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대표 국립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PA(진료보조인력) 문제 해결방안으로 PA를 임상전담간호사인 ‘CPN’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공식 인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다. 더욱이 이번 계획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는 일체 사전 협의 없이 추진된 것으로 확인돼 의료계 전체로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복지부에 간호정책과가 신설되면서 신임 과장으로 부임한 지 이제 막 2주가 지난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업무에 팔을 걷어붙이자마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양 과장은 지난 18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대병원에서 PA 양성화를 사전에 요구한 적은 없었다. 저 역시 기사를 통해 확인했고, 보도 이후에도 서울대병원 측의 연락은 따로 없었다”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서울대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의가 들어온 것은 있다. 이번 서울대병원 측 조치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여전히 문제가 될 지 봐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대병원이 PA 합법화를 시도하면서 일부 의료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전라남도의사회, 경상남도의사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대병원이 앞장서서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을 자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이는 사실상 본질적 해결책 없는 의사 부족으로 인한 의료기관들의 불법행위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에 대한 불법행위 강요를 공식화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PA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고, 의료계 전체가 공론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과장은 “PA제도는 협의체를 통해 논의해보고자 한다”며 “전문간호사도 2018년 법 개정 후 하위법령을 마련해야 한다. 이 역시 5~6월에 같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당장 PA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안전하고 질이 좋을지가 중요하다. 큰 원칙 아래에서 의료단체나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해서 결론지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과장 역시 “PA가 ‘불법’이라는 점에 더 이목이 쏠리는 것 같다. 불법이라는 부분에 대해 PA의 역할이 진료 보조에 해당하는 건지, 의사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는 건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편법으로 운영될 수도 있는 PA제도에 대해서는 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1975년 보건사회부 간호담당관 폐지 이후 정확히 46년 만에 부활한 간호정책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의료인력정책과에서 의사와 함께 통합관리됐던 간호사 관련 업무는 보다 전문성을 갖추게 됐다. 국회에서도 간호법 제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간호사에 대한 위상이 한 차원 높아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양정석 과장은 신설 과를 맡게 된 소감에 대해 맘 한 편으로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간호정책과 신설로 간호법 제정이 안 될 것을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양 과장은 “간호정책과 신설은 보건의료계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에서 간호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이 정부 조직 내에 반영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는 간호정책과 신설 배경 중 하나”라면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방역과 치료 등에 간호인력의 기여가 컸고, 간호사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상기됐다. 간호정책과 신설도 그 연장선상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간호정책과는 이번에 만들어졌으나, 그동안 간호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간호사 처우개선 과제에 대해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고,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간호인력과 관련한 업무가 상당히 많아 우선순위를 두고 특정 과제를 우선 해결하기보다는 처우개선 문제와 간호사 역량 향상 문제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살펴보고 있다”며 “두 문제는 맞닿아 있는 만큼 구별하기 어렵지만, 간호인력 수급과 교육전담 간호사 내실화 등을 살펴보고 있다. 간호조무사 처우개선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