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정부도 모두 “국민 위한다”는데…파업 핵심요구 사항 들여다보니
보건의료노조 17일부터 무기한 파업 예고…정부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격상
입력 2023.07.14 06:00 수정 2023.07.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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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광화문 폭우 속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보건의료노조 총파업대회에서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를 향해 7대 요구사항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 진료실에 비상이 걸렸다. 파업에 돌입한 보건의료 인력들이 폭우 속에 광장으로 나와 주5일제와 주40시간제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다. 19년 만에 열린 사상 최대 규모의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눈길이 쏠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13일 오전 7시를 기해 산별총파업투쟁에 돌입하고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이번 총파업에는 조합원 4만5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정부를 향해 7대 요구 수용을 강력히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총파업 투쟁의 목적을 근로조건 개악 없는 주40시간제와 의료기관 주5일제 쟁취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병리사, 요양보호사, 보호사, 원무과‧총무과, 전산실, 청소‧시설‧주차‧보안 등 60여개 직종에 종사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이게 정치파업이라면 하겠다, 간병파산‧의료기관 경영위기 해결하라” 
나순자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돈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우리보고 환자를 방치했다고 한다. 누가 환자를 방치하고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고 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치료받지 못하고 의사 찾아 삼만리다. 의사가 없어서 대리 수술, 대리 처방 등 불법 의료가 판을 치고 있다. 이게 진짜 환자를 방치하는 것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나 위원장은 “우리가 일하는 의료현장은 지금 인력대란이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66%가 이직을 고려하고, 신규간호사 52.8%가 1년 안에 사직하는 현실이다. 인력이 부족해서 필수진료과가 문을 닫고 있다. 극심한 인력부족. 심각한 인력구인난, 이것이 진정한 진료차질이고 의료공백”이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일각에선 정치파업 하지 말라고 한다. 한달에 400만~500만원이나 하는 간병비 때문에 국민들이 ‘간병파산’ ‘간병살인’으로 내몰리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빨리 전면 확대하라는 파업이 과연 정치파업인가”라고 일갈했다.  “고사직전인 코로나19 전담병원들은 병상가동률이 50% 미만이다. 이대로 놔두면 경영위기에 임금체불, 기능마비를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가 회복기 지원을 끊었다. 정부 명령 따라 일반진료를 포기한 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국민생명을 살렸는데 코로나19가 끝나니까 토사구팽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 정상화될 때까지 회복기 지원을 확대하라는 파업이 정치파업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최소한 밥 먹을 시간, 화장실 갈 시간이라도 보장되면 좋겠다. 더 이상 불법의료로 내몰리지 않고 의사 업무는 의사가, 약사업무는 약사가, 간호사업무는 간호사가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우리의 파업은 환자안전과 국민생명을 지키기 위한 아름다운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의 간병비 고통 해결하라, 부족한 인력문제 해결하라, 국민생명 살려낸 공공병원 살려내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어진 현장발언에선 동헌 남원의료원지부장과 공지현 한양대의료원지부장이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코로나19로 감염병 환자만 치료해 이젠 고사위기…정부는 나몰라라”
동헌 지부장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지방의료원과 특수목적공공병원들은 신종감염병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명령으로 전 병동을 비웠으며, 코로나19 환자만 입원시켜 감염병과 맞서 싸워왔다”며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처할 팬데믹 상황을 대비하고 준비해야 하는 공공병원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했던 공공병원들은 코로나19 때 사라졌던 의사와 환자들이 전담병원 해제 이후에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전담병원들은 병상가동률이 4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매월 병원 적자가 8억원에서 20억원까지 나고 있다. 이렇게 거의 모든 전담병원들이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재 우리는 재정난에 허덕이며 임금체불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행정명령대로 일반 환자 다 내보내고 코로나 환자만 본 결과인데 지금 정부는 나몰라라하며 토사구팽하고 있다. 노사협정마저 경영상 이유를 대며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정부를 규탄했다.  

그는 “정부가 회복기 손실보상금 지원 확대 및 공공의료확충을 강화하고 적자를 책임져 달라”며 “국가가 나서서 감염전담병원들의 회복기 지원 기간을 연장하고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노동자 인력확대에 투자해달라”고 호소했다.  

25년차 간호사인 공지현 한양대의료원지부장은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간호사 1명이 적게는 8명에서 많게는 40명까지 평균 20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10시간이 넘게 근무하면서 밥을 못 먹는 것은 당연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다 지쳐 퇴근할 때면 언제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며 “25년간 많은 동료들이 현장을 떠났다. 그 피해는 결국 병원과 환자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는데 왜 병원 인력은 안 변하는 걸까.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파업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폭우 속에서도 피켓을 들며 정부의 전향적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약업신문 

◆노조, 복지부 규탄하며 7대 요구사항 강조
이날 노조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규탄하며 이번 파업의 핵심 사안인 7가지 요구사항을 강조했다. 이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 위한 의사인력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 위한 회복기 지원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과 9.2노정합의 이행 △노동개악 중단과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 등이다. 그 중에서도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와 간호사 인력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 위한 지원 등을 보다 강조하고 있다.

나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하더라도 환자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생명과 직결된 업무에 필수인력을 투입할 것”이라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응급대기반을 구성‧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노조가 14일까지 파업을 진행하고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는 등에 따라 진료 공백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경보 ‘주의’ 단계 발령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파업 상황점검반’을 ‘중앙비상진료대책본부’로 전환하고, 시‧도 및 시‧군‧구별로 비상진료대책본부를 구성해 필수유지업무를 점검하는 등 파업에 따른 진료 차질에 대비해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는 것. 이를 위해 14일에는 시‧도 부단체장 회의를 통해 의료기관 파업상황과 대응현황을 논의할 예정이다.

조규홍 장관은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현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며 “국민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보건의료인들이 환자 곁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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