내에서 벌어지는 치킨게임(Chicken game)과 같다. 보우스트는 이러한 치킨게임이 아닌 과학적으로 증명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서 CDI를 근본적으로 방지한다.

나아가, 감기 장염 외 수많은 감염 위험이 있는 질병 치료에도 항생제가 사용된다. 이때 위장약과 유산균이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당 질환의 치료제(항생제 등)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CDI, 유익 유산균 사멸 등)을 방지하기 위함인데, 보우스트(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이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 즉, 타깃하는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보우스트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양한 적응증으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세레스 테라퓨틱스 에릭 샤프(Eric Shaff)  CEO는 “만성 간 질환, 호중구감소증, 장기 이식 등 다양한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allo-HSCT) 환자에 동반되는 합병증인 혈류 및 위장관 관련 세균 감염 예방 및 중증 급성 이식편대숙주병(GvHD) 치료제 'SER-155' 1b상을 시작했다. SER-155는 지난 1월 FDA로부터 패스트 트랙 지정(Fast Track Designation)을 받았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연구개발 동향.©고바이오랩, GlobalData

마이크로바이옴 임상시험이 다변화 고도화되는 추세다. 고바이오랩 이한승 부사장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임상 3상은 3건, 2상은 20건으로, 중후기 임상 단계 신약 후보물질이 증가했다. 임상 1상도 23건을 넘어섰다. 타깃 적응증도 과민성대장증후군(IBS) 및 염증성장질환(IBD) 다음으로 항종양이 19건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대사성 질환, 아토피 및 건선, 감염 질환, 자폐스펙트럼장애까지 현재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질환으로 확대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모달리티도 변화하는 추세다. 기존 증여자 유래 컨소시아(Donor-derived Consortia) 및 분변이식(FMT)은 2023년 2분기 전체 중 12%(7건)에서 2024년 1분기 11%(8건)로 큰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합리적 설계 컨소시아(Rationally-designed Consortia)는 2023년 2분기 대비 약 4%(6건), 단독 균주(Single Strain)은 3%(9건) 증가했다. 유전자변형 박테리아(Engineered Bacteria), 박테리아 대사체 및 단백질(Bacterial Metabolism & Proteins)은 기존 대비 각각 1건 감소, 1건 증가했다.

에이치이엠파마 지요셉 대표는 “1969년부터 마이크로바이옴의 유망성을 제시하는 논문이 발표됐지만, 완벽하게 MOA를 증명할 수 없는 한계가 마이크로바이옴 발전의 원동력 저해 요소로 작용했다”면서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이 분비하는 대사체와 이에 따른 작용기전(MOA)까지 특정할 수 있을 만큼 연구가 고도화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치료제로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버드 대학교 박준석 교수는 “장내 미생물군은 면역관문억제제(ICI) 치료 중 항종양 면역의 중요한 조절자라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에서 증명됐다”면서 “향후 마이크로바이옴은 ICI에 대한 항종양 반응 향상 및 불응성을 개선하고, 새로운 암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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