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돼 이름 붙여진 병이다. 포도당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 탄수화물의 기본 구성성분이다. 탄수화물은 위장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포도당으로 변한 다음, 혈액으로 흡수된다. 흡수된 포도당이 우리 몸 세포에서 이용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슐린은 췌장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돼 식사 후 올라간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인슐린이 모자라거나 성능이 떨어지면, 체내에 흡수된 포도당은 이용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쌓여 소변으로 넘쳐 나오게 된다. 이런 병적인 상태가 당뇨병이다.
대한당뇨병학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팩트시트를 보면 국내 당뇨병 인구는 605만명(2020년 기준)에 이른다.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 전 단계는 공복 혈당만 기준으로 봤을 때 900만명, 당화혈색소까지 포함하면 1500만명이다.
당뇨병 전 단계는 당뇨병으로 진행 위험이 매우 크고, 전 단계 자체가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 인자이며, 당뇨병 전 단계 상태의 혈당에서도 미세혈관합병증의 위험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 질환과 주요 치료 기전
당뇨병은 크게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분류한다. 제1형 당뇨병은 우리나라 당뇨병의 2% 미만을 차지하는데 주로 소아에서 발생하지만 성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급성 발병을 하며 심한 다음, 다뇨, 체중감소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고, 인슐린의 절대적인 결핍으로 인해 케톤산증이 발생한다. 고혈당의 조절 및 케톤산증에 의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 인슐린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2형 당뇨병은 한국인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체중 정도에 따라 비만형과 비 비만형으로 나뉜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칼로리 과잉섭취가 많거나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감소하고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인슐린 성능이 떨어져 당뇨병이 생기고 계속 조절하지 않을 경우, 인슐린 분비가 감소한다.
주로 40세 이후에 많이 발생하고 반 수 이상의 환자가 과 체중이거나 비만증을 갖고 있다. 제1형 당뇨병에 비해 임상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가족성 경향이 있으며, 특수한 경우 이외에는 케톤산증과 같은 급성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고 초기에 식사와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감량하고 근육을 키우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췌장질환, 내분비질환, 특정한 약물, 화학물질, 인슐린 혹은 인슐린 수용체 이상, 유전적 증후군에 의해 2차적으로 당뇨병이 생기는 경우가 있으며 임신 시작과 동시에 당 조절에 이상이 생기는 임신성 당뇨병도 있다. 임산부의 2∼3%에서 발병하는데 대부분은 출산 후 정상화된다.
당뇨치료제 시장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제2형 당뇨병의 대표적인 치료제로는 메트포르민과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이 있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억제,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혈당을 낮춘다. SGLT는 근위세뇨관 앞부분의 SGLT2와 뒷부분에 있는 SGLT1으로 구성돼 있는데, SGLT2가 포도당 재흡수의 90%를 담당한다.
정상 혈당일 때는 여과된 포도당이 모두 재 흡수되지만, 혈당이 일정 수치를 초과하면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된다. 그런데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은 당뇨병 환자는 SGLT1과 SGLT2의 발현이 증가하면서 근위세뇨관 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여과된 포도당 재흡수가 정상상태보다 늘어나 혈당 조절이 잘되지 않는다.
이때 SGLT2 억제제는 근위세뇨관에서 포도당이 재 흡수돼 혈류 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도록 돕는다. 포도당이 배출되기 때문에 체지방도 감량되고 이뇨 작용으로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DPP-4 억제제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비활성화를 억제해 식후혈당 수준을 낮춘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식후 혹은 공복 상태에서 혈중 포도당의 농도에 따라 인슐린과 글루카곤 분비량을 조절한다.
인크레틴은 혈당이 높을 경우 우리 몸이 당을 많이 소비하도록 만들고,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해 혈당을 낮춰준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인크레틴 기능 장애가 있어 혈당조절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DPP-4 효소는 인크레틴을 수분 내 분해해 무력화 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억제시키면 췌장에서 생성되는 인슐린 양은 증가하고 글루카곤 양은 감소한다. DPP-4 억제제는 자가혈당조절 효과로 인체의 공복 및 식후 혈당조절 기능을 향상한다.
국내 허가된 SGTL-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아스텔라스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베링거인겔하임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MSD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 등이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1700억원 가량인데, 시장은 포시가와 자디앙이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웅제약의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가 국산 36호 신약의으로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제약사가 만든 첫 번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다.
대웅제약은 올해 엔블로 발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SGLT-2 억제제 처방실적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 역시 엔블로에겐 호재다.
반면 DPP-4 시장 규모는 6000억원 가량이지만 최근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DPP-4에서 SGLT-2 억제제로 넘어가는 추세일 뿐 아니라 DPP-4 주요 제품들의 특허 만료로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며 오리지널의 수요는 대폭 줄어들고 있다.
LG화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 제미메트(메트포르민+제미글립틴), 제미로우(로수바스타틴+제미글립틴) 등 제미글로 시리즈와 동아에스티의 자체개발 신약 슈가논(에보글립틴) 시리즈, 한독의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 시리즈 등이 주춤한 시장 속에서도 처방이 늘며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4월 1일부터 병용요법은 3제요법 2개, 2제요법 3개, 인슐린 요법 2개 등 총 7개 병용 요법에 급여를 적용한다.
급여가 확대되는 당뇨약 3제 병용요법은 메트포르민+SGLT-2+DPP-4와 메트포르민+SGLT-2+TZD 등 2가지이며, 2제 병용요법으로 논의 중인 성분은 이프라글리플로진(ipragliflozin, 슈글렛),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 자디앙), 에르투글리플로진(ertugliflozin, 스테글라트로) 등 3가지다. SGLT-2와 인슐린 병용요법 2가지도 급여 확대안에 포함됐다.
당뇨 진료지침 개정
한편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전단계 관리 및 젊은 당뇨병 환자 증가 예방을 위해 선별검사 연령을 낮추는 등 당뇨병 진료지침을 개정해 5월 춘계 학술대회에서 공개할 방침이다.
개정하는 진료지침은 △당뇨병 선별검사 △의학영양요법 △2형당뇨병의 약물치료 △비만 관리 △고혈압 관리 △이상지질혈증 관리 △당뇨병신장질환 △노인당뇨병 △연속혈당측정과 인슐린펌프 등이다.
진료지침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다.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당뇨병 선별검사 권고 나이를 기존 40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낮출 예정이다.
이상지질혈증 관리를 위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 진료지침에서 권고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는 심혈관질환이 없다면 100mg/dL 미만,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70mg/dL 미만이다.
개정 진료지침은 심혈관질환 동반 시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는 55mg/dL 미만으로 권고한다.
표적장기 손상이 있거나 위험인자를 3가지 이상 동반했다면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70mg/dL 미만으로 권하면서 55mg/dL 미만을 선택적 목표로 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위험도에 따라 LDL-콜레스테롤 조절 목표를 세분화해 당뇨병 유병기간이 10년 이상이거나 위험요인을 1~2가지 갖고 있다면 70mg/dL 미만, 유병기간이 10년 미만이면서 위험요인이 없다면 100mg/dL 미만을 권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