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기기증’ 절차 체계화‧공감대 확산 나서
2021~2025년 장기·인체조직 기증활성화 기본계획 발표
민·관협력 생명나눔문화 확산, 기증희망 참여 저변 확대
입력 2021.03.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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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만성 질환 등으로 장기이식의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장기기증 문화를 확산하려는 정책이 마련됐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23일 사회관계장관회의의 심의를 거쳐 ‘장기·인체조직 기증활성화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보건복지부, 교육부, 행안부, 문체부 등 관계부처는 생명나눔문화를 촉진하고, 장기와 인체조직의 기증 활성화를 위해 범부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발표한 기본계획은 장기 등의 기증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수립한 첫 번째 종합적 지원계획으로, 기증자유가족, 의료기관, 이식학회, 시민사회 및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기존 정책이 장기 매매와 같은 불법 행위 근절, 이식받을 환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관리 중심’이었던 반면, 이번 대책은 이와 더불어 향후 5년간의 정부 정책 방향과 목표를 제시하고, 기증활성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 1999년 장기이식법이 제정된 이후, 공공재로서 장기 등에 대한 인식 확립, 공정하게 장기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분배기반을 마련했고, 비급여로 수혜자가 부담하던 장기이식 비용에 대해 2017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환자 부담을 경감하는 등 꾸준한 지원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고령화, 만성질환 등 건강 환경의 변화로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지속 증가하는 반면, 장기 기증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 미흡 등으로 뇌사기증은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식대기자는 ▲2016년 2만6,584명 ▲2017년 2만9,823명 ▲2018년 3만2,720명 ▲2019년 3만5,257명 ▲2020년 3만8,15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뇌사 장기기증자의 경우 ▲2016년 573명 ▲2017년 515명 ▲2018년 449명 ▲2019년 450명 ▲2020년 478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생명나눔 홍보·교육 강화, 기존 제도의 내실화, 사회적 합의 기반의 법·제도 개선을 기본추진 방향으로 삼았다. 

또한 국민 참여 저변 확산, 의료기관의 뇌사기증자 확대 지원, 생존 기증자 권리 보호, 기증자의 예우 강화, 기증절차 개선 및 새로운 기증원 공감대 형성 등 5개 대과제, 총 12개의 세부과제를 추진한다.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 ▲생명 나눔문화 및 기증희망 등록 확산 ▲의료기관의 뇌사기증 확대와 관리 기능 강화 ▲건강하고 윤리적인 생존 시 기증 기준 확립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증자 예우 실현 ▲기증절차 신속지원 및 새로운 기증원의 공감대 형성 등 5가지다.

생명 나눔문화 홍보로 관심‧참여↑
복지부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을 중심으로 홍보‧교육 전략 수립, 민·관 협업으로 생명나눔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방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그동안에는 국가‧민간이 유기적 연계 없이 개별적으로 홍보·교육 등을 시행해, 홍보의 비효율성과 국민 참여를 이끌어낼 체계적인 교육이 부족한 문제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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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민·관 협의체로 ‘홍보·교육 전략 본부’를 구성해, 각 기관별 분산·중복활동을 조정하고 연령·대상별 홍보·교육 전략을 수립·운용할 계획이다. 

또 생명나눔 인식 확산 운동을 전개하고, 대국민 심층 인식조사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적극 발굴할 예정이다. 

생명나눔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학교에서 생명나눔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하게 된다.

그동안 생명나눔 교육은 체계적인 강사 양성시스템 부재, 표준화된 교육 콘텐츠 부족 등으로 사실상 일회적인 교육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정부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교육지원센터’를 설치, 의료인, 청소년, 기증 종사자, 일반 국민 등 대상별 생명나눔 표준 교안을 개발하고, 시범학교 선정·지원 등 우수모델을 정립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초·중·고등학교, 의대·간호대 등에 생명나눔의 필요성과 가치 인식 교육, 생명나눔을 주제로 한 다양한 학교 교육 활동에 지원을 강화하고, 장기 등 기증 활성화 및 생명나눔 긍정 인식 제고 기반 마련을 위해 장기이식법에 생명나눔 교육 관련 근거도 신설하기로 했다. 

