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문화 탐방] 화이자, "숲을 이루는 나무 하나에도 집중"
미스터리 커피·지그재그 프로그램·Speak Up 등…"다양성·평등·포용 통해 사내 문화 혁신 이끈다"
입력 2023.11.13 06:00 수정 2023.11.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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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괜찮은 일자리 인식조사’ 결과,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연봉과 워라밸이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직장 동료와의 관계’와 ‘자기 개발’이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연봉과 워라밸을 넘어 ‘좋은 직장(Great Place to Work)’ 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일찌감치 워라밸을 추구해 좋은 직장으로 자리매김한 국내 외국계 제약사들의 사내기업문화를 시리즈로 만나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제약사 화이자는 1849년 설립 이후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등 다양 종류의 약품 사업을 펼치고 있는 대형 제약사다.

한국에는 1959년 중앙제약을 통해 첫 발을 디뎠으며, 이후 1969년 완전한 외국계 투자 기업이 되면서 ‘한국화이자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내 직원만 450명이 넘는다. 선진화된 연구개발 실적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Breakthroughs that change Patients’ Lives)’이라는 기업 목표 아래 혁신 치료제와 백신 분야에서 프리베나13, 입랜스, 엘리퀴스 등 우수한 제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화이자는 2020년 11월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코미나티주’를 개발하면서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회사가 됐다.

화이자는 기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용기(Courage)’ ‘탁월함(Excellence)’ ‘형평성(Equity)’ ‘기쁨(Joy)’이라는 4가지 핵심가치를 제시한다. 용기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기존 관습에 도전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며, 결단력을 가지도록 직원들을 독려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탁월함은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며 성과를 측정할 때 이뤄진다. 형평성은 모든 사람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포용적일 때 완성된다. 기쁨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며 일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 4가지 핵심가치 중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형평성’이다. 화이자는 환자들은 물론 임직원들이 형평성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임직원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Diversity & Inclusion) 문화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회사에 대한 만족도와 로열티가 높아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회사의 성과로 이어진다고 회사는 믿고 있다.

한국화이자에선 자체적으로 ‘D&I(Diversity & Inclusion)팀을 운영하면서 임직원 간 소통을 늘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다양성을 기업문화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운영 중이다.

약업닷컴은 최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화이자제약 본사를 찾아 형평성·존중 문화의 중심에 있는 KOR D&I 팀에 참여 중인 희귀질환사업부 김희정 전무, 재정부 김배관 이사, 인사부 이준관 매니저를 만났다. 이들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DEI와 이를 통해 임직원들이 느끼는 DEI 활동의 가치, DEI 존중 문화 및 임직원 간 소통 강화가 업무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서울 중구 한국화이자제약 본사에서 최근  이준관 매니저(왼쪽), 김희정 전무(가운데), 김배관 이사(오른쪽)가 D&I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약업신문

Q. DEI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김배관 이사 - DEI는 Diversity, Equity, Inclusion의 약어다. Diversity는 다양성, Equity는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공평한 것, Inclusion은 다양성 속에서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Q. 화이자가 DEI를 중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김희정 전무 - DEI는 화이자의 기업목표인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 (Breakthroughs that change patients’ lives)’과 맞닿아 있다. 화이자가 추구하는 가치는 환자들을 위한 혁신이다. 화이자는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공유하고 포용하는 문화가 있어야 혁신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확신으로 DEI를 강조하고 있다.

이준관 매니저 - 다양한 직원들의 고유한 배경과 능력에서 비롯된 다양한 관점을 통해 혁신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화이자는 10억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약물을 전달하는 것을 회사의 방향성 및 목적으로 두고 있다. 다양한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향에 맞출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DEI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인사부 이준관 매니저. © 약업신문

Q. 한국화이자에서만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지?
이준관 매니저 - 국가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어 현지 특성에 가장 잘 맞는 활동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2019년 KOR D&I팀을 설립하고 임직원 대상 설문조사, 표본 집단(focus group) 인터뷰 등을 진행하면서 D&I의 정의를 설명해 줬다.

더불어, 경력 개발의 관점에서도 한 가지 정해진 경로가 아니라 각자 오너십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통합적인 인재로 성장케 하는 것이 회사의 방향성이다. 지난해에는 지그재그 커리어 토크쇼를 개최해 직원들이 다시 한번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는 기회를 만들었다. 직원들도 서로 다른 의견들, 다양한 관점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피드백을 줬다.

