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시민단체 반대에도 국회 통과한 보험업법 개정안…의료 민영화 신호탄?
의협‧병협‧치의협‧약사회 등 4개 의약단체 및 시민단체 일제히 반대 ‘한 목소리’
입력 2023.06.16 06:00 수정 2023.06.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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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홍수연 치협 부회장,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윤영미 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종이서류 발급 없이 실손의료 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이 의약계와 시민단체 우려에도 결국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 편의성 증진이 아닌 보험사의 배를 불릴 악법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안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병합해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실손보험 청구 절차를 전송대행기관에 위탁해 청구 과정을 전산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약계와 시민단체는 해당 법안이 겉으로만 보험 가입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것일 뿐, 실상은 보험사 배를 불리는 ‘실손보험사 이윤증대법’이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보건의약 4개 단체는 15일 서울 용산구 의협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법 개정안은 국민 편의보다 민간보험사 이익이 우선되고 있다”면서 "이 개정안의 즉각 폐기와 자율적 전송방안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4개 의약단체는 △정보 전송 주체가 되는 환자와 보건의료기관이 자율적인 방식을 선택해 직접 전송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문화할 것 △전송대행기관 대상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개발원을 넣지 말 것 △국민 편의성 증진을 위해 보험금 청구 방식‧서식‧제출서류 등 간소화, 전자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비용부담 주체 결정 등을 논의할 것 등을 국회에 요구했다.

4개 단체는 “국회는 국민과 보건의약계도 반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해 보건의약계가 제안하는 요구사항을 존중해 즉각 해당 보험업법을 폐기하고, 국민과 의료인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같은 날 보건의료단체연합과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국회에서 정무위 전체회의 전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정무위 의원들 모두에게 그 책임을 끝까지 똑똑히 물을 것”이라며 “환자가 아니라 오직 민간보험을 위한 의료민영화 정책인 보험업법 개정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해당 법안을 실손보험에 날개를 달아주는 미국식 의료 민영화의 초석으로 보며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특히 ‘청구가 간소화되면 빅데이터가 쌓여 비급여 심사를 할 수 있다’는 보험사 주장에 대해서는 “결국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더 주는 게 아니라 통제하고 삭감하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보험사가 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의료기관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2005년 삼성생명 내부 보고서에서 드러났듯이 민간보험업계의 궁극적 목표는 ‘정부 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민영 보험이 공보험처럼 의료기관이 직접 청구하고, 보험사가 이를 심사해서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줄지 말지를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민간보험사가 이같은 방식으로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거나 소유해 의료를 좌지우지하게 됐으며, 한국의 보험사들도 이 법안을 통해 보험사가 지정하는 병원에서 보험사가 지정하는 치료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목적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보험업법 개정안 논란 청구간소화인가, 의료정보보호 해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민영보험사 포괄적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 왜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의 목적을 소비자 편의 증가라고 말하지만, 정확하게는 의료기관의 진료정보를 전산으로 자동 수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법안은 ‘민영보험과 의료기관간 자동전산청구’ 법안이자, ‘민영보험사의 개인진료정보 강제전송(진료기록 갈취)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개정안은 2009년부터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 14년 만에 정무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성문화된 법안 없이 의결을 먼저 했고, 성안을 금융위에 위임하는 등 법안을 졸속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여야 의원들은 법안이 본래 목적과 달리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은 “가입자가 낸 서류 정보를 보험사가 부당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보험료 지급을 이유로 획득한 정보는 해당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다른 정보와의 결합도 금지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지급하면 해당 정보를 즉시 삭제하고, 최소한의 정보만 전송하도록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금까지 종이서류로 하던 것을 전자적으로 하자는 것, 딱 그것 하나만 달라지는 것”이라며 “전송대행기관이 자료를 집적하지 못하도록 개정안에 명시돼 있고 목적 이외의 사용도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보유출 우려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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