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 글로벌 제약사 1위는 로슈…화이자‧AZ, 코로나19 혜택 ‘톡톡’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난해 R&D 투자 상위 10개 글로벌 제약사 명단 공개
입력 2022.04.19 06:00 수정 2022.04.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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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R&D 투자액 톱10(단위: 10억 달러).
 
 
지난해 R&D 투자에 집중한 글로벌 제약사 1위는 종양과 신경과학 분야 투자를 늘린 로슈가 거머쥐었다. 전세계가 팬데믹에 휩쓸린 가운데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제약사들도 상위를 차지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제약바이오 분야 글로벌 미디어 피어스바이오텍(FierceBiotech)이 공개한 지난해 R&D 투자액을 기준으로 공개한 글로벌 제약사 상위 10개사 명단과 각사의 성과를 최근 공유‧분석했다. 

사업단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성과로 전년대비 총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R&D 투자에서도 큰 증가폭을 보이면서, 2020년 순위에서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아스트라제네카가 1년 만에 6위로 껑충 올랐다. 로슈, 존슨앤드존슨(J&J), 일라이 릴리 또한 전년대비 두자리 수의 R&D 투자 증가율을 보이며, 2020년 순위를 끌어올리거나 자리를 지켰다. 

반면 R&D 투자액이 두 자리 수를 밑돌거나 감소한 제약사들은 전년대비 순위가 하락하거나 상승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노피의 경우 2020년에는 8위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2%대의 R&D 투자액 증가율을 보이며 11위로 상위 10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곽서연 국가신약개발사업단 기획운영팀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상위 10개사 명단에 오른 글로벌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최소 13%에서 최대 26%였다”며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장 높은 비중인 26%를, 애브비가 가장 낮은 비중인 13%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1위 로슈, 임상3상 종양‧신경과학 분야 투자 늘려
사업단은 로슈가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제약 R&D에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기업이 됐다고 전했다. 

특히 후기개발단계(late-stage) 종양과 신경과학 분야 투자를 늘리며 전년보다 R&D 투자금을 14%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로슈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보유한 11개의 임상 3상 프로그램의 질환분야 중 6개가 종양, 4개가 신경과학 분야다. 

로슈의 R&D 예산 대부분은 제약 분야에 몰렸으나, 그 외에도 코로나19, 피검사, 알츠하이머 등 진단기술에 대한 투자도 전년대비 14% 증가했다. 

로슈는 지난해에만 FDA 승인 6건과 중국, 유럽 및 일본 전역에서 27건의 주요 승인을 확보했으며, 올해 1월에는 습성 연령 관련 황반변성(nAMD)과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치료제인 Vabysmo의 FDA 승인을 획득하며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적극적인 R&D 투자에 대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위 존슨앤드존슨, 코로나19‧아데노바이러스 백신 플랫폼 연구에 올인
지난해 존슨앤드존슨은 백신 분야에 R&D 역량을 집중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에볼라 등 백신을 만드는 데 사용된 아데노바이러스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을 대대적으로 육성했으며, 이에 기반한 연구를 한동안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회사 얀센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RSV 백신 후보물질의 임상2b상은 80%의 예방효율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며 해당 플랫폼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존슨앤드존슨은 백신 외에 종양 분야에서도 진정을 보여, 지난해 12월 얀센이 재발성 또는 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성품(off-the-shelf) 형태 T-세포 치료제에 대한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FDA에 제출했고, 동일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CAR-T 치료제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위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치료제로 R&D 47% ‘껑충’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와 항바이러스 치료제 팍스로비드 덕분에 전년대비 47% 증가한 R&D 투자액을 보이며 3위에 올랐다. 

사업단은 코미나티의 성공이 화이자를 mRNA의 리더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현재 화이자는 코미나티의 다양한 버전을 시험하고 있으며, 부스팅제 없이 사용가능한 차세대 팍스로비드에 대한 임상 시험도 준비 중이다.  

