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 편의 내세워 약 배송 추진...부작용 심히 우려
마퇴본부 공공기관화 놓고는 약사 사회 양분돼
입력 2024.01.31 06:00 수정 2024.01.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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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사회가 국민의 편의를 내세우는 정부 정책 추진 등으로  약사 직능 수호의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약사사회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대통령이 국민 편의를 내세워 비대면 진료 약배달을 지지하고 나서는가 하면, 마약퇴치운동본부의 공공화 추진을 놓고는 의견이 양분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벨리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 권익 보호'를 주제로 한 일곱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약배송'을 직접 언급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 중인 비대면진료에서 처방약 배송은 제한되고 있어 불편과 아쉬움이 있는 만큼,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고 처방약 배송을 허용해 국민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법과 제도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법 개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 산업 발전을 위해 비대면진료 문제를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역 약사 A 씨는 "약사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게 아니라, 부작용을 막는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약 배송'은 어렵다는 건데, 직능단체의 권익 보호를 위한 규제를 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말이 참 아쉽다"며 우려를 전했다.

또 다른 지역 약사 B씨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성'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오로지 산업 발전과 편의성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비판하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 확대에 이어 약 배송까지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만큼 약사사회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마퇴본부의 공공화 정책이다. 마퇴본부는 1992년 대한약사회가 마약류 문제 해결을 위해 설립한 민간기구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공공기관 급’ 유관단체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 마퇴본부의 공공기관 지정을 신청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전환 이슈가 불거진 만큼 식약처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식약처 마약정책과 김영주 과장은 "중독재활센터가 기존 3곳에서 17곳으로 늘어남에 따라 관리할 본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마퇴본부의 공공기관화 추진을 통해 인력을 증원하고 권한을 확대하는 동시에 책임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약사회를 제외한 15개 약사회 시-도지부장들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기타공공기관 지정 추진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면서 "마퇴본부 내부 구성원과의 충분한 논의과정을 먼저 가질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마퇴본부가 그간 민간영역에서 애써온 노력과 축적된 경험을 무시하고 공공기관화하려는 명분으로 조직과 인력에 대한 강제적 통제 등이 현실화 되고 있다"면서 "마퇴본부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는 국가 통제 공공기관화 추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퇴본부와 그 구성원,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실질적 운영의 한 축인 약사회와 논의나 설명 과정은 부족하고 그 당위성에 대한 근거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수십 년 전 부터 약사들의 교육과 봉사 등 인적 헌신을 통해 유지돼 온 단체를 공공기관화 하는 것에 반발하며 약사들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약준모는 "공공기관화를 필두로 마퇴본부의 약사 배제하기가 지속 추진된다면, 순수한 정신과 독립성을 잃어버리고 정치적인 풍파에 따라 흔들리는 어용단체에 불과하게 된다"면서 "수많은 약사들이 한국 사회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유지해 온 근본과 정신을 지킬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해외에서 수많은 마약성 물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규정 조차 만들지 못하는 정부 기관이 마퇴본부를 운영하려하는 것에 날센 비판을 가했다. 약준모는 "약사를 배제한다면 마약과 관련해 전문성에 기반한 기민한 대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약의 전문가로서 약사가 지켜온 그 가치가 훼손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광주-전남, 충남, 충북, 전북, 경남, 경북지부 등 마퇴본부 7개 지부도 공공기관화 추진 반대 공동성명을 발표해 힘을 보탰다. 이들은 "마약 문제와 같은 중대한 사회문제는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기에 전문가의 견해와 현장의 실정에 맞는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해결에 국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준공무원을 만들어 민간기구의 사회 공헌을 배제하고,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준공무원을 만드는 것이 대책의 전부인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사회 시도지부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은 부산시약사회를 비롯해 약사회 임원과 마퇴본부 원로 사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퇴본부 이철희 감사는 "마퇴본부가 공공기관으로 전환될 경우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마약퇴치 업의 근간이 됐던 약사회 역할이 위축되거나 소외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마퇴본부가 현재 공공기관 지정 대상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이 감사는 "국가 마약류 수요감축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가능한 빨리 마퇴본부를 공공기관으로 전환해 조직, 사업, 예산 등이 대폭 확대-증액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마약 중독 환자가 급증해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금, 마약 퇴치를 위한 공공기관 설립은 외려 서둘러야 할 사항”이라면서 “공공기관이 된 마퇴본부에 전문가인 약사들이 참여해 제 역할을 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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