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관리와 한방 요법
오장육부 이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개인별 체질 · 맞춤치료
입력 2024.09.04 08:57 수정 2024.09.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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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육부 이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개인별 체질 · 맞춤치료
동의보감 통해 원인을 살펴보고 ‘침’과 ‘한약’으로 탈모 치료

 장민기 <모락한의원장 /한의학박사>

 

들어가는 글  

탈모는 통증이나 장애를 유발하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탈모 치료를 하며 만난 많은 분들이 “탈모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진다,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게 된다, 자꾸 가리고 싶어진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육체적 고통 못지않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질환입니다.

한의원에서 탈모를 치료한다는 것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실 수 있을 겁니다. 탈모는 알려진 것처럼 유전의 영향을 받지만 사실 유전 외의 요인, 즉 개인의 건강 상태와 스트레스, 생활습관 등의 후천적인 요인과 밀접히 연관된 질환입니다. 유전력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 탈모가 시작해서 어디까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할지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 뿐 아니라 몸 내부의 오장육부의 이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개인별 체질치료, 맞춤치료에 강점이 있는 한의학적인 치료가 탈모에 있어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 “탈모 관리와 한방요법”은 탈모를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자신의 몸 상태와 탈모의 원인을 돌아봄으로써 탈모를 예방하고 자가 관리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東醫寶鑑(동의보감)에서 찾아보는 탈모의 원인

- 노화와 호르몬 변화

한의학에서 모발과 가장 관련이 깊은 장기는 바로 신장입니다. 동의보감 모발편의 가장 앞에 나오는 구절인 “髮屬腎”(발속신)은 신장이 모발을 주관하며 신장의 기능은 모발로 드러난다는 의미입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소변을 배설하는 기관인 콩팥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의 성장과 발달, 2차 성징과 생식능력, 호르몬의 변화와 노화를 모두 아우르는 장부입니다. 그리고 외부로는 모발과 관절, 치아 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탈모는 남성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호르몬이 모낭에 작용하여 지속적으로 모발 성장과 발모를 억제하는 질환입니다.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탈모 호르몬을 억제해주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탈모가 덜 진행하는데 여성호르몬의 작용이 약해진다면 여성도 탈모가 쉽게 진행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갱년기에 접어들거나 젊은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 동반되며 탈모가 진행하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호르몬의 분비와 균형을 총괄하는 것이 신장의 역할인데 탈모의 원인이 여성호르몬의 부족이나 불균형으로 진단되었다면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는 補腎(보신) 치료를 합니다. 또한 남성도 50대 전후로 몸이 이전과 다른 소위 ‘남성 갱년기’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과 달리 성기능이 떨어지거나 전립선의 문제(소변을 자주 보고 잔뇨감이 남거나 야간에 소변을 보는 증상)가 있다면 이 또한 신장 기능이 부족해진 것이 원인이며 여기에 탈모가 동반된다면 보신 치료를 중점적으로 합니다.

-소화 장애

동의보감에 “髮者血之餘, 穀氣入胃 變化而赤 爲血.”(발자혈지여, 곡기입위 변화이적 위혈)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모발은 혈액의 여분으로 만들어지며 혈액은 음식물이 위장에 들어가 소화 흡수되어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영양소는 모발의 원료가 됩니다. 따라서 첫째로 식사량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루 2끼 이상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소화가 잘되어 섭취한 영양이 체내로 잘 흡수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더라도 소화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모발의 원료를 제대로 만들 수 없게 됩니다.

평소 영양이 부족하게 드시거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신 분들, 또는 소화가 안 되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거나 속 쓰림, 위산역류, 잘 체하는 등의 증상이 있으신 분이라면 탈모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화 장애와 함께 탈모를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본인에게 유독 불편함을 주는 음식 섭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식습관 개선을 통해 자가 관리를 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머리가 뜨겁다, 두피열

동의보감 중 “少壯有髮落 火炎血燥故也.”(소장유발락 화염혈조고야)이라는 내용은 나이들어 머리가 빠지는 것은 정상이지만 젊어서 머리털이 빠지는 것은 火(화)가 성해서 血(혈)이 말랐기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모발은 혈액으로 만들어지는데 머리에 열이 많으면 두피의 血(혈)이 말라서 가뭄에 논이 갈라지듯 두피의 순환이 부족해집니다. 모발은 모낭의 모유두로부터 충분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아 모발을 합성하는데 두피의 순환이 부족해지면 새로운 모발의 발모와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두피열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계의 항진으로 발생합니다. 이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상체, 특히 두피의 체온을 상승시키고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체의 내분비, 면역계에도 영향을 주어 탈모의 진행에도 영향을 줍니다.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 호르몬은 수면 식습관 음주 흡연 등의 생활 관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으므로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 습관이 불량해지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절제한 식습관

아래는 동의보감에 나오는 탈모 치료 사례입니다. 
「젊은 여성이 머리털이 거의 다 빠졌는데 평소 厚味(후미=기름진 음식)을 즐겨먹어 상체로 열과 濕痰(습담=체내 노폐물)이 생겼고 이것이 모근에 영향을 미쳐 모근의 혈액이 말랐다. 防風通聖散(방풍통성산)이라는 한약을 2달 복용하고 1년 간 식습관을 조절하였더니 이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식습관이 탈모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한 기록입니다. 현대인에게 탈모의 시작 연령이 빨라지고 있는데 과거와 비교하여 식습관이 서구화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됩니다.

