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최한 헬스케어 포럼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가 방역대응의 성적표가 아니라는 분석이 제시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가 위드코로나 시행 한 달 만에 방역정책을 다시 조인 데다, 오미크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종교시설을 방역패스 대상에서 제외해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제기된 의견이라서다. 내년부터 청소년의 방역패스 적용이 예고되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이 점점 극심해지는 가운데 ‘정부 면피용’ 주제 발표라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8일 개최한 ‘제10회 헬스케어 미래포럼’에서 ‘주요국 코로나19 대응 전략 비교’를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방역 대응의 성적표가 아니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은 사회경제적 조건의 함수 ▲경제대응은 곧 방역 대응 등 3가지 내용을 핵심 주제로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그는 “코로나19 특성상 무증상‧경증 비중이 높아 확진 여부를 검사하기 전엔 알 수 없는 만큼 확진자 수를 곧 감염자 수로 보긴 어렵다”며 “진단검사 역량, 검사 기준, 검사 수에 따라 감염자-확진자 수의 격차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이어 “국가마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코로나19 사망자 수에 포함하는 기준이 다르다. 확진 후 사망하더라도 기저질환을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코로나19 사망자 수에서 제외하는 나라도 있고, 사후 확진을 확진자 수에 포함시키지 않는 곳도 있어 국가별 코로나19 사망자 수 집계가 다르다”며 “이같은 이유로 사망자 수 역시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과사망을 추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진원지와의 교류 정도 ▲지리적 환경(기온, 습도, 내륙/섬) ▲내국인 건강 상태(비만율, 흡연자 비중, 기저질환자 비중, 면역체계 등) ▲인구구조(평균 연령, 고령 비중 등) ▲의료 역량(1인당 의료진 및 병상 수, 중환자 설비, 공공의료 비중 등) ▲위생에 대한 인식(마스크 착용, 손씻기, 비말 접촉 등)을 꼽으며, 요인이 다양한 만큼 주요국 대응 평가에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의 대응은 수많은 결정 요인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최근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근시안적인 시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 연구위원은 “각 국가는 ‘감염 피해 최소화의 유익’과 ‘감염병 대응 비용’을 비교해 방역대응 방식을 결정한다”며 중국와 유럽의 대조적인 방역정책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강력한 방역이 경제를 악화시키는지’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악화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방역의효율성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다”며 OECD와 IMF의 분석 자료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사망자가 많을수록 경제가 느리게 회복하는 걸로 연구 결과 확인됐다”며 “장기적으로 코로나19를 잘 통제해야 정부 대응을 약하게 가져갈 수 있고, 이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과 2020년을 비교해 경제피해 규모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을수록 경제도 더 많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를 잘 통제해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방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그는 “IMF에서 공개한 코로나19 주요 대응국들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재정 지출 결과를 살펴보니, 미국‧영국‧뉴질랜드‧싱가포르는 GDP대비 15~20% 사이의 높은 수준의 재정지출을 했다”며 “반대로 우리나라나 북유럽은 상대적으로 재정지출을 덜 했다. 실제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게 경제 지원을 하면 영업을 덜 해도 방역협조가 수월해지는 것처럼, 경제지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방역대응도 효율적이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입국제한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장영욱 연구위원은 “한 나라의 경제가 외국인에 더 많이 의존하는 ‘외국인 비중’이 높을수록 입국제한 비용도 올라간다”며 “외국인들의 생산활동에 제약이 생기면 자국경제가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국가는 입국제한을 덜 하고,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예로 외국인 비중이 45%에 달하는 룩셈부르크의 경우 외국인 입국제한을 할 경우 나라의 절반이 발에 묶이게 돼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까지 논란을 낳고 있는 백신접종에 대한 분석 결과도 내놨다. 그는 “감염자 수가 많은 국가일수록 접종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이는 등 감염 확률이 높으면 높을수록 백신 접종의 이득이 높아졌다”며 “감염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백신 확보와 접종에 적극적인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