더불어 장기 기증희망 등록 기관 확대, 모바일 접근성 강화 등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이 쉽게 기증희망등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실시한 ‘장기·조직 기증인식 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61.6%가 장기 기증 의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증희망등록에 참여하는 비율은 14.6%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참여 비율이 낮은 이유로는 방법을 알지 못하거나 절차가 복잡한 경우 등이 30.4%를 차지해, 장기기증희망등록 신청의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대책으로 전국 보건소, 운전면허시험장 등으로 기증희망등록 기관을 확대하고, 챗봇, 온라인 상담채널 운영 등 기증 희망등록 과정에서 궁금증 및 오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등록자들에게는 정기적으로 기증의사를 재확인하고, 가족에게 기증의사를 공유토록 하는 등 본인 의사가 최대한 존중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건강보험시스템 등 관련 기관과 정보연계를 통해 의료기관에서도 기증 희망 등록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기증자‧뇌사자 관리 지원
복지부는 뇌사추정자 통보체계 간소화와 관련 수가신설 검토, 뇌사관리에서 기증까지 과정 전반에 걸친 인력지원 등 의료기관의 뇌사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한다고 전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료기관, 특히 대형병원은 뇌사추정자․기증자 확대에 있어 그 역할이 아주 중요하지만, 뇌사 관리와 장기 구득(求得)이 야간에 집중되는 기증 현장의 특성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부담 경감 및 뇌사관리 효율화를 위해 전문기관인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협약을 통해 기증자를 찾고, 뇌사자 관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뇌사 전 단계 분석․평가하는 기증활성화 프로그램 보급을 확산해 각 의료기관 상황에 맞는 원내 프로토콜 정립, 기증 과정 분석, 장애요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 

여기에 의학회, 간호사 보수교육 등 의료인 교육을 지원하고, 실제 기증발생 시 실무적인 지원을 위한 상시 상담센터를 운영한다.

‘윤리적’인 생존자 이식 기준 확립
복지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의 건강권과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생존자 이식은 ▲2016년 2,209명 ▲2018년 2,896명 ▲2020년 3,891명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증자의 신체·정신적 건강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장기 기증자의 신체‧정신적 건강권 확보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이식학회 등과 협의해 객관적인 의학적 표준 등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미성년 기증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기증 연령(16~18세), 대상(4촌이내 친족) 등 미성년자 기증 기준도 다시 살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타인에게 순수기증을 한 경우 기증 후 건강검진을 현재 1년 이내 1회 지원에서 2년 이내 3회 지원으로 확대하고, 근로자인 기증자에게는 유급휴가 보상을 확대한다.

또 살아있는 자간 기증 승인 기준을 정비하고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이식은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해외 원정 장기이식 가능성과 살아있는 자 사이 편법 장기이식에 대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타인기증에 대한 승인 기준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 모니터링 및 감시체계를 강화한다. 

장기조직기증원, 기증 후 장례까지 예우 지원 
복지부는 기증자 유가족의 입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생명나눔주간 운영, 추모행사, 의료비·장제비 지원 등 현재 시행중인 다양한 예우사업은 기증자 가족의 체감하기에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기증 과정부터 기증 후 장례까지 장기조직기증원의 전담 인력이 예우를 지원하고, 유가족 지원 서비스 표준(안)을 마련해 정서적 지지가 중요한 기증자 가족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하기로 했다.

유가족의 심리상담, 자조모임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와 감사의 뜻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당사자 간 간접적 서신교류도 추진한다.

당사자 간 직접 교류는 1999년 장기이식법 제정 시부터 장기매매, 장기기증에 대한 금전적 요구 가능성 등을 우려해 법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조직기증원 등 국가기관을 통한 간접적 교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기증자 삶을 추모·감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생명나눔 긍정 인식을 높여, 기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 구축한다. 

기증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예우, 기증자 가족의 자부심 고취, 국민 인식개선의 문화역량 구심점으로 기념문화공간 마련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지자체‧민간영역과 협력해 기증자 예우에 대한 조례 신설, 지역사회 서비스 요금 면제·할인 등 참여를 확산할 계획이다.

1인가구 증가로 기증절차 간소화 추진
복지부는 1인 가구증가 등 가족구성원 변화로 선순위 기증동의권자 확인 지연, 복잡하고 많은 동의서식 등 적시 기증을 저해하는 사항도 해소한다고 전했다.

또한 현행 체계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해 본인의사 결정 존중, 연명의료결정제도 연계,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뇌사판정절차의 보완 등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문화적 여건,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해 도입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권덕철 장관은 “장기기증·이식은 사람의 생명과 죽음 사이에 있고, 그 사이를 잇는 중요한 문제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 병원에서 이뤄지면서 기증자 한 분이 평균 4명에게 새 삶을 드리고 있다”면서 “기본계획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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