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통한 영양분·노폐물 이동 돕는 ‘창문’ 형성 기전 최초 규명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팀, 단분자 이미징·머신러닝 기반 연구 진행
입력 2024.02.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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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서대하 교수. ©서울아산병원

모세혈관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신체 각 장기에 전달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모세혈관의 한 종류로 혈관벽에 창문처럼 생긴 작은 구멍들이 뚫린 ‘창문형 모세혈관’이 있는데, 이 구멍들을 통해 물질들이 더욱 수월하게 교환된다.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혈관 창문에 문제가 생기면, 물질 교환이 활발하지 않아 장기의 염증, 대사 장애 및 퇴행성 변화를 초래하는 등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혈관 내부의 창문이 어떤 기전에 의해 형성되는지조차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의생명연구소 중개의과학연구단) ·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화학물리학과 서대하 교수팀은 모세혈관의 창문이 ‘세포막 소포체 연관 단백질(PLVAP)’ 분자의 움직임과 결합 형태에 따라 형성되고 그 패턴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최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혈관질환을 비롯해 암이나 중추신경계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PLVAP가 창문을 형성하는 기전을 최초로 밝힌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난치성 질환의 치료를 위한 실마리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세혈관의 한 종류인 ‘창문형 모세혈관’은 세포막에는 작은 창문들이 뚫려있고 이들은 가림막(diaphragm)으로 일부 닫혀있는 구조다. 뇌, 안구, 신장, 갑상선, 장 점막 등의 주요 장기에 주로 분포한다.

모세혈관의 작은 구멍인 창문 틈으로 산소와 영양분 등 신속한 물질 교환이 가능하며, 가림막은 혈액 속 중요한 물질들이 새지 않고 정상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하는 문지기 역할을 한다.

이때 창문과 가림막 구조를 구성하는 세포막 소포체 연관 단백질(PLVAP)이 혈관내피세포를 통과하는 물질 이동 과정에 소낭(물질을 감싸는 주머니)을 형성하여 혈관 투과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 PLVAP에 집중해 단분자 이미징과 머신러닝을 통해 수학적 분석을 한 결과, PLVAP 분자가 혈관내피세포의 세포막에서 불규칙적으로 이동하다가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분자끼리 결합하는 소중합체(올리고머)를 형성하면 이동을 멈추고 육각형 배열을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 분포의 규칙성과 패턴은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조직의 모세혈관 창문의 크기와 간격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즉 PLVAP 분자들의 움직임과 결합 형태에 따라 혈관 창문의 형성과 그 패턴이 결정되며, 이러한 전환은 가역적인 현상인 것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동물모델에서도 동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관이 창문을 형성하는 기전을 최초로 규명했을 뿐 아니라 그 위치와 패턴이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라며, “PLVAP 분자를 조절함으로써 노화와 관련된 황반변성이나 퇴행성 뇌질환 등 난치성 질병들의 병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ERC 자성기반라이프케어연구센터), DGIST의 HrHr+, 그랜드챌린지연구혁신프로젝트(D-GRIP)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화학분야 저명한 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피인용지수 10.8)’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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