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인 증상 진단 치료 예후 다양한 질병
중앙대병원 피부과 이갑석 교수
"치료 가이드라인 효과와 환자 입장에서 실용성 동시 고려"
입력 2024.09.04 06:00 수정 2024.09.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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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는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매우 크기 때문에 비록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심각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탈모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기에는 그 원인, 양상, 진단, 치료, 예후가 너무나도 다양하다. 탈모 질환의 종류만 해도 원형탈모증, 휴지기탈모증, 남성형탈모증, 여성형탈모증, 반흔성탈모증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탈모질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발의 생물학적 특징(hair biology)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중앙대 피부과 이갑석 교수에게 탈모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 탈모는 왜 발생하는지 궁금하다.

모발은 다른 신체기관에서는 보기 힘든 주기적 변화(hair cycle)를 보인다. 성장기-퇴행기-휴지기(anagen-catagen-telogen)로 대표되는 모발의 주기적 변화는 머리카락을 기준으로 본다면 각각 3년-3주-3개월의 기간을 차지하며 90%-1%-10% 비율을 차지한다. 

탈모질환에서는 성장기 기간이 줄어들고 그 상대적 비율이 감소한다. 휴지기탈모증에서는 성장기에 있던 모발이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휴지기로 진행되고 이후에 탈모가 발생한다. 

원형탈모증에서 자가면역기전에 의해 손상된 성장기 모발이 탈락되거나 휴지기로 급속히 이행된다. 모발은 호르몬과 성장/노화에 따른 영향을 받아 모발의 특징이 바뀌기도 한다. 남자의 턱수염이 대표적인데, 사춘기 이전에는 솜털(vellus hair)이 자라다가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사춘기 이후에는 머리카락과 같은 굵은털(terminal hair)로 바뀐다. 

남성형탈모증 경우에는 반대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사라지는 변화(miniaturization)이 일어난다. 한편, 같은 머리카락이라 하더라도 뒤통수의 머리카락은 호르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 탈모의 분류방법과 특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탈모질환 분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반흔(scar) 유무이다. 

보통 심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섬유화가 일어나면 모낭 자체가 파괴되면서 발생하는 탈모를 반흔성탈모(scarring alopecia)라 부른다. 탈모부위를 육안적으로 관찰하면 모공이 사라진 흉터조직이 정상조직을 대체하고 있어, 모발만 없고 모공을 포함한 정상조직이 관찰되는 비반흔성탈모(non-scarring alopecia)와 쉽게 구분된다. 

탈모를 반흔 유무에 따라 이렇게 분류하는 것은 질병 분류 뿐만 아니라 치료와도 관련된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가 가능한 비반흔성탈모에 비해 현재까지는 반흔성탈모에 처방가능한 약물이 없다. 모발이식을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섬유화 등에 의해 모발 성장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에, 반흔성탈모의 경우에는 이식모발 생존률이 낮고 치료효과도 떨어진다. 

따라서, 탈모질환은 비반흔성탈모(non-scarring alopecia)와 반흔성탈모(scarring alopecia)로 크게 구분하고, 비반흔성탈모를 다시 발생원인이나 임상양상에 따라 원형탈모증, 휴지기탈모증, 남성형/여성형탈모증 등으로 구분한다.

각각의 탈모질환에 따라 환자들의 주증상호소가 달라진다. 

먼저 비반흔성탈모를 살펴보면, 원형탈모증 경우에는 ‘머리카락이 빠졌다’는것을 이발소나 미용실에서 듣고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휴지기탈모증의 경우에는, 단기간에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전반적으로 빠지기 때문에 ‘머리가 뭉텅뭉텅 빠진다’ 혹은 ‘자고나면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진다’는 말을 환자에게 흔히 듣게 된다. 이런 점이 반영되어 우리말 진단명에서는 같은 ‘탈모’라는 말을 쓰지만, 휴지기탈모증(telogen effluvium)에서는 분비라는 의미를 갖는 ‘effluviu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다른 탈모질환에서 탈모된 상태를 가리키기 위해 ‘alopecia’나 ‘hair loss’와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남성형탈모증에서는 ‘앞 이마의 헤어라인이 후퇴한다’ 내지는 ‘정수리가 휑해 보인다’고 말하면서 특정 부위에 국한된 패턴화된 탈모 증상을 호소한다. 

