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2021년 한 달 이상 장기처방 8만명 넘어
보건의료연구원, 노인 다약제 처방‧소비 관련 연구보고서 최근 공개
입력 2024.06.24 06:00 수정 2024.06.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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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도 10개 이상 다약제 상위 10개 목록.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등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자 수가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다약제 복용자 역시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늘어나 35%를 넘나드는 추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노인의 다약제 처방 및 소비에 대한 원인 분석과 행동 경제학적 대안 고찰’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40년에는 3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평균수명이 증가함에 따라 여러 만성지환을 함께 앓고 있는 노인 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한 사람이 복용하는 약물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다약제 약물 복용에 대한 우려와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매년 24만명에서 46만명이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았으며, 이 중 다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32~35.4%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10종류 이상의 약제를 90일 이상 처방받은 사람 비율은 7.4~8.8%로 조사됐다.

다약제 복용자 비율은 2012년 32%에서 2015년 31.6%로 감소했으나 2021년에는 35.4%까지 상승했다. 10종류 이상을 복용하는 사람들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광역시에 비해 시‧군‧구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다양제 복용이 더 빈번했으며, 건강보험보다 의료급여 환자에게 더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한 사람, 해당년도에 입원 경험이 있거나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다약제 복용이 더 흔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다약제 대상자 4만6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0개 이상 다약제의 상위 10개 목록은 △모사프리드시트르산염(소화기관용약) △아토르바스타틴(동맥경화용제) △메트포르민염산염(당뇨병치료제 △레바미피드(소화성궤양용제) △콜린알포세레이트(중추신경용약) △아스피린(해열‧진통 소염제) △로수바스타틴칼슘(동맥경화용제) △클로피도그렐황산염(동맥경화용제) △글리메피리드(당뇨병치료제) △탐스로신염산염(비뇨생식기관 및 항문용약)으로 확인됐다.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2012년 55.7%에서 2021년에는 53.7%로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절대적 숫자는 13만8000명에서 24만8000명으로 11만명 증가했다. 이 역시 다약제 복용과 마찬가지로 광역시에 비해 시‧군‧구 지역에 사는 사람, 건강보험보다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더 흔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물 종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 진통제, 위산 분비 억제제, 골격근 이완제, 벤조디아제핀계열 항불안제, 졸피뎀 등 수면유도제가 상위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2021년 기준 상위 10개 목록은 △에스오메프라졸 마그네슘(소화성궤양용제) △라베프라졸나트륨(소화성궤양용제) △아세클로페낙(해열‧진통소염제) △에페리손염산염(골격근이완제) △글리메피리드(당뇨병치료제) △록소프로펜나트륨(해열‧진통소염제) △알프라졸람(항불안제) △레보설피리드(위장운동 조절제) △졸피뎀(수면유도제) △멜록시캄(해열‧진통소염제)으로 확인됐다.

보의연은 2012~2018년 아세클로페낙이 다른 약물에 비해 가장 많이 처방된 약물이었으나(17%), 2019~2021년 에스오메프라졸 마그네슘이 가장 많이 처방된 약물로 변경됐다(18.5~21.9%)고 분석했다. 에스오메프라졸 마그네슘은 2015년부터 상위 10개 목록에 포함됐으며 2021년까지 사용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021년 기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한 달 이상 장기 처방받은 사람은 1년에 최소 8만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는 보고서에서 “다약제 및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여러 복합질환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의료기관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었다”며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새로 발생한 소소한 증상을 약물로 호전시키고 싶어하고, 다양제 및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이 유발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들은 약물 조절 활동에 참여한 뒤 높은 만족감을 느꼈으며, 약물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 타인에게 약물 중재를 추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장에서 노인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와 전공의, 약사, 노인 전문 간호사 등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다약제 및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 남용 실태와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묻는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통상 보고되는 수준보다 다약제 및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 사용이 더 만연해 있었다고 전했다. 인터뷰이들은 이를 수정하고 싶어도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전체 약제 파악이 어려워 정확한 진료나 처방에 어려움이 있고, 환자나 보호자가 가진 약물에 대한 과도한 신뢰감과 의존성이 효율적인 약제 처방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처방 약물 개수와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 사용을 줄이려면 대국민 교육과 홍보, 대상자 특성별 약물 중재, 의대 과정 및 의료인 대상 교육, 약물 정보 확인 간소화 및 정보 통합, 정기적 복약 점검 제도 등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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