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필수의약품 품절 현상이 심각해지자 소청과 의료진과 약사들은 이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제약사에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오미크론 사태 이후 품절약 사태는 1년째 이어지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는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1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소아청소년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 최용재 부회장은 소아 중증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선 안될 필수약들이 품절돼 환자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 시약인 렐레팍트는 1년째 구할 수가 없다"면서 "선천 기형이나 수술 후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확진에 필요한 약이 없어서 치료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중증질환 필수약인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 터너증후군 치료제(프레미나정), 성조숙증 필수 진단 시약(렐레팍트 LH-RH 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 성조숙증 치료 주사약(데카펩틸 주사약),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콧물약, 진해거담제, 해열제, 장염 지사제 등 품절 필수의약품 개수는 141개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성조숙증 치료제 데카펩틸 3.75밀리그램(한국페링)은 수입물량 제한으로 상급병원 이외에는 공급이 제한돼, 트립토렐린제형이 필요한 소아에서 농양 등 대체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호르몬결핍증 주사제인 노디트로핀, 노디플렉스(노보노디스크)를 구할 수 없어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를 제때 못하고 있다. 터너증후군 환자에게 평생 에스트로겐을 보충하는 유일한 보험약제인 프레미나정 0.3밀리그램(다림바이오텍)도 품절로 인해 환자의 여성성 발달이 안 되고 어린 나이에 골다공증을 앓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중증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을 위한 필수의약품 품절사태는 점점 여파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희귀질환이라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어린이라서 필수약 품절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것이냐”며 “피해자가 소수라고 방치하는 것이라면 잔인한 나라이며, 돈이 없어서 수입을 못하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과연 OECD 의료 선진국으로 불릴 만한인지 의심스럽다”고 한탄했다.
⃟동일성분 약, 하나 품절되면 줄줄이 ‘도미노’
협회 이홍준 정책이사는 동일성분 대체조제조차 쉽지 않은 약 품절 사태를 거침없이 꼬집었다. 이 이사는 “동일성분 약이 A부터 E까지 다섯 가지가 있다고 치면,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약 A가 품절되기 시작하면 나머지 4개 약이 품절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한때 약이 품절되면 약국장이 게으르다고 인식한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이같은 현상은 일부 약국과 병원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회장은 현재 품절되는 약들이 애초부터 구하기 어려운 희귀약이나 신약이 아니라 40년 전부터 처방해 온 약이라며 현 상황을 기막혀했다. 그는 “귀에 익은 익숙한 약들이, 오늘은 이 약이 품절, 내일은 저 약이 품절되고 있으며, 의사와 약사, 환자, 보호자들 모두는 분통만 터뜨리고 있다”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이 모든 상황을 피부로 절감하는 약국의 분위기는 한층 더 심각하다. 새고은 메디컬약국 박소현 약국장은 “최근 약국가는 품절약과의 전쟁”이라며 “품절되는 약제도 소아, 어린이 환자에게 다빈도로 처방되는 항생제, 해열제, 변비약 등으로 정상적인 처방 조제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박 약국장은 “매일 제약사와 도매상 담당자에게 품절약을 문의하며 사정하는 게 일상이 됐고, 여기에 최근 일반약 해열제까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의약품 생산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품절약 책임론 논란…정부-제약사, 증산-약가인상 요구 핑퐁 게임
이홍준 정책이사는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정부’라고 못박았다. 품절약 사태가 1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제조사나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등 해명뿐”이라며 “소아청소년 필수약 품절사태가 장기화되는데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원망스럽고, 혹시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또한 소청과 관계자들은 최근 있었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시럽제인 동아제약 ‘챔프시럽’과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의 판매중지가 이 사태를 더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들 의약품은 현탁액 제제에서 투명한 시럽과 흰색 가루가 분리되는 ‘상 분리 현상’이 심각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제조‧판매가 중단됐다.
무엇보다 수익 창출에 치중하는 제약사와 안정적인 약가정책을 꾀하는 정부의 줄다리기로 인해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품절약 사태가 1년째 이어지자 제약사에 증산을 요청하는 정부와, 약가인상을 요구하는 제약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홍준 이사는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환자와 보호자”라며 “의료진과 부모들은 오늘도 품절된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에 전화를 돌린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약국장 역시 “원료약 수급이 어렵고 약가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처방할 약조차 부족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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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병원협회(회장 박양동)는 20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 1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소아청소년과 필수의약품 품절 실태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소아청소년 필수약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설 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 최용재 부회장은 소아 중증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선 안될 필수약들이 품절돼 환자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뇌하수체 성선자극 검사 시약인 렐레팍트는 1년째 구할 수가 없다"면서 "선천 기형이나 수술 후 뇌하수체 기능 저하증 확진에 필요한 약이 없어서 치료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중증질환 필수약인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데파코트 스프링클제형 및 파이콤파 현탁액), 터너증후군 치료제(프레미나정), 성조숙증 필수 진단 시약(렐레팍트 LH-RH 고나도렐린아세트산염), 성조숙증 치료 주사약(데카펩틸 주사약), 소아청소년 천식 치료제, 항생제, 독감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콧물약, 진해거담제, 해열제, 장염 지사제 등 품절 필수의약품 개수는 141개에 달하고 있다.
