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의 쓰라린 패배…2024 실패 임상 TOP 10 ②
항암부터 알츠하이머, 유전자치료까지 다시 한 번 드러난 신약 개발의 높은 장벽
머크·화이자 등 빅파마의 아쉬운 성적표, 다음 도약 위한 반면교사 되다
신약개발 삐걱거리는 행보, 2025년 재도전 이끄는 희망의 불씨는 여전
입력 2025.03.06 06:00 수정 2025.03.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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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대기업과 바이오벤처들이 겪었던 좌절과 그 뒤에 남은 교훈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이번 2편에서도 다양한 적응증과 새로운 기전을 가진 후보 물질들이 큰 기대를 안고 임상에 나섰으나, 아쉽게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사례들에 주목했다. 신약 개발의 여정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여전히 ‘Tough Game(힘든 여정, 게임)’으로 남아 있는지 살펴봤다.

비보스톨리맙(Vibostolimab)
적응증 - 절제술 후 고위험 흑색종
개발사 - MSD (Merck & Co.)
작용 기전 - 항-TIGIT 단일클론항체

한때 항-TIGIT 계열이 면역항암 분야의 미래로 꼽혔으나, 2024년 들어 여러 후보 물질이 잇달아 임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MSD의 비보스톨리맙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하는 사례로, 지난해 5월 고위험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임상 3상 시험에서 심각한 면역 매개성 부작용으로 인한 중도 중단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포기를 선언을 했다.

MSD는 그럼에도 비보스톨리맙을 포기하지 않고 비보스톨리맙-키트루다(Keytruda) 병용요법으로 폐암 환자 대상 임상을 진행했다. 다만, 예상보다 높은 부작용 발생률과 기대 이하의 생존율 개선 효과로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혔다. 결국, 연말에 발표된 두 건의 임상 3상 역시 주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자 MSD는 비보스톨리맙 전체 프로그램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항-TIGIT 계열인 로슈(Roche)의 티라고루맙(tiragolumab)은 2024년 식도암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내며 한때 반전을 이뤘으나, 곧이어 진행한 두 건의 폐암 시험에서 키트루다에 패배하거나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로슈는 티라고루맙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 않고 있어, 항-TIGIT 계열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시무필람(Simufilam)
적응증 -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
개발사 - 카사바 사이언시스(Cassava Sciences)
작용 기전 - 필라민 A 단백질 표적화 저분자 화합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인 시무필람은 임상 데이터 조작 의혹으로 이미 시장의 의구심을 샀던 약물이다. 카사바 사이언시스는 지난해 9월, 시무필람 임상 2b 데이터를 과장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건을 4000만 달러로 합의 종결 지으면서 비판을 받았다. 해당 사건은 당시 회사 측 연구진이 인지능력 개선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전체 피험자의 40%를 분석 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정황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임상 3상 결과가 2024년 11월에 발표됐는데, 코호트 규모 800명 이상의 임상에서 시무필람은 1년간의 치료 후 인지 및 기능 척도 두 가지 주요 지표 모두 위약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이미 논란이 있던 물질이었기에 시장 일각에서는 실패를 예상했고, 결과 발표 직후 카사바의 주가는 85% 가까이 급락했다. 이후 회사는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정리해고하며 내부적으로 추가 데이터 분석에 나선 상태다.

포르다디스트로진 모바파르보벡(Fordadistrogene movaparvovec)
적응증 - 뒤셴형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
개발사 - 화이자(Pfizer)
작용 기전 -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치료제

