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사회 "정부가 바라보는 비대면 진료엔 '국민 안전' 없어"
약준모 31일 입장문 발표 "사기업에 의한 보건의료 장악시도 규탄"
입력 2024.02.01 06:00 수정 2024.02.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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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단체가  31일 정부의 시선에는 국민의 '안전'이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약 배송'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다. 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 중인 비대면진료에서 처방약 배송은 제한되고 있어 국민들의 불편과 아쉬움이 있는 만큼,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윤석열 정부의 최종목표가 건강보험제도 붕괴를 통한 의료민영화가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특정 기업 밀어주기식 비대면 진료 추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약준모는 이아  "이미 COVID19 시기, 전문의약품 광고를 비롯해 환자 유인으로 인한 불필요한 진료 조장과 같은 다양한 탈법적, 비윤리적 행위만 보더라도 그들에게 맡겨진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미래는 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특정 기업 총애하기를 당장 중단하고, 응급 상황에서 죽어가는 국민들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즉각적으로 내놔야 한다는 게 약준모의 주장이다. 한시적으로 전국민 모두가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가 가능했던 시기에도,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생명을 잃은 사례가 있었다는 것.

약준모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라는 한국 특유의 보건의료체계는 무시한 상태로 글로벌 경쟁력을 운운하며, 지속적으로 특정기업 싸고돌기만 주장하는 정부의 시선에는 죽어가는 국민들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처방전 위조를 방지할 대책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행되는 시범사업이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비대면진료로 인해 과잉 지출된 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을 병들게 만들어 가고 있다"며 "사설 기업에 의한 비대면진료를 추진하고자 하는 열정의 일부라도 의료취약지역에서 사라져가는 보건의료기관들을 살리는 데 기울일 것"을 주장했다.

약준모는 비대면 진료 대안으로 △비대면 진료는 사기업 플랫폼이 아닌 정부나 공공기관, 협회 등의 공적인 주체가 주도 해야 하고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지역 및 대상을 제한하며, 탈모약과 여드름약 등 미용-비급여 약제 처방 제한처럼 질환 및 처방일수, 처방약제에 대해서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비대면 진료 활성화 시, 의료 접근성 과다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비대면 진료의 경우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높여서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고, △비대면 진료 이후의 처방전 전송은 별개의 영역으로, 대한약사회에서 운영하는 공적처방전달시스템(PPDS)을 이용해 처방전을 전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진료 처방전의 경우 전국 어느 약국에서나 원활하게 조제가 가능해야 하므로, 성분명 처방 또는 대체조제 간소화가 필수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약준모는 △비대면 처방의 특정 약국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각 약국마다 비대면 처방조제 건수 제한이 필요하고 △조제약 수령은 대면 수령을 원칙으로 하며, 부득이하게 배송하는 경우에도 본인 확인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국회입법조사처 "포괄등재로 비대면 진료 입장 차 봉합해야"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의료계-약업계-산업계 간 입장 차 극복을 위해선, 지금의 선별등재방식을 포괄등재제도(급여제외목록방식)의 형태로 도입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견도 윤 대통령이 '약 배송'을 언급한 날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김은정 입법조사관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각계 의견,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연구 보고서에서 "포괄등재제도의 형태를 도입해 사업 운영을 유연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표준진료지침을 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면서 "기존의 만성질환관리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의 구체적인 내용을 법으로 세세히 규정하기보다, 실행 주체의 장에게 재량권을 위임해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이로써 갈등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해선 그 대상과 범위를 더 포괄적인 형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및 제도화의 향방이 주목된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에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다 담으려다 보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크고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고, 감염병 위기단계 하향 후엔 시범사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비대면 진료 대상자 범위를 질환에 관계없이 동일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 진료한 경험이 있는 경우로 확대하고, 의료취약지역 범위도 넓혔다. 또 휴일 및 야간엔 초진인 경우에도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의사단체는 초진 허용을 반대하고, 약사단체는 비대면 처방 및 의약품 배송을 반대하며, 산업계는 약 배송 불허는 비대면 진료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직능 단체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며 합의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 조사관은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도 하고, 사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의 일관성이 결여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김 조사관은 △현행 시범사업 범위의 선별등재방식을 포괄등재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고 △기존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나 재택의료 시범사업 등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포괄등재제도의 형태로 바꿔 중증질환이나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해야 하는 질환, 심각한 외상 등 비대면 진료가 불가한 상황을 제외하고 그 외는 광범위하게 허용하며, 그에 맞는 비대면 진료에 대한 표준 진료지침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김 조사관의 주장이다.

또 김 조사관은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의 질환 예방 활동에서 발견된 고위험군에 대해 1차 의료기관 중심의 중재가 개입된다면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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