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을 함께 평가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새로운 병기 체계가 제시됐다. 좌심방의 상태를 4단계로 구분한 결과, 가장 높은 4기 환자는 가장 낮은 1기 환자보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최대 7.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팀은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와 공동으로 비후성 심근증 환자 705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705명(평균 연령 57.6세)을 약 7.5년간 추적해 좌심방의 압력과 수축 기능에 따른 4단계 병기를 제시하고, 병기별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비후성 심근증은 성인 200~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잘 이완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완기능 장애가 진행하면 좌심방 압력이 높아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거나 섬유화되면서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은 비후성 심근증에서 가장 흔한 지속성 부정맥이며, 뇌졸중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위험 인자다. 이번 연구에서도 추적 기간 중 전체 환자의 14.3%인 101명에게 심방세동이 새로 발생했다.
좌심방 크기 넘어 압력·수축 기능 함께 평가
현재 진료지침은 고위험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게 매년 또는 2년마다 심전도와 홀터 검사로 심방세동을 감시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존에 활용되던 좌심방 크기는 장기간 압력 부하가 누적된 결과를 보여주는 비교적 늦은 지표다. 좌심방이 압력 상승에 적응하는 과정과 이후 기능이 저하되는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심초음파로 측정할 수 있는 좌심방 수축 기능인 변형률과 좌심방 압력을 함께 분석해 좌심방의 기능적·혈역학적 상태를 4단계로 구분했다.
1기인 ‘정상’은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이 모두 정상인 상태다. 2기 ‘과보상’은 상승하는 좌심방 압력에 대응해 수축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단계다.
3기 ‘기능 저하’는 좌심방 압력이 높지만 수축 기능의 강화가 사라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단계다. 마지막 4기 ‘탈진’은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수축 기능이 정상 하한 아래로 떨어진 상태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좌심방 압력은 정상이지만 수축 기능만 저하된 ‘고립성 좌심방 수축 기능 장애’군도 확인했다.
전체 환자 중 1기는 18.6%, 2기는 40.6%, 3기는 25.7%, 4기는 10.9%였다.
병기 높아질수록 심방세동·뇌졸중 위험 증가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1.83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 보정 위험비는 1.83이었으며, 95% 신뢰구간은 1.42~2.37이었다.
10년 누적 신규 심방세동 발생률도 병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기는 4.8%였지만 2기는 16.7%, 3기는 23.9%, 4기는 49.1%로 높아졌다.
연구팀이 이번 좌심방 병기를 기존 심방세동 위험 예측모델인 CHARGE-AF와 HCM-AF 점수에 추가하자 향후 10년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성능도 유의하게 향상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별도의 환자군에서도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25명(평균 연령 59.7세)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진행한 결과,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2배 증가했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환자군과 일관된 결과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 좌심방 병기에 따라 증가했다.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서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은 1.81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3~4기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약 1%에 달했다.
추적검사에서도 병기 진행 양상 확인
연구팀은 첫 심초음파 검사 후 4~6년 뒤 추적검사가 가능했던 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좌심방 병기의 시간에 따른 변화도 분석했다.
그 결과 39.6%는 기존 병기를 유지했으며, 43.8%는 더 높은 병기로 진행하거나 심방세동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좌심방의 상태가 제안된 병기 순서에 따라 변화한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병기별 심방세동 발생 위험에 차이가 확인된 만큼, 향후 환자별 위험도에 따라 감시 강도를 조정하는 데 이번 병기 체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를 들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1기 환자와 위험이 높은 4기 환자에게 동일한 강도의 검사를 적용하기보다, 각 환자의 위험 수준을 반영해 심전도와 홀터 검사 등의 감시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다만 병기에 따른 구체적인 검사 간격이나 감시 강도가 이번 연구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임재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좌심방이 높아진 압력에 적응하다가 결국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시점을 찾고, 고위험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조기에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좌심방은 그동안 좌심실 기능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적응하고 소진되는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독립된 두 환자군에서 이 지표를 바탕으로 한 병기가 심방세동 예측에 일관된 가치를 보인 만큼, 앞으로 심초음파 판독 과정에 이 병기 평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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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후성 심근증 환자의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을 함께 평가해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새로운 병기 체계가 제시됐다. 좌심방의 상태를 4단계로 구분한 결과, 가장 높은 4기 환자는 가장 낮은 1기 환자보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최대 7.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임재현·김형관 교수팀은 분당서울대병원 황인창 교수, 삼성서울병원 이상철 교수와 공동으로 비후성 심근증 환자 705명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 705명(평균 연령 57.6세)을 약 7.5년간 추적해 좌심방의 압력과 수축 기능에 따른 4단계 병기를 제시하고, 병기별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
비후성 심근증은 성인 200~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유전성 심장질환으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잘 이완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완기능 장애가 진행하면 좌심방 압력이 높아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거나 섬유화되면서 심방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방세동은 비후성 심근증에서 가장 흔한 지속성 부정맥이며, 뇌졸중과 사망 위험을 높이는 독립적 위험 인자다. 이번 연구에서도 추적 기간 중 전체 환자의 14.3%인 101명에게 심방세동이 새로 발생했다.
