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통풍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통풍환자들이 병의 원인인 요산물질을 알지 못합니다."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연구회 정재현 학술간사(고대안산병원)는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의 날 제정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통풍의 위험성을 알리고 조기진단과 치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3월 16일을 ‘통풍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학회는 앞서 지난 2월 전국 31개 병원 868명(통풍환자 613명, 일반인 236명)을 대상으로 통풍에 대한 인식과 치료실태 등을 조사했다.
정재현 간사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풍환자의 95% 이상이 남성이었으며, 통풍환자의 64.5%가 비만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기간은 대부분 5년 미만이었으며 치료방법은 85% 이상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통풍에 대한 인식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일반인들은 18%가 통풍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통풍환자의 12.7%가 '요산물질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다.
△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6일 열린 통풍의 날 제정식에서 대한류마티스학회 통풍연구회 정재현 학술간사가 통풍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훈 기자
통풍 관련 정보 획득 경로를 살펴본 결과 일반인들은 지인으로부터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간사는 “통풍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병의 원인인 요산물질을 알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통풍의 날 제정 등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들이 통풍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통풍 예방법과 통풍이 생기는 이유로 집계됐다.
통풍이란 요산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요산은 우리 몸의 세포가 죽으면 나오는 퓨린이란 물질에서 만들어지며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된다. 통풍은 혈액 속에 남아 있던 요산이 관절이나 여러 조직에 결정형태로 쌓이면서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처럼 여성의 출산과 비교할 정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통증 정도를 0~10 범위에서 평가하는 시각통증척도에선 출산을 8, 통풍을 9로 규정할 정도다.
국내 통풍 환자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통풍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26만5065명에서 2021년 49만2373명으로 9년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통풍이 주로 남성에게 발생하는 이유는 남성은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지만,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증상은 주로 엄지발가락이나 발등, 발목, 무릎 등에 갑작스러운 염증이 발생해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하며 열감이 있고 손도 못 댈 정도로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첫 증상 후 통증이 있을 때만 치료하고 방치하면 통풍 결절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신발을 제대로 신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관절 이상 외에도 요산에 의해 콩팥에 돌이 생기는 콩팥돌증(신석증) 등 다양한 신장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흔히 맥주를 많이 마시면 통풍에 걸린다고 하는데, 맥주뿐 아니라 모든 술은 혈액 내 요산을 증가시켜 통풍의 위험성을 높인다. 따라서 통풍 예방을 위해선 과음과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내장(염통, 간, 콩팥 등), 과당이 많은 콘 시럽(corn syrup)이 함유된 음료수나 음식, 술은 꼭 피해야 한다. 육류, 해산물(등푸른생선, 조개), 과일주스, 설탕, 단 음료와 디저트, 소금 등도 주의하는 게 좋다.
인천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김문영 교수는 “너무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요산 생산을 증가시키고 몸 속에 젖산이 축적돼 요산 배설이 감소하면서 통풍 발작이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통풍 발작이 나타날 때는 다리를 높은 곳으로 올리고 얼음찜질을 한 뒤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