한편, 여성형탈모증의 경우 머리카락의 패턴 자체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남성형탈모와는 달리 모발의 숫자/두께가 미묘하게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헤어볼륨이 줄어들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환자가 많다. 반흔성탈모 경우, 탈모부위 자체를 ‘땜빵’과 같은 단어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행 염증성 질환 잦은 재발과 악화에 의한 ‘종기’, ’통증’ 등을 문제로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

# 최근 젊은 층에서 원형탈모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원형탈모증 임상양상은 국소형으로 동전크기 동그란 탈모반이 몇 개 발생하는 경우이다. 자가면역기전에 의한 반응이긴 하지만 대부분 진행이 멈춘 상태에서 내원하는 경우가 많고, 진행 중인 경우라도 면역억제제 치료에 잘 반응하고, 설사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너무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보다는 원형탈모증과 혼동될 수 있는 탈모벽(trichotillomania)이나 압박탈모증(pressure alopecia) 등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드물긴 하지만 두피 전체나 전신을 침범하는 전신형 원형탈모증은 치료반응도 나쁘고 예후가 불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자가면역기전이라면 통상 효과를 보여야 하는 스테로이드에 치료효과가 떨어지며, 치료가 되더라도 금방 재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소형과 전신형의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반응이라는 기전과 원형탈모증이라는 명칭의 공통점은 갖고 있지만 전혀 다른 질환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임상양상,치료반응,예후가 다르다.

#  원형탈모증 환자 치료를 위한 효과적인 치료법과 선택 가능한 옵션은

지금까지 원형탈모증 치료는 자가면역반응이라는 발생기전에 기초해 스테로이드제와 같은 면역억제제의 사용이 기본이었다. 즉, 발생범위가 적은 경우에는 국소 치료(도포제, 병변내주사)를 사용하고 광범위하면서 급격한 진행을 보이는 경우에는 전신치료(경구, IV)를 시행하였다. 

광범위하지만 발생한 지 오랜 시간이 경과 된 경우에는 DPCP(diphenylcyclopropenone)을 이용한 면역치료를 시도했다. 최근 원형탈모증의 발생기전에 대한 기초연구를 통해 JAK(Janus kinase) 억제제가 개발돼 그동안 잘 치료하지 못하던 전신형 원형탈모증 환자에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발표된 미국피부과학회의 원형탈모증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부작용이 많던 전신 스테로이드 제제를 대신하여 심한 원형탈모증 치료의 일차선택치료제로 제시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JAK 억제제 사용이 쉽지 않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DPCP 등을 이용한 면역치료도 시행이 쉽지 않아, 현재 스테로이드제를 이용한 치료(국소/전신)가 일차선택치료제로 주로 이용되고 있고 미녹시딜 국소 도포제가 보조치료제로 이용된다. 

한편, 치료가 실패하는 경우 가발 등을 착용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  탈모질환 관련  진단과 치료에 있어 전문의 입장에서 조언을 한다면  

치료제를 처방하거나 처치를 시행함에 있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하면서도 환자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의학 문헌 홍수 속에 통계적 유의성을 보이는 각종 치료법의 문헌보고는 많지만, 그것들이 모두 임상에서 효과가 있지는 않다. 

임상의사들 처방 및 사용 속에서도 효과가 꾸준히 입증되어 살아남는 치료와 그렇지 않은 치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또 환자 입장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으면서 사용에 편리한 약제 처방이 중요하다. 

임상시험에서는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하루 2회 사용이라는 적절한 용법을 따르기가 쉽지 않아 임상에서는 그 우수한 효과가 잘 재현되지 않는 도포제 미녹시딜 사례는 환자 사용 편의를 고려하는 것이 과학적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필수적임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피부과학회에서 남성형/여성형탈모 치료에 대해 발표한 가이드라인(2017년)에 제시된 효과의 강도와 환자 입장에서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치료하는 것이 실제 임상에서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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