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의성' 위해 의약품-건기식 규제 완화는 독 "가격 인상과 부작용만 증가시켜"
건기식 재판매 허용도 마찬가지....약사 사회 우려와 비판 보내
입력 2024.01.29 06:00 수정 2024.01.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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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판매로 풀린 의약품 품목들의 편의점 판매가를 정리한 표. ©약준모

약사사회는 최근 정부의 건강 정책들이 국민들의 건강보다는 편의성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비대면진료 대상 확대 추진에 이어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재판매 허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28일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정부가 건강기능식품 재판매 허용을 추진하는 움직임과 관련해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이 아닌, 치료 용도가 포함된 준의약품으로, 개인 간 재판매 허용 판단은 '국민의 건강을 손상하는 만행'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지난 16일, '소규모'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권고하고, 거래 횟수와 금액 제한 등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물론, 책임 소재 판단 등 관리의 어려움이 있어 아직 개인 거래가 허용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권고한 만큼 식약처의 결정에 따라 곧 시행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르면, 현재 영업소를 갖추고 일정 교육을 이수한 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신고한 자만 건강기능식품 판매가 가능하고, 중고 제품은 개인 간 재판매할 수 없다.

지역 약사 A씨도 "환자가 기존 복용하는 약과 건강기능식품 성분 사이엔 서로 상충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환자는 약사와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정말 필요한 건강기능식품을 안전하게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준모는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한국의 보건의료시스템 자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며 건강기능식품은 보통 장기관 보관 및 사용되는 특성이 있는데 보관상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간 판매에선 관리되지 않고 효력 상실 또는 변질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질 수 없다는 것.

또 현재도 온라인을 통해 개인에 의해 건기식을 넘어 처방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규제 완화는 가짜 건기식의 유통 및 판매에 활로를 열어줄 수 있다고 약준모는 우려했다.

약준모는 국민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것. 더욱이 대한약사회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후발 주자로 나선 바 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가 건강기능식품과 복욕의약품을 통합해 가장 전문적인 상담을 할 수 있고, 심층분석을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위생적이고 안전하게 소분-조합해 포장-판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비대면진료와 건강기능식품의 중고 거래를 함께 경험하며 '편의성'을 맛본 국민들이 추후 '약 배달'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 사회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약준모는 "정부는 편의라는 거짓된 미명 하에 국민 건강을 손상시키는 만행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반인 판매로 풀린 의약품 품목들의 일반소매점 판매가를 정리한 표. ©약준모

또 최근 보건복지부가 사재기가 의심되는 약국을 대상으로 한 현장조사를 벌인 것과 관련해 '약국이 물가인상의 주범이 아니라는 점'을 약사사회는 강조했다. 

약준모에 따르면, 일반인 판매로 풀린 의약품 품목들은 약국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약국의 판매가와 그밖의 유통채널의 판매가를 비교해 '판매 규제 완화'가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편의점 111개와 기타 소매점 96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다.

약준모는 "판매창구를 약국으로 단일화하는 것이 물가 안정에 더 기여도가 높다"면서 "공공성이 강한 의약품의 경우,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박카스D는 편의점 및 소매점 판매용보다 타우린 함량이 2배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편의점 및 소매점 제품 가격이 약국 판매가 600~700원보다 20~50%이상 비싼 900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데카솔 역시  센텔라아시아티카 성분만 들어있고 용량이 8g인 편의점 및 소매점 제품이 항생제가 포함된 약국 제품 '마데카솔 케어 10g' 보다 전반적으로 비싼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의약외품인 '뿌리는 파스'도 편의점 및 소매점이 약국대비 약 500~1000원 비쌌고, 특히 핫식스의 경우 2020년 가격이 1400원으로 10년 전 1000원에 비해 40%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약준모 박현진 회장은 "결국, 최근 정부에서 무리하게 조사를 시행하는 것과 같이 생활 물가와 약국간의 관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오히려 물가인상율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일반의약품에 대한 정상적인 수익구조를 정부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장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반의약품만으로는 인건비 및 가게 유지비조차 확보하지 못해 정부의 지원금을 통해서 공공의 목적으로 유지되는 공공심야약국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전면적인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와 의약품 자유 판매가 사회에 끼칠 부작용을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는 게 약준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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