또한 화이자는 적극적인 M&A와 라이선싱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후기개발단계 프로그램에 우선순위를 둬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염기편집 분야의 선두주자인 빔 테라퓨틱스와는 중추신경계, 근육, 간 관련 희귀질환 신약개발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프랑스 제약사 발네바(Valneva)와는 파트너십을 통해 라임병 백신 임상3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아르비나스와의 개발 제휴를 통해 종양을 위한 차세대 CDK 억제제 연구를 보완하는 등 활발한 R&D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4위 MSD, 몰두피라비르 개발 성공에 한숨 돌려
2020년 2위를 차지했던 MSD는 지난해 2계단 순위가 떨어졌지만 지난해 FDA의 긴급승인을 받은 코로나19 경구치료제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개발에 성공하면서, 올해 몰누피라비르 매출은 50억~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MSD가 41년간 진행해 온 HIV 치료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던 MK-8507과 이슬라트라비르(Islatravir)의 병용요법이 부작용 발생으로 개발 중단된 것으로 시작으로, 이슬라트라비르를 사용한 임상 3상이 외부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의 권고로 중단됐다. 일주일 뒤에는 FDA가 림프구 및 T세포 수 감소를 이유로 MSD의 HIV프로그램에 대해 6건의 전체 임상 보류와 7건의 부붐 임상 보류 조치를 내렸다. 

올해에는 FDA가 1월 MSD의 만성 기침약인 게파픽산트(Gefapixant)의 승인을 거부했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폐렴 구균 백신인 백스뉴밴스(Vaxneuvance) 또한 승인이 연기됐다. 

하지만 MSD는 여전히 수십개 이상의 임상2상과 20개 이상의 임상3상 프로그램을 보유하며 R&D 투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5위 BMS, 브레얀지‧아베크마 R&D 투자 성과 거둬
BMS는 전년대비 R&D 투자를 2%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하락한 5위를 차지했다. BMS는 지난해 FDA로부터 거대B세포 림프종 치료제인 브레얀지(Breyanzi)와 첫 BCMA CAR-T 세포치료제인 아베크마(Abecma)의 승인을 받아 R&D 투자에 대한 성과를 증명했다. 

올해에는 대부분의 파이프라인 적응증이 고형암, 혈액학, 면역학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만큼 블록버스터 혈액 희석제인 밀벡시안(Milvexian)에 집중하고 있다. BMS는 지난해 11월 이 약물이 무릎 전체 교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혈전을 예방하고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밀벡시안의 중간 연구 결과는 올해 여름 발표될 예정이며, 뇌졸중을 앓았던 사람들의 2차 뇌졸중 예방으로 적응증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BMS는 센추리 테라퓨틱스(Century Therapeutics)로부터 4개의 혈액암, 골수암, 고형암에 대한 프로그램에 대해 최대 30억 달러를 지급하고, 올해 JPM에서는 아스날바이오의 세포 치료제에 7,000만 달러의 선불금을 지불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6위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종양 임상3상에 순위 반등
2016년 상위 제약 R&D 예산 목록에서 6위를 차지했던 아스트라제네카는 몇 년간 투자액이 거의 증가하지 않아 순위가 하락했다가 지난해에는 R&D 투자액이 62% 증가하며 6위에 올랐다. 이같은 증가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의약품과 후기 개발단계 종양 임상시험에 대한 투자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납19 백신과 치료제로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코로나19 외에도 항생제에 자금을 투자해 임상3상의 종양 프로그램을 1년 만에 13건에서 17건으로 늘렸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R&D 투자 중 실패로 끝난 사례도 있다. 아디아 바이오사이언스(Ardea Bioscience)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가져온 베리누라드(Verinurad)는 통풍, 만성 신장질환 및 심부전과 같은 적응증에 대한 20개 이상의 임상 시험에서 연구됐지만 지난해 말 모든 임상 시험이 중단됐다.
 
7위 노바티스, 대형 Deal 체결에 R&D 파이프라인 변화
노바티스는 전년과 비슷한 금액의 R&D 투자를 보인 반면 큰 Deal을 체결하며 R&D 파이프라인의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다. 

