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불법 의료기관 지원금에 대한 처벌대상에 의사와 약사를 연결한 브로커나 의료기관 개설예정자는 포함되지 않아 법적 제재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처방전을 몰아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 받은 사실이 명확히 입증돼야 하는 만큼 ‘신고’가 연계돼야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하태길 과장은 지난 6일 개최한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병원지원금과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현황을 파악하고 약사회와 논의했다”며 “그 결과 많진 않지만 현행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 부분이 일부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설문조사에 참여한 약사 본인도 범법자에 해당될 수 있어 조사는 익명으로 진행했고, 법 사각지대에 있는 부분은 약사법 등 관련법 개정으로 해결 가능한지 논의하기로 했다”며 “브로커나 개설예정자 등은 현행법상 처벌 적용이 어렵다. 유형도 처방전 대가로 하는 경우로 한정돼 이에 대한 입증이 명확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불법 의료기관 지원금 관련 약사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약분업 이후 의료기관 지원금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약사가 1,829명 중 58.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약사회에 따르면 지원금 요구자는 의사와 의사가족이었으며, 알선자는 브로커, 부동산중개업자, 제약 도매상 관계자, 건물주 등이었다. 지원금 규모는 5,000만원 미만이 42%, 1억원 미만은 74%(누적)로 나타났다.
약사회는 이를 근거로 약국, 의료기관 개설자뿐만 아니라 개설예정자와 알선자에 대한 처벌, 자진신고자에 대한 처벌 감경 등 약사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 과장은 “현행법상 ‘신고’의 문제가 남는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비율이 높진 않지만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신고로 연계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복지부 약무정책과는 최근 서울시약사회와 24개 구약사회가 닥터나우의 약 배달과 관련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및 전화처방 허용에 대해 항의 방문한 것과 관련, ‘약 배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약사회 등 항의 방문단은 닥터나우가 인터넷과 지하철 역사 내에서 발모제, 피임약, 발기부전치료제와 같은 오남용 우려의약품에 대한 배달 광고물을 버젓이 게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태길 과장은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다 보니 의약품 오남용 문제가 지적됐다. 일부 앱이나 기업들이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다 보니 비대면이 편리해진 면도 있다. 발기부전치료제와 같이 평상 시 구입하기 부담스럽던 약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는데 광고까지 부추기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달했다. 보건의료정책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도 담당하는 부분이라 함께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광고는 위법사항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떠나 위법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약 배달’과 관련한 또 하나의 굵직한 이슈인 ‘규제챌린지’에 대해서도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은 경제인 간담회에서 기업‧정부가 함께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는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원격조제,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 등이 1차 규제 챌린지 과제로 선정돼 논란을 일으켰다. 최종 규제 개선 여부는 3단계 논의를 거쳐 오는 10월 경 확정된다.
이에 대해 하태길 과장은 “배달 제도가 도입되면 배달 자체의 사고 문제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약국 질서의 재편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의료든 약료든 대면에서 예외되는 부분이라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에서 타임라인을 공개했다. 총리실 보도자료를 보면, 한 달 정도 시간을 두고 구체화해서 내부규제위원회를 통해 결과가 나오면 총리실에 보내 검토하는 방식을 취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단 일정을 맞추는 데 노력해보겠다. 물론 논의 중 돌발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규제챌린지를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대업 약사회장은 지난달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중심에 두고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 대기업 이익 중심의 정책 기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갖고 이를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은 그 규제를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정확히 명시하라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 과장은 “외국자료와 비교해서 외국은 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안 되는 이유가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미”라며 “총리실은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개혁을 한다는 입장이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어려울 수 있다.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제안자에게 설명해 납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비대면 진료로 의협의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약 배달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비대면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본래 배달이 원칙인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어떤 제도든 예외없이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