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신라젠, 임상중단이 불러온 '나비효과'
'신라젠은 왜 이슈에 휩싸여 만신창이가 됐나'
입력 2020.07.30 06:33 수정 2020.07.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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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반기 신라젠은 대한민국 주식시장 중심에 서 있었다. 2016년 11월 기술특례제도를 통해 상장한 신라젠은 항암제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 진행에 힘입어 한때 시가총액 10조를 돌파했고, 국내 바이오 열풍을 이끌어냈다.

상장 당시 주당 공모가 1만5천원에서 2017년 11월 장중 15만원을 돌파하며  ‘제2 신라젠’을 꿈꾸는 바이오기업들이 앞다퉈 상장했다.

신라젠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시기 필연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몰릴 수 밖에 없었고 현재까지도 코스닥시장 단일 종목으로는 최대 인원 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장밋빛 미래를 준비하던 신라젠은 대형 암초를 맞게 된다. 세계 16개국에서 간암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이 2019월 8월 초 DMC(독립모니터링위원회) 권고로 중단된다. 사실상 간암 임상이 실패했음을 선언한 셈이다.

각종 악재에도 4만원 선을 지키던 신라젠 주가는 임상 중단 공시 이후 3 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1만원대까지 추락한다.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8월 초 임상 발표를 한 달여 앞두고 본인 주식을 대량매각한 현직 임원에 대한 분노로 신라젠 주주들은 금융감독원에 대거 진정서를 접수했고, 금융감독원은 서울남부지검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8월 말 검찰은 신라젠 서울과 부산 사무실을 대상으로 전격 압수수색( ‘미공개 정보이용’ 혐의)을 진행한다. 그리고 주가는 10만원 이하로 추락한다.

현재는 전현직 대표가 ‘미공개 정보이용’이 아닌 상장 이전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 혐의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신라젠은 주식거래 정지를 시작으로 상장 실질 심사를 받고 있다. 17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들은 불안과 초조함으로 한국거래소 기업 심사위원회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운이 없었던 측면도 있다. 신라젠에 따르면 당초 신라젠 ‘미공개 정보이용’을 담당하던 주임검사가 2019년 10월 발생한 법무부장관 관련 건에 ‘주식 범죄 전문 검사’ 차출 명목으로 파견되며 조사는 일시 중단됐고, 늦어도 2019년 연말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신라젠 사건은 장기화된다.

그 과정에서 10월 말 여의도 증권가에는 신라젠과 여권 인사 유착관계를 제기하는 일명 ‘지라시’가 나돌았다. 모 인사가 신라젠 부산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는 내용과 더불어 신라젠 문제점을 담은 내용이었다. 당시 제약·바이오에 오래 몸담은 기자 및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허술한, 질 낮은 수준  '지라시', 임상이나 바이오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들이 만들어 낸 내용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하지만 몇 주 뒤 일부 유명 유투버들이 이를 대대적으로 확대 재생산했고, 2020년 7월 현재 신라젠은 ‘임상 실패’ 프레임에서 ‘정치권 연루 기업’ ‘검언유착’ 프레임으로 이어지며 여전히 정치권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라젠은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검언유착도 신라젠이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속 수감 중인 이철이라는 VIK 前 대표가 등장했을 뿐이고, 이철이 대표로 있던 VIK는 2014~2015년 사이 신라젠 대주주로 군림했던 일종의 투자자 그룹이었으며 신라젠은 VIK가 투자했던 60여개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람들은 자신이 부르기 편한 표현만을 사용하고, 그런 의미에서 정치, 언론, 그리고 이런 배경을 모르는 국민들은 ‘신라젠 사건’으로 편리하게 통일하고 있다는 게 신라젠이 억울해 하는 배경이다. 

지난 6월 신라젠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한 검찰이 정치권 관련 연루 혐의는 근거 없다고 발표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게 신라젠 판단이다. 신라젠에 투자해 2015년 수익을 거두고 나간 투자펀드 ‘VIK의 전 대표 이철 사건’은 이미 ‘신라젠 사건’으로 대중에 둔갑했고, 아니러니 하게도 신라젠의 상장 실질 심사는 주주들의 신고가 단초가 됐지만, 현재 회사나 주주 의지와는 상관없이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검찰과 정치권 이슈로 돌변하는 데 불과 1년도 안 걸린 셈이다.

모든 시작은 지난해 8월 간암 '임상 중단', 즉 '임상 실패'에서 비롯됐다.

실제 업계 내에서 신라젠이 지난해  8월 무용성진행평가를 통과했다면 검찰 또는 정치권 이슈와 무관한 기업이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제약·바이오 기자들 사이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아쉽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신약 성공률은 한 자릿수 확률에 불과한 데, 신약개발에 실패했다고 사회적으로 매도하면 누가 과연 용기 있게 도전할 것인가에 대한 아쉬움이다. 

'글로벌 제약기업들에게도 임상 실패는 흔한 일인 데도, 유독 가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신라젠 직원들 표현도 이 같은 아쉬움에 기인한다.

일례로 신라젠의 새로운 임상인 신장암 병용 임상 중간발표가 지난 4월 세계 3대 암 학회인 AACR(미국 암 연구학회)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당시 보도 기사 댓글 중  ‘사기친다’, 또는 ‘조작이다’는 내용이 상당수였다. AACR은 세계적인 학자들로 구성된 학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라젠은 솔직하고 용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연구성과를 발표한 기업들 중 신라젠 만 ‘실패해서 중단합니다’라며 실패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그리고 인정은 현재 ‘만신창이 신라젠’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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