그 중 성조숙증 치료제 데카펩틸 3.75밀리그램(한국페링)은 수입물량 제한으로 상급병원 이외에는 공급이 제한돼, 트립토렐린제형이 필요한 소아에서 농양 등 대체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호르몬결핍증 주사제인 노디트로핀, 노디플렉스(노보노디스크)를 구할 수 없어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를 제때 못하고 있다. 터너증후군 환자에게 평생 에스트로겐을 보충하는 유일한 보험약제인 프레미나정 0.3밀리그램(다림바이오텍)도 품절로 인해 환자의 여성성 발달이 안 되고 어린 나이에 골다공증을 앓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중증질환을 앓는 소아청소년을 위한 필수의약품 품절사태는 점점 여파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최 부회장은 “희귀질환이라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이 어린이라서 필수약 품절이 오랜 시간 지속되는 것이냐”며 “피해자가 소수라고 방치하는 것이라면 잔인한 나라이며, 돈이 없어서 수입을 못하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과연 OECD 의료 선진국으로 불릴 만한인지 의심스럽다”고 한탄했다.
⃟동일성분 약, 하나 품절되면 줄줄이 ‘도미노’
협회 이홍준 정책이사는 동일성분 대체조제조차 쉽지 않은 약 품절 사태를 거침없이 꼬집었다. 이 이사는 “동일성분 약이 A부터 E까지 다섯 가지가 있다고 치면,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약 A가 품절되기 시작하면 나머지 4개 약이 품절되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한때 약이 품절되면 약국장이 게으르다고 인식한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 이같은 현상은 일부 약국과 병원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회장은 현재 품절되는 약들이 애초부터 구하기 어려운 희귀약이나 신약이 아니라 40년 전부터 처방해 온 약이라며 현 상황을 기막혀했다. 그는 “귀에 익은 익숙한 약들이, 오늘은 이 약이 품절, 내일은 저 약이 품절되고 있으며, 의사와 약사, 환자, 보호자들 모두는 분통만 터뜨리고 있다”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 같은 일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일갈했다.
이 모든 상황을 피부로 절감하는 약국의 분위기는 한층 더 심각하다. 새고은 메디컬약국 박소현 약국장은 “최근 약국가는 품절약과의 전쟁”이라며 “품절되는 약제도 소아, 어린이 환자에게 다빈도로 처방되는 항생제, 해열제, 변비약 등으로 정상적인 처방 조제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박 약국장은 “매일 제약사와 도매상 담당자에게 품절약을 문의하며 사정하는 게 일상이 됐고, 여기에 최근 일반약 해열제까지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약이 없다고 말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의약품 생산 관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품절약 책임론 논란…정부-제약사, 증산-약가인상 요구 핑퐁 게임
이홍준 정책이사는 이 모든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정부’라고 못박았다. 품절약 사태가 1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제조사나 공급사에 문의하면 ‘수입이 되지 않는다’거나 ‘생산 계획이 없다’는 등 해명뿐”이라며 “소아청소년 필수약 품절사태가 장기화되는데 정부는 왜 손을 놓고 있는지 원망스럽고, 혹시 소아청소년 진료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또한 소청과 관계자들은 최근 있었던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시럽제인 동아제약 ‘챔프시럽’과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의 판매중지가 이 사태를 더 키웠다고 보고 있다. 이들 의약품은 현탁액 제제에서 투명한 시럽과 흰색 가루가 분리되는 ‘상 분리 현상’이 심각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면서 제조‧판매가 중단됐다.
무엇보다 수익 창출에 치중하는 제약사와 안정적인 약가정책을 꾀하는 정부의 줄다리기로 인해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품절약 사태가 1년째 이어지자 제약사에 증산을 요청하는 정부와, 약가인상을 요구하는 제약사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홍준 이사는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환자와 보호자”라며 “의료진과 부모들은 오늘도 품절된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약국에 전화를 돌린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약국장 역시 “원료약 수급이 어렵고 약가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해 처방할 약조차 부족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