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고실적으로 상반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였던 화장품산업이 조정기를 겪고 있다. 미국 수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4억 달러로, K-뷰티 수출이 가장 활발했던 지난 2021년(3분기 68억 달러)에 비해서도 약 8.8% 증가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 100억 달러 돌파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증권 시장에서 화장품 기업들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초부터 상반기까지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던 화장품 관련 주들은 3분기 내내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하락세가 길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박현진 연구원은 22일 "지금의 화장품주는 북미 수출 관련성이 더 크다"면서 "북미 수출 브랜드사들은 '아마존 순위 하락' 등의 노이즈가 있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OEM·ODM사들의 주가 흐름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60조원 정도임에 반해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미국향 실적을 모두 더해봐도 10조원이 넘지 않는다. 한국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은 실질적으로 1%가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박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현재 미국도 MZ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의 질 자체는 낮아져 있고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한국 브랜드들은 도리어 그 수혜를 입고 있어 업태 개선 상황과 호실적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 온라인 채널이 크게 확산되고, 이로 인해 화장품의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트렌드가 나타난 점도 한국 화장품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수 있는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다만 화장품주에 대해선 "상반기 실적이 워낙 좋았어서 3분기에 대한 눈높이가 과하게 올라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성장률과 연동되는 측면이 있어, 상반기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화장품의 미국 유통을 대행하는 에이전시 TSC International의 김보람 부사장은 지금의 '주춤'하는 분위기가 미국 시장 내 '질적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김 부사장은 "K-뷰티의 인기 이후 미국 시장에 비슷한 제형과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경우 국내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그 위기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마케팅 기업 마켓디펜스(MarketDefense)와 뷰티 매체 뷰티매터(BeautyMatter)가 분석한 3분기 아마존 뷰티&퍼스널케어 카테고리 상위 25개 제품 목록에서 한국 브랜드의 제품은 코스알엑스의 '스네일 뮤신 에센스'와 바이오던스의 '콜라겐 딥 마스크' 2개뿐이었다. 지난 7월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한국 뷰티 제품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박 연구원의 분석처럼 현재 미국 시장 내 한국 브랜드들의 흐름 자체는 좋다. 미국 수출 성장세가 도드라지면서부터 국내의 수많은 뷰티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상당수는 실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0년대 초중반, 중국으로의 수출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는 점이 문제라고 김 부사장은 지적했다. '수출액'이라는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질적 성장과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의문이라는 평가다.
김 부사장은 "미국 수출 과실은 탐이 나지만 실제 투자는 머뭇거리는 기업들이 많다. 코스알엑스. 티르티르, 조선미녀 등의 성공 브랜드들이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했고,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인지 국내 브랜드들이 인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 코스알엑스 측은 "일부 증권가에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회사 내부에서는 평균 목표치를 넘어서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면서 "올해 누적으로 30~40% 성장은 이미 달성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아마존 등에서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아마존 내에서 진행하던 각종 광고들을 거의 다 뺀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광고를 줄인 이후에도 매출은 기대치 이상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내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염두에 두고 광고비를 신제품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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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고실적으로 상반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였던 화장품산업이 조정기를 겪고 있다. 미국 수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4억 달러로, K-뷰티 수출이 가장 활발했던 지난 2021년(3분기 68억 달러)에 비해서도 약 8.8% 증가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 100억 달러 돌파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증권 시장에서 화장품 기업들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초부터 상반기까지 연일 최고가를 기록했던 화장품 관련 주들은 3분기 내내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 대표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하락세가 길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박현진 연구원은 22일 "지금의 화장품주는 북미 수출 관련성이 더 크다"면서 "북미 수출 브랜드사들은 '아마존 순위 하락' 등의 노이즈가 있는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OEM·ODM사들의 주가 흐름이 더 안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160조원 정도임에 반해 한국 화장품 회사들의 미국향 실적을 모두 더해봐도 10조원이 넘지 않는다. 한국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은 실질적으로 1%가 채 되지 않는 셈이다.
박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봤다. "현재 미국도 MZ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의 질 자체는 낮아져 있고 가성비 소비 트렌드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한국 브랜드들은 도리어 그 수혜를 입고 있어 업태 개선 상황과 호실적 흐름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 온라인 채널이 크게 확산되고, 이로 인해 화장품의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트렌드가 나타난 점도 한국 화장품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키워나갈 수 있는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다만 화장품주에 대해선 "상반기 실적이 워낙 좋았어서 3분기에 대한 눈높이가 과하게 올라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성장률과 연동되는 측면이 있어, 상반기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화장품의 미국 유통을 대행하는 에이전시 TSC International의 김보람 부사장은 지금의 '주춤'하는 분위기가 미국 시장 내 '질적 경쟁력'의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김 부사장은 "K-뷰티의 인기 이후 미국 시장에 비슷한 제형과 제품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 경우 국내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그 위기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마케팅 기업 마켓디펜스(MarketDefense)와 뷰티 매체 뷰티매터(BeautyMatter)가 분석한 3분기 아마존 뷰티&퍼스널케어 카테고리 상위 25개 제품 목록에서 한국 브랜드의 제품은 코스알엑스의 '스네일 뮤신 에센스'와 바이오던스의 '콜라겐 딥 마스크' 2개뿐이었다. 지난 7월 아마존 프라임데이에서 한국 뷰티 제품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박 연구원의 분석처럼 현재 미국 시장 내 한국 브랜드들의 흐름 자체는 좋다. 미국 수출 성장세가 도드라지면서부터 국내의 수많은 뷰티 기업들이 미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상당수는 실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0년대 초중반, 중국으로의 수출과 비슷한 양상을 띤다는 점이 문제라고 김 부사장은 지적했다. '수출액'이라는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질적 성장과 브랜드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선 의문이라는 평가다.
김 부사장은 "미국 수출 과실은 탐이 나지만 실제 투자는 머뭇거리는 기업들이 많다. 코스알엑스. 티르티르, 조선미녀 등의 성공 브랜드들이 얼마나 준비를 열심히 했고,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인지 국내 브랜드들이 인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 코스알엑스 측은 "일부 증권가에서 우려하는 것과는 달리 회사 내부에서는 평균 목표치를 넘어서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본다"면서 "올해 누적으로 30~40% 성장은 이미 달성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아마존 등에서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아마존 내에서 진행하던 각종 광고들을 거의 다 뺀 영향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광고를 줄인 이후에도 매출은 기대치 이상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라며 "내년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염두에 두고 광고비를 신제품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