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모 환자 치료에서 유전자 검사 의의
입력 2024.09.04 06:00 수정 2024.09.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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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병원 피부과 박병철 교수. © 단국대학교병원

1997년에 개봉한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 염기 서열인 ATGC 의 알파벳 조합으로 만든 제목이다. 영화는 유전자에 의한 결정론적 미래 사회에서 열등 유전자를 보유한 한 인간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거의 25년 전의 공상 과학 영화의 내용이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는 어떻게 되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살펴 보고자 한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피 한 방울로 다양한 암의 발생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소개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미국에서는 23앤미(23andme) 라는 유전체 분석 회사가 일반 개인을 위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실시하고, 많은 질환, 건강 관련 요소에 대해서 유전자 검사 분석 결과를 개인에게 제공하고 있고, 이러한 빅 데이터는 IT 회사인 구글, 페이스북 혹은 애플 등의 헬스 케어 프로그램과 연결되어 개인 맞춤형 건강 상담도 시도되고 있다.

다만 현재 이 회사의 최근 5년간 주가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때 영화속의 상상이 곧 현실화 될 것 같은 엄청난 기대를 했지만, 현실의 적용에서는 많은 한계가 있으면서 향 후 더 많은 숙제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유전적 성향이 강한 안드로겐성 탈모에서 유전자 분석의 의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의미와 한계
유전자 분석은 크게 △개인이 직접 의뢰해서 결과를 받는 경우와 △병원에서 특정 질병과 연관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여 예후, 예측 및 치료에 활용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다수의 유전체 회사들이 대중적으로 유전체 분석 상품 등을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상품은 거의 모두 개인 유전자 분석이며, 탈모의 유전자 분석도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직접 검사를 영어로는 Direct to Consumer 라고 명명하며, 이를 번역하면,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이다.

DTC 유전자 검사의 과정 예시. © 테라젠헬스

Direct To Consumer (DTC; 소비자 직접 의뢰) 란 유전자 검사에 있어서 병, 의원의 처방 없이 소비자가 유전체 회사 등으로부터 직접 유전체 분석 키트를 받아서 구강 내 상피 세포 등을 채취한 후 택배 등으로 유전체 회사에서 검체를 보내면, 유전체 회사에서 DNA를 추출한 후 직접 유전자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DTC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서는 사람의 전 유전자 혹은 특정 질병의 심도 있는 유전자 분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에서 인정하는 DTC 개별 항목에 대한 공개 유전자 변이, 혹은 정부의 공인 인증 유전체 기관에서 허가받은 항목과 유전자 내에서만 분석을 할 수 있다. 대체로 분석 가능한 항목들은 구체적 질병 보다는 건강, 노화 관련 항목이다. 탈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직이나 혈액을 통한 구체적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경우는 없으며, 개별 연구만 진행 중이다.

탈모 연관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의의
개인 유전자 분석 (DTC)에서 하는 유전자 분석은 특정  유전자의 일정 부위에서 발생하는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A’ 라는 유전자의 N 번 염기 서열에서 정상인은 ‘T’라는 염기가 많다면 질병 군에서는 ‘C’ 라는 염기가 많을 때 이러한 빈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질병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2016년 보건복지부가 특정 건강상태, 질환에 대하여 최초 11개 항목의 45개 유전자가 허용하였다. 이후 2023년 12월에 4개의 인증기관에서 총 165개의 항목에 대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중 탈모와 관련하여 2016년 최초 공개된 유전자는 chr20p11(rs1160312, rs2180439), IL2RA, HLA-DQB1 4개와 모발 굵기 관련하여 EDAR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유전자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chromosome 20p 11 에 위치한 유전자 2개는 많은 연구에서 안드로겐성 탈모에서 유의하게 변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IL2AR, HLA-DQB1 은 원형 탈모와 연관이 있다. 그리고 모발 굵기로 알려진 EDAR 유전자는 조기 안드로겐성 탈모와 연관이 있다.

탈모 유전자 검사 결과. © 테라젠헬스

이렇게 본다면 현재 DTC 로 알려진 유전자 중에 안드로겐성 탈모와 연관 있는 것은 크게 3개 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3가지 유전자 변이의 조합만으로는 사실상 안드로겐성 탈모를 온전하게 진단하거나 예측하기에는 그 민감성이나 특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DTC 유전자 검사 기관으로 인정받은 유전체 회사에서는 탈모 관련 유전자의 국내외의 연구 논문을 바탕으로 개별 회사별로 다양한 유전자의 조합(예: 안드로겐성 탈모 - HDAC9, EBF1, SETBP1 등-, 원형 탈모 – CTLA4, BTNL2 등-)을 바탕으로 탈모에 대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소위 말하는 유전자 검사에서 활용되는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 유전자는 우리가 흔히 탈모의 유전적 요인에 대해 언급하는 안드로겐 수용체 (AR) 혹은 제 1형 및 제 2형 5 알파 환원제 (SRD5A1,2) 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유전자 검사는 탈모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유전자 변이의 통계적 연관성만 나타낼 뿐 기능적 연관성 까지 연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탈모의 원인 중 하나로 확인 되는 PTGDS, GPR 44 유전자의 mRNA 발현의 차이가 밝혀졌으나(기능적 연관성 확인), DNA 변이를 확인하는 GWAS 연구에서는 탈모와 정상인에서 상기 
유전자의 변이가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시판 되는 탈모 유전자 검사의 결과에 탈모의 위험성이 몇 배 높다라고 표시되기도 하는데, 이는 많은 대상자를 연구하여 분석한 통계적인 수치일 뿐이며, 탈모의 여러 위험 요인 중에 유전적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것일 뿐, 각 개인에게 적용할 구체적 위험은 유전적 요인 외에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하므로, 유전적 검사의 결과가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적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는 없다.  