기름진 음식은 체내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데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분비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기름진 음식에 포함된 포화 지방이나 트랜스 지방은 혈액 순환을 방해할 수 있어 탈모를 악화시키는데 영향을 줍니다.평소 육류나 인스턴트, 과자, 튀김류 등의 기름진 음식의 섭취가 빈번하다면 그 빈도를 줄이시는 것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2. 四象體質(사상체질)로 보는 탈모가 잘 발생할 수 있는 체질

사상체질은 사람의 체질을 장부 기능의 강약에 따라 少陰人(소음인), 少陽人(소양인), 太陰人(태음인), 太陽人(태양인) 4가지로 나눕니다. 체질에 따라 기능이 발달한 장기가 있고 반면에 기능이 부족한 장기가 있습니다. 발달한 부분이 너무 지나치게 과도해지거나 기능이 약한 부분이 일정 수준 이하로 더욱 부족해지면 질병이 발생하게 되니 평소 섭생을 통해 균형 잡힌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사상체질에서 말하는 건강관리법입니다. 

탈모 또한 각 체질별로 취약한 부분이 원인이 되어 발생합니다. 인구 분포가 희박한 태양인을 제외한 나머지 체질을 통해 탈모가 잘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차서 섭취한 음식을 통해 모발을 만드는 기능이 떨어지는 체질입니다. 춥고 토양이 척박한 곳에서 농사짓기가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분들이 식사가 불규칙하거나 다이어트를 하시게 되면 탈모가 특히 더 진행하기 쉽습니다. 항상 소화가 불편하지 않도록 관리하셔야 하며 밀가루, 돼지고기, 찬 음식 등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피하셔야 합니다.

소양인은 상체가 발달하고 상체로 열이 잘 몰리는 체질입니다. 성격이 조급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교감신경 항진으로 인한 각종 신체 증상인 두피열, 불면, 두통, 피부트러블, 불안 증상 등이 잘 생길 수 있는 체질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가 잘 발생할 수 있는 체질이므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다면 생활관리를 잘 하셔서 다른 방향으로 발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셔야 합니다. 특히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체질이 맞지 않고 두피열을 조장할 수 있으니 가급적 담백한 음식을 섭취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태음인은 체내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체질입니다. 살이 쉽게 잘 찌고 지방이 주로 복부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복부에 쌓인 내장지방은 우리 몸에서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의 발생, 미세염증과 관련이 깊습니다. 모발은 정해진 수명을 다하고 빠지면 새로운 모발이 나야 하는데 새로운 모발의 재생이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즐기는 인스턴트나 기름진 음식들, 누구에게나 해롭겠지만 체내 자정 기능과 배설 기능이 떨어지는 태음인은 특히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3. 탈모의 한방 치료- 침치료

탈모의 한방 치료 중 두피에 직접 시술하는 치료로 침치료와 약침치료가 있습니다.

침을 놓는 혈자리를 經穴(경혈)이라고 하는데 각 혈자리마다 고유의 효능이 있어 한의사의 진단에 따라 알맞은 혈자리를 선정하여 침을 놓게 됩니다.
탈모에 사용되는 혈자리는 주로 두피 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 혈자리가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머리에 있는 百會(백회), 太陽(태양)이라는 혈자리와 뒷목에 있는 風池(풍지), 肩井(견정) 등의 혈자리를 다용합니다. 침으로 혈자리를 자극하여 두피와 모낭의 순환을 촉진합니다. 해당 혈자리는 침치료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지압해주는 것만으로도 두피순환을 촉진할 수 있으니 탈모의 자가 관리에 활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약침치료는 침과 한약의 작용이 결합된 것입니다. 한약 성분을 추출하여 정제한 약침 제제를 경혈에 주사기를 통해 주입하는 것으로 침자극 뿐 아니라 해당 한약 성분의 화학적 효과까지 함께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탈모 치료에 다양한 약침 제제가 사용되지만 태반 추출물인 자하거 약침이 대표적입니다. 자하거 약침에는 성장인자와 각종 활성물질이 풍부하여 노화 방지와 조직 재생에 활용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모낭에서 모발 합성을 촉진할 목적으로 탈모 치료에 사용됩니다.

 

4. 탈모의 한방치료-한약치료

탈모는 두피와 모발만의 문제가 아닌 몸 내부의 호르몬의 작용, 건강 상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침이나 약침을 통한 두피 자극만으로 한계가 있을 경우 한약 치료를 하게 됩니다.

탈모에 처방되는 한약은 탈모를 억제하고 모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약재를 주로 사용하되  탈모의 원인이 되며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상,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소화 장애나 여성호르몬의 불균형, 신장 기능의 부족, 두피열 등이 있다면 함께 치료해야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탈모에 다용되는 한약재는 “髮屬腎, 髮者血之餘”(모발은 신장이 주관하며, 모발은 혈액의 여분으로 만들어진다.) 라는 한의학적인 원리로 간과 신장 기능을 보하고, 혈액을 합성하는데 주요 작용을 하는 약재들이 사용됩니다. 대표적으로 숙지황, 구기자, 당귀, 천궁, 하수오 등의 약재가 다용되며 이들은 탈모 호르몬 합성에 관여하는 5-알파 환원 효소의 활성을 저해하여 탈모 진행을 억제하고, 모발 성장 물질 발현과 모유두 세포 증식을 통하여 성장기 모낭의 증가 및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작용이 있는 한약재입니다.

맺음말

한의학적 치료는 인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탈모와 같은 신체 일부분의 국소적인 증상이라도 몸 전체를 보고 원인을 치료한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이미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관점이지만 未病(미병), 아직 심각하게 진행하지 않은 상태를 적절히 관리하여 질병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평소 생활습관이나 자가 관리에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민기 모락한의원장 

<필자 소개> 장민기 모락한의원 원장은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졸업했으며 침구학 전공으로 한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침구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의학회와 대한침구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년 넘게 탈모를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는 한의사이자 한의학박사인 장민기 원장은 현재 서울 강남구 소재 모락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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