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안심사 단계에서 주저앉은 비대면 진료에 대해 정부가 추진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이견의 핵심인 ‘약 배달’은 의료법을 논의한 다음 실타래를 풀며 다뤄야 하는 점을 재확인했다. 반면 약사단체 역시 약 배달이 무허가의약품 판매행위인 만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반대를 둘러싸고 단체들의 오해가 많이 쌓이고 있는데, 약 배달이 가장 핵심 문제”라며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약 배달을 약사법, 비대면 진료를 의료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서, 의료법을 집중 논의한 뒤 약 배달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털어놨다. 비대면진료 수가에 대해서도 의료계 입장에서 잘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비대면 진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아프다면 비대면 진료를 하려는 환자가 과연 있을까. 비대면 진료는 결국 경증”이라며 “조금 배가 아프고 열도 조금 나면 비대면으로 진료를 보는 거다. 상식적으로 비대면은 경증 환자 중심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그는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는 의료진에 대해서도 “함부로 진료를 하는 것 같진 않다. 의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꼼꼼하게 진료를 보고 있어서 약 배달 논의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얘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단체가 현재까지 ‘약 배달’ 반대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 정부의 추진 동력에 무리가 없을 지 주목된다. 약사회는 처방약 수령방식을 환자 본인과 가족 등 대리인, 방문약사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현재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약 배달이 약사법의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금지’ 조항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약사회는 지난해 경기남부경찰청에 고발해 수사를 진행했던 닥터나우의 무허가의약품판매행위에 대해 강남경찰서가 불송치 결정을 내린 데 반발해 최근 재수사를 요구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강남경찰서는 닥터나우의 약 배송 행위가 약국개설자가 아닌 자의 의약품 판매 행위에 해당해 위법한 건 사실이지만, 복지부 고시로 인해 정당하게 판매할 수 있다고 오인한 점이 인정된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었다.
경기도약사회는 통신판매업자에 불과한 닥터나우가 소비자의 의약품 주문과 배송에 대해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의약품 판매를 지배‧장악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 장관인 복지부 장관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규제도 면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약사회는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방안과 무허가의약품판매행위에 대해 “택배에 의한 의약품 인도를 허용한다 하더라도 무허가의약품판매행위가 정당화될 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비대면진료와 함께 약 배송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한 발언을 두고, 약사단체들은 연달아 반대성명을 내며 크게 분노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실장의 발언은 박 차관의 입장과 차이가 없는 만큼, 약사단체를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