이렇게 질병 관련 유전자를 보유하더라도 이것이 기능적으로 활성화 될지 안될지는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 이렇듯  DNA 염기 서열의 변화 이외의 영역에서 유전자 기능의 변화를 조절하는 것을 후성 유전학이라고 하며, 유전자 표식으로는 DNA methylation, small interfere RNA, histone modification 등이 유전자의 발현 유무와 연관이 있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를 가졌더라도 이러한 유전적 변이가 곧 결정론적으로 질환을 가진다는 것으로 단정 지을 수만은 없는 것이며, (예외적으로 단일 유전자 변이가 곧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적 요인 등의 후생 유전학적 원인도 충분히 작용함을 알 수 있다.

탈모관련 개인 유전자 검사 결과와 의미 
탈모 유전자 검사는 만약 사용자가 탈모에 대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에 속한다면, 탈모에 대한 관심과 자가 진단 (예: 머리 감을 때 빠지는 모발의 개수 확인, 앞쪽 헤어라인이 올라가는 것, 스마트 폰을 활용한 두피 머리 사진의 변화 관찰 등) 등을 통하여 조기에 탈모를 발견하고 검증된 의학적 치료를 초기에 받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탈모 유전자 검사에서 비록 몇가지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더라도 그러한 유전자의 개별 변이 하나 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어떠한 관리를 한다거나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에서의 결과는 다양한 유전자의 변이(SNP)의 조합에 의한 탈모의 발생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높다는 의미이므로, 혹 탈모 연관 유전자 변이가 위험성으로 일부 나오더라도 임상적으로 당장 탈모가 없거나, 진행되지 않는 상태라면 일반적인 건강한 일상 생활 활동을 하면서 탈모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정도가 권장된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탈모 관련해서는 개별 유전자에 대한 단일염기다형성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법이나, 약물 등은 개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에 이러한 유전자 검사와 관련하여 식이 요법이나, 건강 보조 식품, 영양제 등이 판매 되고 있지만, 순수한 의학적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그 유효성에 대해 검증되었다라고 할 수는 없으며, 일반적 개념에서 탈모의 예방을 위한 식생활, 생활 환경의 관리 등은 제시 될 수 있다.

유전자 기반 조기 탈모 진단의 신뢰성 연구와 한국형 유전자 진단 모델 개발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안드로겐성 탈모 연관 20개의 단일 염기 다형성(SNP)을 조합하여 분석하였을 때 탈모 예측도는 약 70%를 상회 하는 것으로 보고 되어 그 결과가 나쁜 정도는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탈모가 심한 경우는 탈모에 대한 예측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었다. 한편 현재 개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 (DTC) 에 활용되는 대다수의 건강관련 유전자들은 서양에서 연구되고 검증된 데이터를 한국에 적용한 것이다. 의학적으로 특정 질병의 유병률, 유전적 변이의 정도가 인종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

탈모 유전자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 PLoS Genet 2017 Feb 14;13(2)

이러한 부분은 향 후 지속적으로 다양한 건강 서비스, 질병 관련해서 연구가 필요하며, 연구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탈모 관련해서는 필자가 국내 유전체 회사와 함께 탈모 연관 한국형 유전자 변이 발굴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가 국제 저널에 논문으로 게재 되어(J Cosmet Dermatol. 2022 Nov;21(11):6174-6183), 국내 유전자 분석 기관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같은 안드로겐성 탈모 환자라도, 현재 유전자 분석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남성형 탈모에 국한되며, 여성형 탈모를 위한 유전자 검사는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남성형 탈모에 적용된 탈모 관련 유전자 변이가 여성형 탈모에서는 연관이 없다는 연구 보고가 있고, 아직까지 여성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형 탈모에 대해서도 유전자 변이와 질병의 연관성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은 편이다. 그리고 개별 유전자 변이(SNP) 에 대한 기능성 연구 혹은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 등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탈모 관련 유전자 분석 서비는 첫 걸음마를 시작하여 이제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며, 의학의 발전, 빅 데이터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 인공지능의 발전 등을 바탕으로 영화속 상상의 세계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며, 필자는 오늘도 탈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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