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기 맞은 병원들..."기존 의료전달체계 개혁 필요"
병원계, 인력난 심각한 현실 토로...정부 "의사 인력 유입 정책 펼치겠다"
입력 2023.11.30 06:00 수정 2023.11.3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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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29일 열린 KHC 2023에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연세대학교 이상규 보건대학원장, 고려대학교 정희진  구로병원장, 차의과대학교 부속 구미차병원 김재화 원장,  대한외과학회 신웅진 이사장,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약업신문

의료 현장의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인력난'을 병원의 최대 위기로 꼽았다. 정부는 의료 선진국인지만 현재 위기라는 사실에 공감하며 의대 증원으로 늘어날 의사 인력이 병원에 유입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단기-중장기 대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기존 의료전달체계를 개혁해나가겠다고도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가 29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제14회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3’에선 '한국 병원의 대위기,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 극복과 발전을 위한 비장한 모색'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대학병원은 연구와 임상, 교육이 조화롭게 작동해야 하는 곳으로 최소한 현 인력의 2배 이상이 늘어야 한다”면서 "의대 증원으로 늘어날 인력이 병원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보건의료분야는 국민 생활의 가장 기본인만큼 정부가 명운을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단기간에 모든걸 해결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병원장들은 입을 모아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차의과대학교 부속 구미차병원 김재화 원장은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워 매년 매달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병원의 존립이 위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돈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와 있다"며 "지역 병원 살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경증환자까지 3차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만이라도 적절히 갈 수 있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어 "계속 바뀌는 의료 정책은 비효율의 극치를 달린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국민건강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은 지속적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료전달체계와 수련체계 등 '대위기'에 맞는 '대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을 김 원장은 덧붙였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정희진 원장도 대학병원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워라밸이 없는 3D업종인데다, 의료 사고로 경찰서에서 조사 받는 등 보호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병원을 선택할 전공의가 있을까 싶다"며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검사가 늘어나고 3차 병원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입원 전담 전문의나 초빙 교수 등 특수 형태의 인력으로 메꾸다 보니, 적자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필수-중증의료 영역이 충분히 존중받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의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사법적 리스크에서 보호받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사회와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 내 의료공백 해결책으로 의사 보조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 원장은 "이들을 수면 위로 올려 전문화하는 과정 등 논의를 활발히 해야 한다"며 "'인력 공백'을 슬기롭게 메우고 전공의가 '일'이 아닌 제대로 된 수련을 통해 바람직한 의사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장이기도 한 대한외과학회 신웅진 이사장은 "지금의 전문의 수로는 세분화된 분과 영역을 커버하지 못한다"면서 "병원 입장에선 어떻게든 충원하려고 하지만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분화된 분과 영역과 변화한 진료 형태가 인력 부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년 전 외과 분과는 크게 유방수술과 등 3~4개 정도였는데 최근엔 15개 분과로 세분화돼 왼쪽 유방 전문의와 오른쪽 유방 전문의를 나눠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또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한 명의 환자가 대여섯개 과의 진료를 보는 등 진료 양이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이어 "필수의료 분야의 재정을 확보해야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파격적으로 올려야 필수의료가 살아난다"며 "최소한 병원이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수가를 맞춰줘야 한다"고 수가 인상을 강조했다.

정부는 수가 경제적 부분과 인력 및 장비 관련 규제 등이 병원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병원이 처한 위기는 하나의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의료전달체계를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개혁해야 되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차관은 그러한 장기적 대책 중 하나가 '의대 증원'이라고 전했다.

또 수가에 있어서도 '리스크'와 '숙련도'에 따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차관은 "기존의료체계는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어 수가 체계를 바꾸면 활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수가체계를 매년 혹은 2년에 한번 정도 재설계하는 식의 제도를 정착시킬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대한민국 의료의 70%가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음에도 의원의 환산지수가 병원을 역전한 현상이 몇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가계약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좀 더 병원계 입장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공식적인 의사결정 과정 구조를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론 '공공정책 수가'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어린이병원의 경우 사후보상제를 도입을 위해  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소아과에 전문의 가산도 처음 넣었고, 산부인과 분만수가에 지역가산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당규모의 재정을 투입한만큼 내년 1월부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향후 지역별 의료 수요와 공급, 인구 소득 등을 분석해 '의료지도'를 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가산제를 차등해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또 박 차관은 사법 부담 완화 정책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 인력 이탈 이유 중 사법 부담이 가장 크지 않나 싶다"며 "의료계-법전문가-환자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진행 중에 있다"고 했다. 기본적인 방향으로는 환자와 병원이 의료 분쟁 소송전을 펼치기보다 보험사가 해결하는 자동차 보험 같은 보상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을 제시했다. 박 차관은 "일정 범위 내에선 형사소송 면책해주는 방법을 강구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향후 국민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선 피부-미용 시장을 새로운 산업시장으로, 이 분야로 의사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상규 원장은 "우리나라에 그 동안 없던 새로운 산업이 생겼고, 매력적인 분야기 때문에 그쪽으로 우수한 인력이 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비정상이라고 단언해선 안 된다는 것.

그는 또 전체적인 건강보험 틀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필수의료 분야의 보상이 높아져야 하는 건 맞지만, 가지고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문제가 있는 만큼 필수의료 영역과 그 외 의료영역(경증 일반의료)으로 나눠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정부는 필수의료 외 영역에서 재정을 아끼고, 필수의료 영역에 재정을 많이 투입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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