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초진도 가능한 비대면진료...허울 뿐인 '계도'
비급여 의약품 및 약 배달 광고 여전,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리·감독 필요
입력 2023.06.13 06:00 수정 2023.06.1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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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업신문이 12일 비대면 플랫폼 D업체를 이용해본 결과, 초진임에도 1분도 안되는 짧은 통화로 원하는 약 처방이 가능했다. 약국 지정 후 약 수령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약업신문

“탈모약 처방 원하시는거죠? 써보신 적 있어요? 처방기간은 환자분 원하시는 대로 가능합니다”

의사와의 비대면 진료에 소요된 시간은 정확히 50초. 담당의는 환자에 대한 본인 확인도 없이 원하는 약을 바로 처방해줬다. 

12일 기자가 비대면 플랫폼 D 업체를 이용해본 결과, 초진임에도 짧은 통화로 탈모약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기자는 탈모인이 아니다. 그저 D사 앱의 메인화면에 있는 ‘빠른 진료’에서 ‘많이 찾는 증상’ 중 첫번째에 있는 ‘탈모’를 체크해봤다. 탈모 진료 접수 후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에게 50초 간 음성 진료를 받고, 조제접수로 이어졌다. 주소지를 설정하자 ‘택배 배송’과 ‘약국 직접 방문’ 중 선택하라고 했다.

기자가 ‘약국 직접 방문’을 선택하자 약국 리스트가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모든 약국이 거리순으로 나왔다. 하지만, 플랫폼은 방문한 인원을 함께 표기해 제휴 약국을 선택하게끔 유도했다. 

기자는 이날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해 ‘초진’임에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이비인후과’에서 ‘탈모약’을 처방받아 ‘서초구’ 약사회관 근처 약국에서 수령할 수 있었다.

‘초진인데 될까’라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초진 진료 후 약 수령까지 가능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여전히 ‘약 배송’을 광고하고 있다. 24시간 약 배달은 물론, 해외 배송이 가능한 업체도 있었다. ©약업신문

어쩌다 오류가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번 더 확인해봤다. 

이번엔 소아청소년과전문의가 ‘탈모 처방’ 의뢰에 전화가 왔다. 제3자의 진료는 물론, 한 번의 진료로 탈모약·여드름약 등 비급여 전문약들을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어 약물 오남용의 우려가 됐다. 

이날 기자가 확인한 결과, 다수의 민간 플랫폼들은 여전히 ‘약 배달’을 공공연히 광고하고 있었다.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되면서 진료 대상은 물론 약 배달이 제한됐지만, 사실상 폴랫폼들은 시범사업 이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대표적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인 D사는 계도기간인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서비스를 정상 운영 중이었다.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앞서 부여되는 '계도기간'은 단속이나 행정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한 약삭빠른 처사였다.

D사는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는 기존과 동일한 형태로 정상 운영하며, 새로운 제도에 맞는 시스템 개발을 병행할 예정"이라는 공지까지 하고 있었다.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자의 ‘체험! 초진 비대면 진료’를 전해들은 약사회 관계자 A씨는 "초진인데 비대면 진료가 된거냐"고 세번이나 확인했다. 그는 계도기간이라 행정적으로 손을 쓸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계도기간이라 처벌이 불가능해 사례를 모을 이유도 명분도 없어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약사회 관계자 B씨는 "알고 있다. 이미 6월 1일 시행 첫날, 비대면 진료가 변함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도 대한약사회관 지근거리에 있는 약국의 봉투를 보고 놀랄 뿐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초진 비대면 진료 후 약 배송을 위한 주소 입력 후 택배도 가능하고, 약국 지정 후 직접 수령도 가능하다. ©약업신문

 

플랫폼 제휴 병·의원은 비급여 처방 목록을 공공연히 광고하고 있다. 초·재진 구분 없이 원하는 기간만큼 처방이 가능하다. ©약업신문

 

대한약사회는 이렇게 몰라서, 혹은 알지만 계도기간이라는 이유로 불법적인 비대면진료 실태를 묵인하고 있었다. 정직하게 약사회 방침대로 ‘공적처방전달시스템’만 가입한 약국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도 회원 권익을 보호해야 할 약사회가 손을 놓고 있었다. ‘대응이 미흡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약사 C씨는 “약사회가 실태 확인을 제대로 안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전화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하니, 아예 화상이나 음성 진료 없이 처방전이 넘어온 사례도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약사 D씨는 “플랫폼 D사만 봐도 몇몇 익숙한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소아과, 여성, 내과, 감기 등 다양한 진료를 보고 있다"면서 "환자가 원하는 진료와 다른 분야의 전공의가 진료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일, 시행 첫날부터 초진 처방은 물론 소아약도 처방해 소아약을 택배로 보내는 것까지 확인했다”며 “계도 기간 동안 약사회 각 지부 분회에서 단속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약사회는 이날 기준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의 가입 회원수가 약 1만2000곳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약국이 민간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약사회가 개발한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은 이번 주 중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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