김배관 이사 - 직원들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선 직원들이 생각하는 다양성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봤으며,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세대, 성격, 성(性)이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

Q. KOR D&I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김희정 전무 - KOR D&I팀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 참여하고 있다. 1기, 2기, 3기가 있는데 기존에 참여했던 분 중 계속하고 싶은 분들은 계속 KOR D&I팀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 보통 사내에서 이런 활동들을 한다고 하면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데 오히려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았다. 많은 직원들의 참여로 점점 조직이 커지고 있다. 올해에는 그룹이 많아져 각각 다양성, 평등, 포용성으로 서브팀을 나눴더니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김배관 이사 - KOR D&I팀은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회사가 발전해갔으면 하는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직접 반영해볼 수 있는 TF 팀이다.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준관 매니저 -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저변에 필요한 것이 자율성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이 시행하고 있는 스마트 워크, 스마트 캐주얼, 스마트 콜링 또한 자율성을 강조해 임직원 각자의 상황에 맞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복장, 근무 시간 및 장소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Q. D&I 프로그램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활동은 무엇인지?
김희정 전무 - ‘미스터리 커피’가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직접 대면이 어려워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화이자 도메인으로 별도 사이트를 개설해 직원끼리 랜덤으로 매칭해 10분 동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매칭은 직급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이뤄진다. 랜덤 매칭을 통해 대화를 나누며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 최근에는 매칭된 임직원끼리 서로 논의한 후 대면으로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김배관 이사 - ‘지그재그 커리어’도 직원들이 개인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메일로 지그재그 커리어 패스를 알려드리는 활동도 하고, 지그재그 커리어 경험이 있는 직원 두 분을 패널로 초청해 온라인 실시간 토크쇼를 진행한 적도 있다.

이외에 멘토와 멘티를 맺어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동료끼리 코칭해주는 피어코칭(Peer Coaching) 프로그램도 있다. 캐주얼 커넥션(Casual Connection)이라는 미스터리 커피와 비슷한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재정부 김배관 이사. © 약업신문

Q. 미스터리 커피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이준관 매니저 - 미스터리 커피 자체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나온 아이디어다. 설문조사에서 많은 직원들이 부서 간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는 기회를 더 갖고 싶다는 피드백이 많았고, 이에 따라 미스터리 커피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3년 동안 재택근무가 기본인 상황에서 새롭게 입사하신 분 등 서로 얼굴 볼 기회가 없었는데 미스터리 커피를 통해 몰랐던 분들을 알아가고 다른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서로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

Q. 지그재그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김배관 이사 - 지그재그 커리어는 장기적으로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계 부서로 입사했지만 다른 부서의 업무가 궁금하다면 1년, 6개월 등 스스로 기간을 설정해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인의 총 업무에서 약 15~20% 정도의 선에서 다른 부서의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그로스 유니버스(Growth Universe)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되는 자랑할 만한 점이라 생각한다.

김희정 전무 - 지그재그 커리어 토크쇼를 통해 타 부서 파견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분을 패널로 초대했다. 실제 경험 사례들이 소개되면서 직원분들이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조금은 덜고 도전하며 성공적으로 업무 범위를 넓혀가는 것을 볼 수 있어 긍정적이었다. 또한, 다른 매니저분들의 권유가 아니라 개인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도전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지그재그 커리어 프로그램 신청 시 선정 기준은 무엇인지?
김희정 전무 - 지그재그 커리어 개발은 한국화이자제약이 추천하는 전사적인 가이드이며 파견근무제(secondment), 사내 오픈 포스팅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모든 부서에서 새로운 포지션이 있다면 사내 오픈 포스팅을 통해 공지하며, 임직원들이 신청할 수 있다. 평등(Equity) 측면에서 임직원들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게 돼 있다. 화이자는 지그재그 커리어 개발을 지향하는 문화를 갖고 있으며, 임직원이 원한다면 한 직무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끔 도와준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직원들을 막지는 않는다.  어떤 전문적인 영역에서 전념을 하겠다고 하면 그 가치를 평가 절하하지 않는다.

한국화이자제약 희귀질환사업부 김희정 전무. © 약업신문

Q. 그 밖에도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김배관 이사 - 바로 한 사람의 목소리도 중요하게 여긴다. 작년부터 ‘Speak Up’문화를 장려하고 있어 만약 기분이 나빴다면 이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나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든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현재 말하는 방식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나 기분이 나빴어’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대신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김희정 전무 - 포용성의 관점으로 볼 때,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자면 일본에서 온 직원이 회의에 들어와 대화할 때는 모두가 영어를 써야 소통이 가능하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직원들끼리 한국어로 이야기한다면 예의가 아닐 뿐더러, 그 분은 엄청난 소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 명을 위해 모든 말들을 영어로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주제들을 논의할 때는 영어를 사용하여 배제되는 사람이 없도록 배려하고 포용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Q. 한국화이자에서 여성 임원으로서 근무하는 것은 어떠한 지?
김희정 전무 - 한국화이자제약의 여성 임원 비율은 61% 정도로 높다. 입사해 놀라웠던 부분은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여성분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일과 삶 모두를 생각하시면서 본인의 열정을 업무를 보는 데 쏟아 역차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또한 화이자는 일한만큼 유리천장 없이 승진할 수 있는 문화가 있어 이 부분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화이자는 사내 정치와 같은 것이 아니라 일 자체에 가치를 둔다. 화이자에 D&I 문화가 있기 때문에, 회사가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는 영역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D&I에 모든 열정과 관심을 담아서 활동하고 있다.

화이자의 D&I가 단순한 다양성, 포용의 문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임직원들의 다양한 커리어를 지지하는 지그재그 커리어로 연결되고, 직장내 괴롭힘 없이 서로 배려하는 문화로 연결되며, 사회에 있어서도 장애인을 포함한 여러 소외계층 부분에 더 신경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화이자는 정말 좋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인 커리어의 변곡점이 화이자로의 이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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