우선 자이로스코프 테라퓨틱스(Gyroscope Therapeutics)를 인수해 건성 노인성황반변성(AMD)를 포함, 안과질환 유전자치료제 포트폴리오를 추가했고, 베이진(BeiGene)으로부터 면역항암제 TIGIT 저해제 2건을 확보했다. 또 UCB와 파킨슨병 치료제들의 개발 제휴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노바티스는 지난해에만 각각 48개의임상3상과 36개의 2상을 승인받아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한 글로벌 빅파마가 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베이진으로부터 사들인 편평세포암 면역항암제 ‘티슬리주맙’에 대한 임상이 집중 추진됐으며, 이는 총 12가지 적응증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 

8위 GSK, 지난해 2건 신약 승인 성과 
GSK는 지난 몇 년간 R&D에 투자한 결과, 지난해 FDA로부터 PD-1 면역억제제인 젬펄리(Jemperli)와 HIV 치료제 카베누바(Cabenuva)dp 대한 신약 승인을 받았다. 

젬펄리는 불일치 복구 결함(dMMR) 자궁내막암을 적응증으로 지난해 4월 먼저 승인을 받았고, 8월에는 dMMR 모든 고형암으로 적응증이 확대됐다. 카베누바의 경우 세계 최초로 장기간 유지되는 HIV 주사요법으로 매일 맞아야 하는 치료제 투약주기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여 HIV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GSK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 중 하나임에도 불구,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주요 경쟁사인 화이자나 존슨앤드존슨에 밀려 백신 승인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노피, 메디카고와 함께 2개의 코로나19 백신에 기여했지만 주요 마일스톤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9위 애브비, 8% R&D 예산 증가…수익 대비 가장 적게 투자
애브비는 2000년부터 계속 9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8%의 R&D 예산이 증가했지만 이 목록에 있는 10개의 빅파마 중에는 전체 수익의 가장 작은 비율을 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애브비가 테네오원(TeneoOne)을 인수하며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경쟁에 뛰어든 점이 주목된다. 이 약물은 초기 1상 데이터에서 약 80%의 환자가 약물에 반응하는 것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25% 이상의 환자들은 질병의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리젠엑스바이오(Regenxbio)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당뇨병성 망막증 및 황반변성을 포함한 망막질환 유전자 치료제 개발 또한 애브비가 지난해 진행한 주요 Deal 중 하나다. 애브비는 현재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와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 2건을 진행 중이며, 오는 2024년 FDA에 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10위 일라이 릴리,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집중
일라이 릴리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10위를 차지했다. 현재 일라이 릴리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약물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과 제2형 당뇨병 치료제 티제파티드(tirzepatide)다. 

일라이 릴리 CEO는 도나네맙에 대해 “현재 3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후보군 중 유망한 약물이라고 확신하며 바이오젠의 아두헬름(Aduhelm)과 직접 비교를 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는 도나네맙뿐만 아니라 솔라네주맙(solanezumab), 자고테네맙(zagotenemab), N3pG4, O-GlcNAcase 저해제 등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만, 임상3상 단계의 솔라네주맙은 1차 평가 척도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이지 못해TRh, 임상2상의 자고테네맙은 임상이 종료되지 않는 등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외에도 일라이 릴리는 백혈병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3상과, 15개의 종양 분야 임상을 진행 중이다.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와 말기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올해 안에 FDA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11위 사노피, 10위권 밀려났지만 R&D 긍정평가
2020년 R&D 투자액 8위에 올랐던 사노피는 이번에 2%대의 투자액 증가를 보이며 11위를 차지했음에도 좋은 R&D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사노피는 백신파트에서 지난해 기록적인 인플루엔자 판매를 달성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다른 질환분야에서도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에는 카드몬(Kadmon), 트렌슬레이트 바이오(Translate Bio), 키맙(Kymab) 등 주요 M&A를 여러 건 성사시켰으며, 지난해 4분기에만 7개의 임상1상과 7개의 임상2상 시험을 새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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