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精子), 차렷! 남성 경구피임제 전임상 주목
‘TDI-11861’..정자 최대 2시간 반 “그대로 멈춰라”
입력 2023.02.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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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멈춰라~

미국 코넬대학 의과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피임제 후보물질이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정자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수태를 예방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誌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誌에 “필요할 때마다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를 급성 억제하는 남성 피임제” 제목으로 14일 게재된 보고서에서 언급된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sAC) 저해제 ‘TDI-11861’이 바로 그것이다.

보고서를 게재한 조헨 버크 교수와 로니 R. 레빈 교수(약리학)는 이 같은 발견이 피임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두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2000여년 전에도 존재했던 콘돔과 정관절제수술이 아직까지 유일한 남성용 피임대안임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남성 경구용 피임제에 관한 연구가 정체된 것은 안전성과 부작용 측면에서 훨씬 더 높고 명확한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레빈 교수는 지적했다. 남성들이 그 같은 위험성을 감내하거나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코넬대학 의과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교수는 원래 남성용 피임제를 개발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오랜 동료였음에도 불구하고 버크 교수가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라 불리는 중요한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을 분리하자 레빈 교수가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를 분리하는 일은 생화학자들이 오랫동안 피해왔던 과제이다.

하지만 두 교수는 연구주제를 이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로 전환하더니 각자의 연구실을 하나로 통합했다.

두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유전적 변이를 걸쳐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가 결핍되도록 유도한 마우스들에게서 생식능력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후 지난 2018년 연구실에서 포스트닥터 과정을 밟고 있던 멜라니 볼박 박사가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 저해제를 안구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의 활성을 저해하기 위한 약물을 투여한 마우스들에게서 생성된 정자가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당시 볼박 연구원의 눈에 띄었다.

그리고 두 교수의 연구실은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의 억제가 안전한 피임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를 암호화한 유전자가 결핍된 남성들의 경우 건강하지만 생식능력은 부재했다는 다른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찾아내기도 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보고서를 보면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 저해제 ‘TDI-11861’을 한차례 투여한 마우스들에게서 정자가 최대 2시간 30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고(immobilizes), 그 같은 약효가 짝짓기를 한 암컷의 생식기 내부에서도 유지된 것으로 입증됐다.

3시간 후 일부 정자들이 활동을 재개했고, 24시간 후에는 거의 대부분의 정자들이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TDI-11861’을 투여한 수컷 마우스들은 암컷 마우스들과 정상적인 짝짓기 행동을 나타냈지만, 52회에 걸친 지속적인 시도에도 불구, 암컷을 수태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플라시보를 투여한 수컷 마우스들은 전체 짝짓기 횟수의 3분의 1 정도에서 암컷을 수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볼박 박사는 “우리가 사용한 저해제가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면서 “개발이 진행 중인 다른 호르몬성 또는 비 호르몬성 남성 피임제들의 경우 정자의 수치가 줄어들거나 난자를 수정시키지 못하게 될 때까지 수 주일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는 차이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뒤이어 볼박 박사는 “개발 중인 호르몬성 또는 비 호르몬성 남성 피임제들의 약효를 역전시키는 데 다시 수 주일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며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 저해제의 경우 불과 수 시간 이내에 제거되고, 남성들이 필요할 때만 복용하면 될 것”이라는 말로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했다.

레빈 교수는 “우리 연구팀이 이미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데 보다 적합한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 저해제의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교수는 최고 학술책임자로 동참한 그레고리 코프 박사와 함께 제약기업 세이실 파마슈티컬스社(Sacyl Pharmaceuticals)를 설립했다.

현재 연구팀에게 필요로 하는 수순은 다른 전임상 모델을 사용해 이번 연구결과를 재현하는 절차이다.

버크 교수는 “다른 전임상 모델에서 도출된 결과가 차후 건강한 남성들을 충원해 가용성 아데닐릴 고리화효소가 정자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한 근거자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적인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언젠가 약국에서 남성용 피임정제를 구입하려는 남성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버크 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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