좌심방 크기 넘어 압력·수축 기능 함께 평가
현재 진료지침은 고위험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게 매년 또는 2년마다 심전도와 홀터 검사로 심방세동을 감시하도록 권고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기존에 활용되던 좌심방 크기는 장기간 압력 부하가 누적된 결과를 보여주는 비교적 늦은 지표다. 좌심방이 압력 상승에 적응하는 과정과 이후 기능이 저하되는 변화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심초음파로 측정할 수 있는 좌심방 수축 기능인 변형률과 좌심방 압력을 함께 분석해 좌심방의 기능적·혈역학적 상태를 4단계로 구분했다.
1기인 ‘정상’은 좌심방 압력과 수축 기능이 모두 정상인 상태다. 2기 ‘과보상’은 상승하는 좌심방 압력에 대응해 수축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화되는 단계다.
3기 ‘기능 저하’는 좌심방 압력이 높지만 수축 기능의 강화가 사라지고 좌심방이 늘어나기 시작하는 단계다. 마지막 4기 ‘탈진’은 압력이 높은 상태에서 수축 기능이 정상 하한 아래로 떨어진 상태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좌심방 압력은 정상이지만 수축 기능만 저하된 ‘고립성 좌심방 수축 기능 장애’군도 확인했다.
전체 환자 중 1기는 18.6%, 2기는 40.6%, 3기는 25.7%, 4기는 10.9%였다.
병기 높아질수록 심방세동·뇌졸중 위험 증가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1.83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 보정 위험비는 1.83이었으며, 95% 신뢰구간은 1.42~2.37이었다.
10년 누적 신규 심방세동 발생률도 병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기는 4.8%였지만 2기는 16.7%, 3기는 23.9%, 4기는 49.1%로 높아졌다.
연구팀이 이번 좌심방 병기를 기존 심방세동 위험 예측모델인 CHARGE-AF와 HCM-AF 점수에 추가하자 향후 10년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성능도 유의하게 향상됐다.
이 같은 결과는 별도의 환자군에서도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환자 425명(평균 연령 59.7세)을 대상으로 외부 검증을 진행한 결과,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신규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1.82배 증가했다.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 환자군과 일관된 결과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도 좌심방 병기에 따라 증가했다. 비후성 심근증 환자에서 좌심방 병기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허혈성 뇌졸중 발생 위험은 1.81배씩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3~4기 환자의 연간 뇌졸중 발생률은 약 1%에 달했다.
추적검사에서도 병기 진행 양상 확인
연구팀은 첫 심초음파 검사 후 4~6년 뒤 추적검사가 가능했던 환자 217명을 대상으로 좌심방 병기의 시간에 따른 변화도 분석했다.
그 결과 39.6%는 기존 병기를 유지했으며, 43.8%는 더 높은 병기로 진행하거나 심방세동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가 좌심방의 상태가 제안된 병기 순서에 따라 변화한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병기별 심방세동 발생 위험에 차이가 확인된 만큼, 향후 환자별 위험도에 따라 감시 강도를 조정하는 데 이번 병기 체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를 들어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1기 환자와 위험이 높은 4기 환자에게 동일한 강도의 검사를 적용하기보다, 각 환자의 위험 수준을 반영해 심전도와 홀터 검사 등의 감시 전략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다만 병기에 따른 구체적인 검사 간격이나 감시 강도가 이번 연구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임재현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좌심방이 높아진 압력에 적응하다가 결국 한계에 이르는 과정을 4단계로 보여준 것”이라며 “각 단계에서 질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 시점을 찾고, 고위험 환자의 심방세동과 뇌졸중을 조기에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관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좌심방은 그동안 좌심실 기능을 반영하는 수동적인 지표로만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스스로 적응하고 소진되는 능동적인 기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독립된 두 환자군에서 이 지표를 바탕으로 한 병기가 심방세동 예측에 일관된 가치를 보인 만큼, 앞으로 심초음파 판독 과정에 이 병기 평가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