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혼돈 속으로 빠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협상이 거의 완료돼 간다는 입장을 내놓자 대한약사회가 발끈하며 강경대응에 나선 것. 전문약사제도 입법예고로 한 번 속내가 상한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맞서고 있다.
약사회는 지난 14일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에 대한 복지부의 일방적이고 안이한 발상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최근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밝힌 비대면진료 관련 입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앞서 박민수 차관은 지난 8일 간담회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타임스케쥴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의정협의에 영향을 줄까봐 조심스러워 그렇다. 대체로 서로 공감이 많이 됐다. 몇 가지 아주 불만족스러운 내용만 추가 동의하면 합의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약 배달은 약사회와 논의가 안됐지만, 약 배달이 빠진 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불편이 가중되며, 모든 비난의 화살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라는 말에 약사회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약사회는 이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약사회는 입장문에서 “약배달에 대해서는 복지부와의 어떤 협의도 진행된 바 없다”며 “복지부가 약 배달을 기정사실화 해 신뢰를 기반으로 논의해 온 그간의 약사 관련 정책협의 과정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어 약사사회를 분노케 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한약사회를 협의 대상이 아닌, 이미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약사회는 “의료소비자가 민간 플랫폼을 통해 처방과 조제 서비스를 구매함에 있어 관련 비용을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부담하도록 할 것이란 말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관련 정책으로 국민건강을 민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운용하려는 것이라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플랫폼) 앱 회사가 수수료를 요구하면 줘야 한다. 버스를 타면 버스요금을 내는데, 앱을 이용하면 앱 수수료를 내야하지 않나”라며 “환자가 내게 하면 안될 테고,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내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한 박 차관 발언을 맞받아 친 것이다.
약사회는 국민건강과 디지털 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논의를 해야 함에도 지나치게 산업적 측면만이 강조되고 있다며 정부 의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도 일갈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보호 원칙 △기관 독립 원칙 △소비자 선택권 보장 원칙 △전자처방전 무결성 원칙 △수익자 부담 원칙 등 5가지 비대면 방식 대안 마련의 원칙을 촉구했다.
동시에 약사회는 △현재 플랫폼 기업만을 위한 한시적 고시 즉각 철회 △약사사회 동의 없는 약사법 개정시도 즉각 철회 △보건의료계가 함께 참여하는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 마련 등을 강조했다.
한편 박 차관은 간담회 당시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심각 단계가 풀리기 전에 법을 통과시켰으면 한다. 그래야 쭉 이어갈 수 있다. 그때 약 배달까지도 함께 갔으면 한다”면서도 “직역이 반대하는데 무리해서 강행할 생각은 없다. 최대한 협의해 그 안을 가지고 약사법까지 개정해 동시에 제도화하는 게 목표다. 물론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의도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다. 최선을 다해 성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