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자는 방역 대책에 정작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빠져 있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결국 자영업자들이 분노했다. 정부의 방역수칙은 형평성에 어긋났고, 자신들의 영업시설은 ‘고위험시설’이란 말로 ‘사회적 낙인’이 찍혔다는 울분이었다. 의료계 전문가들도 일방적으로 영업이 제한‧금지됐던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권덕철 장관)는 9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2차 토론회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에 대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고, 업종별 형평성과 실효성을 살피면서 현장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2부 개별토론 순서에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그 동안 참고 참아 온 자영업자들의 분노와 울분을 그대로 쏟아냈다.
이 사무총장은 “확진자는 지방의 종교시설과 요양병원에서 발생하고, 규제는 수도권 자영업자들이 떠안고 있다”며 “‘고위험시설’이라 부르며 자영업시설을 이용하지 말라는 것은 현대판 주홍글씨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폐업을 하고 싶어도 남아 있는 임차계약, 철거비용 때문에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부지기수”라며 “가게문 닫아놓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난 ‘지원’이 아닌 합당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정부는 소급적용없는 손실보상을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영업자는 사회적 안전망이 없어서 탄생했고, 양질은 아니더라도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적 취약층을 주로 고용하고 있다”며 “우리가 무너지는 것은 사회취약층도 함께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이 방역대책에 불복하며 개점시위를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안 될땐 다음 행동은 ‘납세거부’일 것”이라며 “권리를 침해당한 만큼 의무를 다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며, 이것이 바로 사회시스템의 붕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 “다중이용시설 관련 방역수칙 손볼 것”
박혜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지원단장은 1부 주제발표 순서에서 ‘다중이용시설 위험도 평가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발생위험과 파급력이 높은 ‘중점관리시설’도 방역수칙은 강화하되 집합금지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단장은 다중이용시설 중 중점관리시설에서 그동안 감염 발생이 많지 않은 이유가 단계 상향에 따라 여가‧유흥목적 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및 운영제한을 사전 적용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전파위험이 높고 관리가 어려운 시설에 대해서는 강화된 방역수칙과 방역관리를 추진하되, 가능한 집합금지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달 중 전문가와 국민이 함께 참여한 ‘다중이용시설 위험도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다중이용시설 위험도를 종합해 중점/일반관리시설을 재분류하고 부처와 협‧단체 협의를 거쳐 단계별 방역수칙을 마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에 대해 증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으로 ‘질병정책연구소’를 제안했다.
기모란 교수는 “감염병 등 질병의 역학적 특성, 방역 원칙, 방역 효과 등을 과학적‧지속적으로 기획‧연구‧평가하는 전문 씽크탱크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빅데이터, 의료수준, 사회경제적 특성에 맞는 코로나19 방역 정책 개발과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방역 정책으로 영업제한 또는 금지됐던 자영업자 등의 일방적 손실에 대한 보상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도태 복지부 제2차관은 토론 서두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3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다중이용시설 중심의 운영 제한을 통한 거리두기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지나쳤다”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 제한 규정에 따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방역수칙의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오늘의 의견들을 수렴해 앞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운영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자율과 책임에 근거한 정밀한 방역수칙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