화이자의 DMD 유전자치료제는 연구 초기부터 안전성 우려가 적지 않았다. DMD 환자 중 4~7세 보행 가능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CIFFREO)도 같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특히 교차(crossover) 설계로 진행되던 과정에서 2상 시험에 참여한 한 소아 환자의 사망 사례로 인해 교차 투약이 중단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2024년 6월 발표된 임상 3상 결과에서는 1년간의 치료 후 운동 기능 개선 효과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고, 보조 지표(10m 달리기·걷기, 일어서기 시간) 역시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주지 못했다. 화이자는 그동안 포르다디스트로진 모바파르보벡을 사렙타 테라퓨틱스(Sarepta Therapeutics)의 엘레비디스(Elevidys)에 맞설 ‘유망주’라 자신했으나, 결국 7월 약물 개발을 중단하며 분기 손익에 2억 3000만 달러 손실을 반영해야 했다. 동시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생산시설에서 직원 150명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반면 엘레비디스는 2023년 일부 지표에서 아쉬운 성적을 내고도, 다른 핵심 평가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을 확인하며 2024년 6월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뒤셴형 근이영양증 유전자치료제 시장 경쟁은 사레프타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비나판트(Xevinapant)
적응증 - 두경부 편평세포암
개발사 – 머크(Merck KGaA)
작용 기전 - 세포사멸 억제 단백질(IAP) 저해제

머크는 2024년 연초부터 BTK 억제제 에보루티닙(evobrutinib)의 연이은 임상 3상 실패로 곤란을 겪었다. 그만큼 제비나판트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 역시 머지않아 어려움에 봉착했다. 회사 측은 암 치료 분야에서 한층 강화된 포트폴리오를 노렸으나, 6월 예비 중간 데이터에 따르면 두경부암 환자에서 무사건 생존기간(Event-Free Survival)을 유의미하게 늘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제비나판트가 머크의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만큼 이번 실패가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로 분석가들은 “이번 중단으로 머크의 1.5년에 한 번씩 혁신 치료제를 출시하겠다는 목표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나마 같은 해 후반, 머크는 CSF-1R 저해제 피미코티닙(pimicotinib)이 드문 국소 침윤 암종에서 임상 3상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일부 체면을 살렸다. 다만, 해당 물질은 중국 권리에 국한돼 있어 글로벌 확장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제트리진(Suzetrigine)
적응증 - 요추천골 신경근병증 통증(lumbosacral radiculopathy)
개발사 -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
작용 기전 - NaV1.8 통증 신호 억제제

수제트리진은 2024년 말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음에도, 결과 발표 직후 버텍스 주가가 급락해 ‘이상한 실패’ 사례로 남았다. 허리 부위 신경통을 앓는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치료군에서 통증 척도가 평균 2.02점 감소하며 목표 지표를 달성했지만, 위약군 100명 역시 1.98점으로 거의 동일하게 줄어든 것.

이로 인해 12월 발표 당일 주가는 15% 이상 떨어졌지만, 이후 FDA가 급성 통증에 대해 정식 승인(제품명 Journavx)을 내리면서 주가는 빠르게 반등했다. 버텍스 측은 임상 과정에서 연구기관별 위약 반응이 크게 달라진 ‘이례적 현상’이라며 세부 분석 결과, 일부 센터에서는 치료군과 위약군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비록 논란이 있었지만, 버텍스는 여러 차례 임상 3상에서 기반을 닦아왔고, 통증 치료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가 부족했던 현실을 감안할 때 수제트리진의 상업적 가치는 높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특히 2025년 1월, FDA가 중등도~중증 급성 통증 치료제로 시판을 허가함에 따라 의료계와 투자자 양측의 관심이 다시금 집중되고 있다.

1편에서 다뤘던 좌절 사례들에 이어, 이번에도 항암, 알츠하이머, 유전자치료, 통증 치료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의학적 및 상업적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프로그램들이 난관에 부딪혀 중단 혹은 재평가되는 사례를 살펴봤다.

보고서는 이런 실패 사례들조차도 향후 신약 개발 방향성을 재점검하고, 환자 중심의 혁신을 촉진하는 양분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보고서는 “연구자와 기업들은 수많은 난관을 통해 얻게 된 인사이트와 경험을 바탕으로 2025년 이후 재도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궁극적 목표가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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