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글로벌 동물보호단체로 잘 알려진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의 미국지부가 자국의 한 대형 돈육 가공업체를 상대로 지난 18일 소송을 제기했다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공표해 관심이 쏠리게 하고 있다.
이 업체가 자사의 동물학대에 대해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다는(misleading) 것이 HSI 미국지부가 소송을 제기한 사유이다.
소송에서 HSI 미국지부는 이 업체가 수태한 암퇘지들의 경우 사육용 우리(gestation crates)를 제거해 준다고 홍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돼지 사육을 위해 쇠창살로 만들어진 우리는 돼지의 몸과 엇비슷한 크기여서 옴짝달싹하기조차 어렵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HSI 미국지부는 이 업체가 홍보하는 내용과 달리 사육용 우리를 제거해 주지 않고 있고, 단지 우리 속에 갇혀 있는 시간을 줄여주고 있을 뿐이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우리에 가두는 사육방식은 지난 수 십년 동안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악명높은 방법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에 따라 10개 주(州)들이 우리에 가두는 사육방식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을 뿐 아니라 일부 주들의 경우 쇠창살로 만들어진 우리에 가두는 사육방식으로 통해 생산된 돈육의 판매를 금지하기에 이른 것이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주요 외식업소, 소매유통기업 및 외식전문기업들도 소비자들의 비난을 이유로 자체 공급망에서 우리에 가두는 사육방식을 배제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HSI 미국지부의 키티 블락 지부장은 “문제의 업체가 자사의 돼지를 사육방법에 대해 소비자들은 호도해 왔다”면서 “이 업체는 우리에 가두는 사육방식을 폐지하고, 암퇘지들을 자사가 직영하는 농장으로 옮겨 집단사육하고 있다고 홍보해 왔고, 이 점이 소비자들의 수요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부분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락 지부장은 뒤이어 “하지만 사실은 이 업체의 집단사육 방식이 돼지들이 살아있는 대부분의 기간을 우리 안에 가둔 채 사육하고 있고, 기묘한 기계장치를 사용해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돼지들이 입에서 피가 나도록 창살을 물어뜯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 회사의 동물 사육방법에 대한 전체적인 진실을 알아야 하고, 우리는 이 업체 측에 책임을 묻고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HSI 미국지부에 따르면 이 업체는 지난 2007년 당시 차후 10년 이내에 우리에 가두는 사육방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암퇘지를 집단사육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그 후 이 업체는 자사가 거듭 사육용 우리를 폐지하고 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환기시켰다.
하지만 이날 HSI 미국지부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업체의 집단사육 시스템이 사실은 주기적으로 우리에 가두어 사육하는 방식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돼지들을 비좁은 우리 안에서 최대 6주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9주 동안 집단사육용 우리로 이동시키고, 이후 분만용 우리에서 4주 동안 키운 뒤 다시 사육용 우리로 보내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사육주기는 돼지들이 살아있는 동안 반복되고, 따라서 비좁은 사육용 우리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부 감소할 뿐이라고 HSI 미국지부는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